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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 333%…뭐가 문제일까?
병원급 의료기관 폐업률 333%…뭐가 문제일까?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1.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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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반기 병원급 의료기관 개업 45곳, 폐업 150곳
우봉식 소장 "전달체계 붕괴 대형병원 위주 보장성 강화정책 때문"
김종민 보험이사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립은 의료생태계 파괴" 우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 ⓒ의협신문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원과 대형병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을 살리기 위해 여당과 야당, 그리고 대한의사협회가 힘을 모았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소병원을 위해 무분별하게 설립되는 상급종합병원의 분원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과 함께 13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의료 공급체계의 문제'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 일차의료기관과 지역 중소병원의 건강관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의협신문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의협신문

먼저 우봉식 소장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원인으로 지난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 위주로 보장성이 강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우 소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위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 더욱 심화되면서 의료시스템 붕괴의 길로 가고 있다"라며 "지난 10년 동안 의료기관 종별 기관당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125%, 종합병원은 97% 증가했다. 이는 병원은 68%, 요양병원은 61%, 의원은 48% 증가한 것에 비해 현저히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종별 허가 병상당 연간 요양급여비용을 비교해도 상급종합병원은 허가 병상 1병상당 3억 3390만원으로 병원보다 약 7배가 높다"라며 "이처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대형병원 위주로 추진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이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올해 상반기 중 병원급 의료기관은 개업 45곳에 폐업 150곳으로 폐업률이 333.3%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우 소장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만성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건강증진, 질병 예방,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 핵심 수단은 일차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이라며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서 형성해 신뢰를 유지하고 국민의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성질환 관리와 방문 진료, 치료계획·상담 수가 신설 및 현실화 등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건강관리 기능을 잘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증설 문제 해결과 지역별·기능별 필요 병상 수(병상 총량) 운영 계획 수립, 의료 이용체계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적 토대 마련,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의 의료 이용체계 전환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종민 의협 보험이사는 이날 지역 중소병원의 당면한 과제와 대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의협신문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의협신문

김 이사는 "지역 의료서비스와 지역경제 발전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300병상 이하의 중소병원에 대해서 언제부턴가 '규제는 강하게 지원은 열외'라는 공식이 작용하는 듯하다"라며 "중소병원이 의원과 대형병원 사이에서 척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수가는 의원보다 낮아지는 역전 형상이 발생하고 스프링클러, 의료세탁물관리 규칙 등의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역병원의 붕괴는 향후 적기에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난민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현재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 외에 적절한 통원센터가 없어 보건복지부에서도 중소병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한국 의료에서는 중소병원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중소병원 존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현재 중소병원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인력 부족을 꼽았다. 김 이사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서울·수도권 병원과 지방병원 간 간호인력의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려 의료인력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중소병원은 인력난, 경영난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며 "특히, 간호인력의 부족은 간호 공백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진료 공백으로 이어져 환자 치료에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런 인력 문제를 해소를 위한 가장 시급한 해결책으로 상급종합병원의 무분별한 분원 증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상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받게 되지만 분원 개설의 경우 지자체장의 권한으로 결정돼있어 편법으로 병상 수 늘리기가 가능하다"라며 "이에 따라 지역 내 대학병원 분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으로 지역 의원과 중소병원들이 도산하고 의료생태계의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이사는 ▲의료기관 세탁물관리 규칙 완화 ▲우선 지원기업 지원금 중소병원 확대 적용 ▲중소병원 토요 가산제 확대 적용 ▲의료 질 평가 지원금 제도 개선 ▲소방설비 의무설치 관련 정부 지원 ▲의료기관 보안장비 설치 및 보완인력 배치 ▲CT·MRI 설치 운영기준 문제점 대안 모색 ▲중소병원 응급의료기관-119구급대원 이송지침 개선 ▲보건복지부 중소병원정책과 신설 ▲국가(지방)직 공무원 채용 개선 ▲당직 의료인 시행규칙 개선 ▲개인정보보호 자율규제 개선 ▲의료급여환자 식대 인상 등을 언급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국내 1호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김병원 박애병원장은 이번 코로나19 감염병을 경험하면서 의료체계 전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병원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만성질환 및 가벼운 질병에 대한 서비스와 국민 주치의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의 중심축이 되는 중소병원은 준 중증, 중증, 질환별 특성화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담당해야 한다"라며 "대형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치료 및 교육, 연구 중심으로의 기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미래 지향적 체계로의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라도 중소병원의 지원 확대 및 다양한 수가 개발을 통해 중소병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도권 외 의료취약지역에 투자 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이 큰 대형병원 지원 확대보다 인센티브제도 등을 통해 중소병원을 지원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은 "의료전달체계의 커다란 방향은 환자 중심의 의료 공급체계로 나갈 것으로 보고 개선해야 한다"라며 "다만, 중소병원의 개선방안이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니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요도에 따라서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환자 안전에 관한 것은 중소병원이 일차적으로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중소병원이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재택치료 관리, 감염병 전담 병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중소병원의 필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의료기관 기능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체계를 지속해서 개선하고 환자의 합리적 의료 이용을 지원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대학병원의 분원 설립과 관련해 "현재 국가 병상 수급 시책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연되고 있다"라며 "현재 지역별 병상 수급 현황을 분석하고 있고 병상의 규모별, 특성별 신·증설 규제 원칙을 마련하고 시도와 협의해 시도별 병상 수급계획을 작성하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수급계획이 작성되면 분원 설립에 대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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