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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재난적 상황'..."입·퇴실기준 마련 정부 나서라"
중환자실 '재난적 상황'..."입·퇴실기준 마련 정부 나서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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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환자실 상황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고 이해 구해야
전문가들 "대국민 홍보 강화 시급 및 의료진 법적 보호" 목소리
"입퇴실기준위원회 운영·전문가 상시 소통체제 구축 필요" 제안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12월 7일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 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 패널토의.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12월 7일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 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 패널토의.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논의에 대해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입·퇴실 기준에 대해 정부 차원의 홍보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가 앞장서서 코로나19로 인한 중환자실 상황에 대해 올바로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위원회' 운영을 통해 공정성과 신뢰를 담보하고,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와 유동적인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전문가들의 상시 소통체제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12월 7일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 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 패널토의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중환자실 우선 배정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공유했다.

패널토의에는 임채만 한국의료윤리학회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 차기회장(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최재원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변호사),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가 참석했다. 

임채만 교수는 먼저 윤리적 이슈에 대한 의제를 던졌다.  

중환자실 문제는 제한된 자원 속 전체의 이익을 최대화하면서 개인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진단이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국민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또한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의료인과 국민이 함께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임 교수는 "기준이 잘 만들어져도 현장에서 작동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인데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곧 비합리와 비윤리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기준안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의료인과 국민의 이해와 수용이 매우 중요하다. 기준안은 따르기에 명료해야 하고 병원 간에도 이해 정도가 서로 달라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국민 홍보와 인식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임 교수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코로나19 중환자실 입실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협·정부의 승인과 법률적 검토를 거치고 국민이 코로나19 팬데믹 아래에서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위원회' 운영과 유동적인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대응도 제안했다.

임 교수는 "예기치 않은 변수들에 따라 기준은 자주 조정돼야 하며,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위원회 가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재원 변호사는 일정 기준을 따르는 의료진·의료기관에 대한 책임 면책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최근 법원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됐을 때 어떤 법률의 대응지침이나 기준을 준수했을 경우 손배 책임은 인정하지만, 손해배상액 산정에서 손해액을 배제하는 방법으로 면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 변호사는 "기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회 차원에서 만든 지침안을 최소한 시행규칙 등 법적 구속력이 있는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과정은 시일이 소요되지만 시행규칙은 장관의 고시만으로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 감정 측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최 변호사는 "위급한 환자에게 더 많은 의료적 시혜가 돌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동양적 감정이 발현될 수 있고, 실제로 이런 문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기준 자체로는 국민의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 좀 더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 법률 분쟁을 줄이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입·퇴실 기준 논의가 지연된 데 아쉬움을 표하고, 중환자실 상황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주 본부장은 "최근 감염 클러스터를 살펴보면 고령자 중심의 집단시설·요양병원 등에서 피크가 발생했다. 집단 발병으로 한 달 만에 중환자 병상 400개가 소진됐다. 600명 선에서 유지되다가 한 달 만에 1000명선이 됐다"며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상 문제라기 보다는 앞서 언급한 예외적 상황들이 현재 위기를 유발했다는 게 조금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중환자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비롯됐으며, 이후 중환자 병상 점유 가능성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공병원 중환자실의 열악한 상황도 지적했다. 

주 본부장은 "국립대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병원들은 중환자를 케어할 만한 시설·장비·인력이 거의 없다. 중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역량도 그동안 키워지지 않았다"며 "결국은 안전관리 능력이 있는 민간 의료의 수준 높은 시스템들이 이 상황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본부장은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이 제안됐던 시점보다 1년이나 지나 논의가 되고 있다는 게 상당히 아쉽다"며 "입·퇴실에서의 효율성 극대화 부분은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윤명 사무총장은 의료계의 기준안이 살릴 수 있는 사람과 살릴 수 없는 사람으로 나누겠다는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명 사무총장은 "의료자원이라는 게 한계가 있고 병실을 어느 날 갑자기 늘릴 수 있는 부분도 아니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가 됐어도 자신의 문제가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정 부분 기준을 만들고, 관리하고 그 기준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서 마련된다 하더라도 법적 수준까지 이르지 못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명 사무총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가 합의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병상 확보나 의료 인력 확보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금 더 찾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중환자실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윤명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응 상황이지만 향후 중환자실 관리 체계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료진도 많이 힘들겠지만 지금 상황에 대해 환자들이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성식 기자 역시 중환자실 기준 논의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신 기자는 "슬프고 힘들지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하고, 살리는 사람의 숫자만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준안에 대한 논의가 지체됐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솔직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신 기자는 "지난해 8월부터 논의가 시작됐다면 지금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쉼움이 크다"며 "국민에게 솔직한 상황을 설명하고, 그 부분에 대해 이해도 구하고, 내 문제가 됐을 때도 슬프지만 받아들이도록 하는 그런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때를 놓치면 내년 1, 2월에는 더 심각한 상황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서지영 교수는 취약한 국내 중환자실 구조를 지적하고, 입·퇴실 기준안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서지영 교수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구조적으로 감염병 환자를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인력기준 역시 경제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에 비해 30∼50% 수준에 그친다"라며 "병상 확보를 위해 격리 원칙을 풀 수도 있지만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중환자실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기준안에서 우선순위 4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애초에 중환자실 입실해도 해드릴 게 없다. 임종과정에 있는 분들이다"라며 "중환자실의 치료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 이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돌아가시지 않게 할 수 있는 기술은 많이 발달됐지만 환자 자체를 건강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밝힌 서 교수는 "어떤 자원이 한 곳에 들어가게 되면 결국은 다른 분들에 대한 자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건 자명하다"고 진단했다.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임종기 환자에 대한 중환자실 치료는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법적·제도적 보호 필요성도 지적했다.

서지영 교수는 "기준안에 따르는 의사들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라며 "저희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다. 그런 의사들이 이런 말을 할 때는 얼마나 아프고 찢어지는 심정으로 하고 있는지를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토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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