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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비대면시대, 비대면 진료는 원칙이 아닌 예외
법률칼럼 비대면시대, 비대면 진료는 원칙이 아닌 예외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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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허용방안' 코로나 상황 급급해 폭넓게 허용...바람직하지 않아
비대면 진료 어디까지 필요한지 원칙과 예외 설정 충분한 논의 필요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우리 일상 곳곳에 '비대면'이라는 생소한 문화가 침투하고 오히려 장려되고 있다. 

급기야 보건복지부도 2020년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이유로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공고했다(이하 '한시적 허용방안'). 

이 '한시적 허용방안' 공고가 이뤄질 당시에도 '비대면' 혹은 '원격'진료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모든 논란을 뒤로한 채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어떤 질환이라도 전화상담 및 처방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모든 질환과 상황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에 따라 전화진료에 따른 진찰료 산정 기준이 마련됐고 처방전도 팩스 또는 이메일 등으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전송해 환자가 약사와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 즉 택배와 같은 방식으로도 의약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의 공고 이후인 2020년 12월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 3이 개정돼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급한 대로 행정부처의 '공고'가 '법률'보다 선행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 '한시적 허용방안'을 마련한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의사와 대면하기 다소 껄끄러운 질병군을 타깃으로 손쉬운 약처방과 약배송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신생 기업들이 등장해 "규제혁신", "신산업 성장동력" 등의 구호를 외치는 반면, 다수의 환자들은 여전히 의료인을 대면해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고 진료받기를 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시적 허용 이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와 대면하지 않고 전화나 화상 등을 이용해 환자의 용태를 듣고 판단해 처방전 등을 발급한 행위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처방전 발급 규정)에 위반되는지에 대해서 2012년과 2013년에 각기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의료법상 처방전 발급 규정에서 '직접 진찰한' 의사가 처방전 등을 내어 주도록 한 것은 의료인에게 '대면 진료'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대법원은 2013년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했을 뿐이라며 의사가 스스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한 이상 대면진찰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2013년 판단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에 따른 수가 등이 책정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해 약국에 전송하거나 약을 배송 받는 것도 여의치 않아 비대면 진료가 널리 시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 한의원 등에서 원거리에 거주하는 환자를 단 한 번도 대면 진료하지 않고 오직 전화로만 진찰한 후 한약을 택배로 배송하는 경우가 있었고, 검찰은 다시 이를 의료법 제33조 제1항 위반, 즉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했으며, 대법원은 2020년 11월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의료법에 따른 '진료'는 대면 진료가 원칙이고, 환자의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전화로 환자를 진료한 것은 의료법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전화의 방법으로는 환자의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해 판단하는 진단방법 중 '문진'만이 가능하고,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료인의 주의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고, 전화를 받은 상대방이 의사인지 의사가 아닌지, 전화를 하는 상대방이 환자 본인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약물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의사수가 적거나 국토의 면적이 넓어 인구밀도가 낮은 국가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의사를 만나지 못해 비대면 방식의 진료를 수행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도 필요에 의해 원거리의 의사가 여러 가지 통신장비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해왔고, 사후적으로 비대면 진료행위 중 일부를 공보험으로 커버해주고자 논의하며 공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진료의 요건을 규정하기도 했다. 또 비대면 진료는 의료비용이 비싼 경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중 어느 경우에도 속하지 않는다.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으며, 환자들이 직접 의사와 대면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있기에 비용이 크게 부담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의 2020년 판결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제정된 의료법상 대면진료가 원칙임을 확인했다. 

감염병예방법과 보건복지부의 '한시적 허용방안'은 코로나19라는 상황에 급급해 충분한 고찰 없이 지나치게 폭넓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버린 셈이라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비대면'을 활용해야 할 상황도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진료'는 필수 서비스이지 육성돼야 하는 산업 분야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국민의 건강 증진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진료가 어디까지 필요한 것인지, 원칙과 예외를 설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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