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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공약 의료보장률 80%? 물먹는 하마 시스템에선 불가능
대선공약 의료보장률 80%? 물먹는 하마 시스템에선 불가능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3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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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선 시즌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아마도 이번 대선에도 예외 없이 '의료보장률(이후 보장률) 80∼90%'는 각 캠프마다 주요한 공약으로 나올 전망이다. 지난 20년의 대선공약을 보면 17대 문국현(보장률 85%)·이인제(보장률 80% & 공공의료 비율 30%), 18대 박근혜(보장률 80%)·문재인(보장률 90%)·안철수(보장률 80%), 19대 유승민(보장률 80%)·심상정(보장률 80%) 등이다. 즉 보장률 80∼90%는 늘 나오는 필수 아이템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의료제도의 시발점은 의료 서비스 제공보다 더 근본적인 목적인 질병으로부터 개인 파산 방지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각국은 의료보장률 73.6%, 가계 직접 부담률 20.5%(OECD 2017)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보장률 59∼64%, 가계 직접 부담률 33.78%(OECD 2017) 가량이다.

한국은 2000년대부터 이러한 지표를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2004년 실태조사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보장률(보장률 61.3%, 고액 중증질환 49.6%)로 조사된 이후 암과 일부 심장질환 및 뇌혈관계 질환의 법정 본인 부담 인하(2005년), 식대 보험 적용(2006년), 본인 부담 상한제 기준 하향 조정·임신-출산 관련 서비스 지원 확대·아동에 대한 지원 확대(2007년) 등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보장률은 2010년 62.7% 정도에 머물렀다. 

정부는 2009∼2018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통해 3대 방향과 32개 세부 과제를 정하고, 본인 부담 상한액 인하, 소득 수준별 차등 적용, 고액 진료비 본인 부담 경감액, 임신 및 출산에 대한 건보 급여 확대 장애인 보장구 급여 확대, 노인틀니 급여화 생애 주기별 핵심적인 건강 문제의 필수의료보장, 고액 비급여의 적극적 해소와 관리체계 도입,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 등을 시행했다.

이번 정부도 더욱더 노력했다. 연평균 건강보험료 징수액을 평소보다 높은 연간 3.25%를 추가 부담토록 했지만 실질적인 보장률은 0.6∼1% 상승하는 정도였다. 이는 건강보험 누적 기금 중 2조 2천억 감소 부분은 계산에서 제외한 것이다. 즉 부담 증가분에 서비스 증가분은 5분의 1정도 수준이다. 부담을 많이 지우면서 보장률을 올리려 했지만 성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지난 20년간 의료보장률 변화 추이를 보면 60% 전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표(출처 : 보건복지부 2017년 국민보건계정, OECD Health Statistics 2019)ⓒ의협신문
표(출처 : 보건복지부 2017년 국민보건계정, OECD Health Statistics 2019)ⓒ의협신문

이런 원인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소위 밑 빠진 항아리, 또는 물먹는 하마와 같은 체질이 되어 노력에 비해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부러움을 받는 한국 의료가 어떤 부분에서 이렇게 치명적인 약점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이는 어떤 하나의 이유로 야기된 것이 아닌 복합적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만이 실행하고 있는 강제지정제이다. 초기의 강제지정제는 나름 효자 제도였다. 국가의 재정이 부족하던 시절 민간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했다. 민간 의료기관은 저수가 부분에서는 불만이었지만, 대신 의료수요가 대폭 늘어나는 효과를 통해 시장이 팽창했다. 이 시기에 소위 병원 재벌이 급성장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의료 복지는 일반 복지와 달리 정부와 국민 사이에 전문가 공급자인 의료 제공자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민간과 공공의 비율을 평균 3:7 정도로 유지한다. 주요 국가에서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국가가 의사 양성을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안정성을 위해서 의료 제공자를 두껍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단기적 제도로만 운영해야 할 제도를 지금까지 의료복지 제도의 근간으로 운용하며 현재의 물먹는 하마 구조를 만들었다. 하나의 기관을 강제 지정해 급여 진료와 민간 비급여 진료를 동시에 하는 구조가 그것이다. 급여 진료 수익의 압박이 비급여 진료를 팽창하는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건보 급여액은 2005년 16.6조 원에서 2014년 39조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비급여 본인부담액도 6.8조 원에서 16.4조 원으로 비슷한 증가 속도를 보이며 보장률이 증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강제지정제는 초기에 효자 제도에서 한국의료를 역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료는 물먹는 하마가 됐다. 

지난 20년 간 이러한 구조를 조금씩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경험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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