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의사 보건소장 우선 임용' 차별의 문제일까?
논설위원 칼럼 '의사 보건소장 우선 임용' 차별의 문제일까?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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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보건소장에 의사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도 동등한 자격을 갖게 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사진은 서울시 마포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역주민의 건강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 의사 우선 임용을 차별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권을 가진 보건소장은 법령의 범위에 따라 임용하는데, 현 지역보건법 시행령에는 의사 면허자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보건법 시행령 11조에는 "보건소에는 보건소장(보건의료원의 경우에는 원장을 말한다) 1명을 두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지역보건법의 이 조항은 비의사 소장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 또는 의사 이외 의료인에 대한 '차별' 논란을 빚어왔다. 이미 2006년과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정을 권고했으며, 국회 역시 2013년과 2014년 국정감사에서 보건소장 임용기준을 한의사와 치과의사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해묵은 논란이 의사면허 소지자 외에 한의사 등 다른 의료인으로 확대되는 법 개정이 발의되면서 논란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보건소에 보건소장 1명을 두되 '의료법' 제2조에 따른 의료인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하며, 의료인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보건소에서 실제로 보건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보건소장을 임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의료법 제2조에 따른 의료인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로, 이들에게 보건소장 임용 기회를 차별 없이 균등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현 시행령도 엄밀히 말해 의사를 우선해 임용하도록 했을뿐 다른 의료인의 보건소장 임용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은 것은 아니다. 현 시행령에서는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지방공무원 임용령' 별표 1에 따른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전국 모든 보건소장을 의사로 충원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보건소장 중 의사 비율은 2017년 42%, 2018년 38%, 2019년 40% 등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사 임용을 우선하고 있지만, 보건소장의 낮은 신분 보장과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의사보다 다른 보건의료직군 출신의 공무원 충원율이 더 높아 기회의 문은 열려있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기회는 동등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역보건법에서 의사를 우선 임용하도록 한 것은 공중보건 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중요성에 따라 의사의 자격과 역량이 보건소장 업무수행에 가장 적합하다는 고민과 판단에서 우선 순위를 정한 것일뿐 의사에게 어떤 특례나 특혜를 주기 위한 차별의 산물은 아니다.

남인순 의원은 "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 등 의료인을 제외하고 의사만을 우선적으로 보건소장에 임용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어,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는데, 관련 업무 수행에 적합성이 가장 높은 직종에 우선권을 둔 것을 의료인 종별 차별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

의사를 먼저 임용토록 한 것이 한의사, 치과의사 등 다른 의료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규정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의료인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 해당 보건소에서 실제로 보건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으로 보건소장"을 임명하도록 한 것은, '의사 우선'에서 '의료인 우선' 임용으로, 보건 관련 업무를 하는 비의료인 공무원에 대한 또 다른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의사 보건소장 우선 임용'을 단순히 차별의 문제, 평등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기계적 균형은 달성할 수 있더라도 더 소중한 가치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지역주민의 건강'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의료인 중 어떤 직종이 보건소장이 되는 것이 최선인지는 고민할 이유가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지역주민의 질병 예방이나 건강증진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직무 전문성을 따져 볼 때 누가 적임자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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