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지음/도서출판 재남 펴냄/1만 5000원
'대수롭지 않은 잡다한 이야기'다. 그런데 글쓰기를 즐기는 이의 잡설이다보니 엉클어지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 삶의 지혜가 곳곳에 묻어나고 해박한 지식의 조각들은 읽는 이들에게는 덤이다.
황건 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성형외과)가 수상집 <황건 잡설>을 펴냈다.
의사이자 교육자로 바쁜 일상 중에도 그의 글쓰기에는 멈춤이 없다. 이 책에는 <의협신문> <국방일보> <경기일보> 등에 틈틈이 게재한 칼럼 92편이 모였다.
저자가 왜 글을 쓰는지는 들머리 글 제목 '깨달음을 향해'에서 짐작된다. 그는 쉼 없이, 깨어 있으며, 나태하지 않고, 긍휼한 시선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소통의 무기는 글이다.
'지부지상(知不知上) 부지지병(不知知病)'(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음뜸이고,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이라는 도덕경의 가르침 처럼 깨닫고 아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이 책은 모두 92편의 단상을 10부로 나눴다.
1부 '살며 즐기며'는 즐길 줄 아는 이가 즐겼던 음악·미술·문학 이야기다. 2부 '타고남은 재가 다시'는 종교에 굳이 구분이 필요 있을까. 불교와 천주교에 대한 단상들이 이어진다.
3부 '갈등을 극복하려면'는 사회·문화와 자살 방지에 대한 소신을 옮겼다. 4부 '무명교사의 자리로'에는 학회·논문·학자의 마음가짐이 중심이다.
5부 '전선을 간다'는 국방일보 '조명탄' 칼럼에 연재한 군문에 대한 이야기다. 6부 '괴로움도 즐거움도 같이'에서는 쉽게 잊고 사는 지도자의 역할을 되짚는다.
7부 '사람을 가도 업적은…'에서는 삶속에 의미를 새긴 의학자들이 소개된다. 8부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에서는 의학 지식을 쉽게 풀었다.
9부 '좋은 성형외과 의사'는 깨달음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려는 성형외과 의사의 삶이 그려진다. 10부 '은발 내게 남으리'에서는 그의 가족이야기다.
저자는 2004년 <창작수필>, 2005년 <시와 시학>을 통해 각각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 세계사> <질그릇과 옹기장이> <Clayware and a potter> <시인과 검객> <세상을 바꾼 17명의 의사들> <나를 찾아서> 등을 출간했다(☎ 070-8865-5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