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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에 25억원, 초고가약 시대 '누가 급여를 어렵게 하는가?'
한 방에 25억원, 초고가약 시대 '누가 급여를 어렵게 하는가?'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1.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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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만 이야기하며 (급여등재를 할 듯 말 듯) 환자를 희망고문하고 있다.",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중복논의로 항암신약의 급여 등재가 장기간 지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OOO 항암제를 신속등재하지 않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겠다."

초고가 신약 출시 시대를 맞아 최근 국회와 언론, 환자단체 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고가신약 건강보험 등재와 관련해 복지부 때리기에 나섰지만 복지부의 게으름이나 무능력 탓에 초고가 신약의 급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게 아니라는 건 상식이다.

또한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협상에서 애를 먹는 곳이 한국 정부만도 아니다.

자칫 급여등재를 빨리하라는 독촉은 가뜩이나 어려운 고가 약값 협상에 국민을 대리해 나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협상력만 떨어트려 급여등재를 더 더디게 할 수 있어 안타깝다.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 5.5mL 주사 한 방의 가격은 25억원이다. 다이아몬드 1캐럿의 무게는 0.2g으로 품질에 따라 350~500만원하니 같은 무게의 최상급 다이아몬드보다 20배 정도 비싸다.

앞서 급여된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는 주사 한 번에 1억 40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평생 맞아야 한다.

20년간 척수성근위축증 환자가 스핀라자를 맞는다면 환자 한 명이 대략 7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1회 투약 비용이 수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이 앞으로 열릴 급여협상장 앞에 줄줄이 번호표를 들고 서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많은 환자가 앓는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말기암과 같은 중증질환 혹은 환자 수가 적은 희소질환 치료제 개발로 개발 방향을 틀었다.

암이나 희소질환의 경우 신약에 대한 환자의 요구가 크고 레드오션이 된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보다 경쟁자도 적다. 중증도와 암종별, 유전자별로 세분화된 치료제 탓에 대부분의 신약은 독점 혹은 독과점 상품이다.

독점 혹은 독과점 상품을 사려는 각국 정부는 협상에서 번번이 머리를 내저으며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다국가 공동 구매', '공동 협상' 연대를 WHO 연례회의에서 몇해 째 제기 중이지만 진전은 없다.

답답한 초고가약 시대 협상과는 별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시기다.

건강보험 재정을 살펴보면 한해 8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지출액에서 약값으로는 대략 20조원이 나간다.

20조원에서 이른바 신약 도입으로 나가는 예산은 20% 정도다. 나머지 80%는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 약값으로 나간다.

다른 나라의 관련 재정 부담 정도와 비교하면 특허만료 약값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780여개에 달하는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는 한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한 해 수십개의 고가 신약이 쏟아지는 시기 약값 지출 패턴에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이미 한참 지났다.

환자 한 명당 수억에서 수십억씩 하는 약값이 현실화된 이때 답없는 복지부 때리기만 하는 것보다 약값 건보 재정의 지출 패턴 변화와 다국적 제약사의 '어마무시'한 약값을 낮추려는 각계의 생산적인 노력만이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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