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대선과 정치세력화
논설위원 칼럼 대선과 정치세력화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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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의사사회에 '정치세력화'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의약분업 투쟁이 마무리되던 2001년 말이다. 이후 총선과 대선은 정치세력화의 시험장이 됐다. 사진은 2004년 2월 22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 결의대회'로, 같은 해 치러진 4.15총선을 앞두고 '정치세력화'가 쓰여진 로켓을 하늘로 쏘아올리고 있다. ⓒ의협신문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5개월 남짓 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후보들은 대선 본선행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사활을 건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양당의 대선주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다른 후보에 앞서 주요 보건의료 공약까지 내놓았다.
 
이처럼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보건의료계도 집단 구성원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9월 중순 대선기획본부를 출범시켜 대선 대비 체제를 갖췄다. 총선과 함께 대선은 의협과 의사들의 정치적 역량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보건의료 정책제안서 마무리 단계며, 의협은 이를 기반으로 각 당의 주요 후보자와 각 정당에 의료계의 공론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권역별·지역별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각 정당 후보자별 보건의료분야 공약을 비교· 분석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회원 및 가족의 대선 투표을 독려하는 역할에도 나설 예정이다.

총선이나 대선 때 의협이 이같은 정치 행위를 공개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직후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의사들이 당시 정권의 밀어부치기 식 성과주의 정책에 충격을 받고 의권을 지켜내려면 사회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보건의료정책의 수립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정치적으로 힘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각성한 것이다.

'의협의 정치세력화'란 담론이 공개적으로 천명된 것은 2001년 11월 18일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에서 였다.

의약분업 투쟁의 선봉에 서면서 대한의사협회 최초의 직선 회장으로 선출된 신상진 회장은 이 궐기대회에서 '의협의 정치세력화' 선포식을 열고, 각 정당과 정부의 정책에 의료계 현안이 반영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대외협력위원회를 처음으로 결의했다.

보건의료정책 결정과정에서 의협이 주체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2002년 3월 총회에서 대외협력위원회가 실행기구로 출범했다. 이로써 2002년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의료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했으며, 17대·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시도지부를 통해 의사출신 후보자 지원에 발벗고 나서면서 이후 정치세력화의 기본적인 규범이 세워졌다.

이후 총선과 대선은 의협의 정치적 역량을 시험하고,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였으며 정치세력화의 실전장이 됐다. 총선에서 의료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국회의원이나 의사 출신 국회의원의 당선을 조력해 의료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우호적인 정치인을 확보하는 것은 정치세력화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같은 척도는 정치세력화를 좁은 의미로 받아들게 하는 측면도 있었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적게 나오면 정치세력화의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등 그동안의 노력이 평가절하됐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의사들이 입법기관에 진출하거나 친의료계 인사를 당선시켜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합리적 의료행위를 입법화하거나 불합리한 법개정을 막아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지향해야 할 목표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총선이든 대선이든 선거과정을 통해 의사들의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정당과 후보들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에서 부터, 의사와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알리는 것은 의사들의 정치역량을 더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계 뿐 아니라 의료계 밖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의협 집행부의 정책제안서는 과거와는 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의협의 정책제안서를 구체화하고 있는 의료정책연구소는 '제20대 대선 보건의료정책 챌린지'를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정책 제안을 받는 이벤트를 벌였다. 

그동안 의료계 내부의 공론을 통한 현안 중심의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회원 뿐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국민 입장에서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정책 제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다른 직능단체와 마찬가지로 집단구성원의 경제·사회·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익단체이다.

따라서 구성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 제안이 최우선 돼야 하지만 공익적 가치집단으로서의 속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민'을 고려한 이번 집행부의 대선 전략은 확실히 차별화된 전략으로 읽힌다.

의사단체의 전문지식과 정보를 담은 정책내용이 집단이익만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사항을 반영해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한다면 의협의 정책제안서가 이번 대선 후보들의 주요 보건의료정책 공약으로 수용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방법론에서도 과거와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정책제안서를 각 당 후보들에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선 후보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각 당 중진 등에 직접 브리핑하고, 예산까지 담은 선거공약 매니페스토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을 고려하고 방법론도 진일보한 의협의 대선 대비 전략이 의협과 의사의 정치적 위상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위상도 한껏 높일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도약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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