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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K 방역과 Narcissism
K 방역과 Narcissism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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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복귀 선언 국가, 코로나 사태 가장 중요한 핵심 명확히 인지
K 방역, 과도한 자부심 국가적 차원 자기애적 성격 장애로 발전

추석 연휴 직전 우리나라의 지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시 코로나 사태 관련 정권에 대한 자화자찬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았다. 아마도 짧고 굵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판단이 틀렸음에도 이를 적당히 뭉개고 지나가려는 시도로 추측된다. 

이런 빠른 속도가 가능한 것은 의료인과 접종 관련 행정인력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 한 것임에도 여전히 정권의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의 보건의료 정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짧은 진찰 시간을 만들어 냈고 이런 문화에서 접종 소요 시간도 짧아서 일일 접종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많을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평소 의사의 짧은 진료를 탓하던 정부가 이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런 점을 보면 선전과 설전에 능한 좌파 정권의 특색을 보며 정권이 보여주는 두꺼운 얼굴에 무기력감과 좌절감마저 느낀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될 때 우리나라의 훌륭한 방역으로 머지않아 곧 종식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불과 일주일 만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도 정권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K 방역에 대한 칭찬을 홍보하고 선전하고 있다. 아무도 칭찬을 해 주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해야 하는 일인지 어이가 없다. 

일찌감치 코로나와의 싸움은 국민이 대상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임을 간파한 나라들은 우리나라가 색출·격리·차단의 K 방역이라는 자기최면에 걸려 있을 때 부지런히 백신을 개발하고 확보해 바이러스와의 능동적인 전쟁을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권 차원에서 코로나와의 싸움을 국민에 대한 통제방식으로 전개했다. 감염의 확산 이유를 반정권 세력이나 특정 집단으로 매도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은 무관용으로 처리하겠다고 겁박도 자주 했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은 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다. 순종적인 동아시아적 국민 정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권의 입장을 착실히 따라주었다. 비록 개인의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 휴대폰 추적이나 개인정보의 유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라는 중 장기적 싸움을 선포한 일부 나라들은 벌써 방역 해제를 선언하고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 중 자기 나라의 영문 표기의 첫 글자를 따 U 방역, D 방역, A 방역이라고 스스로 호칭하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우리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나라는 물백신을 계속 뿌려대는 중국이나 한 명의 코로나 환자도 없다고 자랑하는 북한 정도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권은 자신들이 하는 유치한 자기 자랑에 대한 부끄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좀처럼 자신들의 실수나 틀린 정책적 판단에 대한 반성이나 솔직한 인정과 같은 성숙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역사적 사안이나 과거의 정권에서 일어난 부정적인 사안에 대하여는 비난과 함께 매우 늦은 정부 차원의 대리 사과는 잘 써먹고 있다. 착한 정권처럼 비추어지는 착시현상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출중하다. 

이런 현상은 세계 최고의 접종 속도를 보인다고 여전히 잘난 체를 멈추지 않고 있는 현 정권이 아직 자기도취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기애적 성향이 매우 강한 집단임을 시사하고 있다. 코로나 관련 보건 정책을 보면 정권이 습관적으로 떠들어 대는 민주주의 구현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엄청난 사망자를 낸 유럽이나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코로나 사태로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이나 섣부른 법적 개입도 자제했다. 이미 일상 복귀를 선언한 접종 목표 달성국가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지하고 단기적 성과보다는 더 근본적이고 끈질긴 싸움에 대한 대비를 잘한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의 경험인지 큰 싸움에 대비한 정책 수립에서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K 방역의 가치가 진정으로 주목받으려면 이제 최소한 코로나 감염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수준이 돼야 할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국산 치료제가 임상시험에 돌입했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무엇인가 기대를 해도 좋을지 아니면 또 다른 자화자찬의 모습인지 혼란스럽다. 

정권의 치적에 대한 자화자찬의 위험성은 국민 정서도 점차 자기애적 성향으로 이동될 수 있다는 사실과 이것이 국수주의와 결합 되면 무서운 집단주의나 과도한 민족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사태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식민의 경험과 전쟁 그리고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에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에서 우리가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 회복과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성과에 대한 자긍심을 함양시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자부심이 국가적 차원의 자기애적 성격 장애로 발전되어 자신의 위상과 위대함에 대한 과장이나 과도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칫 타인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배려나 공감 부족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Narcissism은 인격장애로 치료제도 없다. 대부분의 성격 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해 정신과적 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나 국가적 차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집단적인 자기애적 성격 장애는 개인과 달리 집단적인 노력에 의한 변화가 가능하기도 하다. 소의(小醫)는 질병을, 중의(中醫)는 사람을, 그리고 대의(大醫)는 사회를 치료한다는 동아시아적 전문직업성은 바로 지금과 같은 사회병리의 조짐이 보일 때 전문직이 해야 할 역할을 잘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정권이 만들어 낸 자기애적인 사회병리 현상에 대해 전문직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냉철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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