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의사협회 까칠해져라
의사협회 까칠해져라
  •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24 06:00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딘 칼로 애쓰지 말고 까칠하고 날카로운 칼로 승부수를 날려라"

대한민국에서 대한의사협회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대한민국 전 영역에 끼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덩치만 비대한 공룡 같은 존재일까? 2021년 대한민국 의사수가 13만명을 넘는다. 

의사협회 예산이 466억원이다. 이중 의사협회 신축예산을 제외하면 250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액수의 예산이다. 많은 회원 수와 큰 예산을 집행하는 의사협회가 격에 맞게 좀 까칠해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난 좀 까칠한 사람이 좋다. 

까칠함에는 묘한 힘과 매력이  있다. 물론 까칠한 것과 무례한 것은 차이가 있다. 무례한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노땡큐다.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전문성을 위협하는 인사들에게 까칠할 필요가 있다. 내부적으로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를 한 회원들에게 까칠해야 한다. 무관용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징계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지만 불편해도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까칠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하는 대학병원에 대해서도 까칠해야 한다. 대학병원이 외래 진료를 확장하며 돈벌이에 앞장을 선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토론회를 통해 해당 대학병원의 일탈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까칠하게 파헤치고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 역사에 오점을 찍는 행위들을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정치권에 기대어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인사들에게도 까칠할 필요가 있다. 자리와 위치에 따라 말을 바꾸고, 의료현장을 위협하는 법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설사 의사출신일지라도 싸한 냉기를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의사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위협하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주장하는 인사들은 아예 상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황당한 인기몰이 정책으로 의료시스템을 혼란하게 만든 인사들, 정치로 의학을 위협하는 인사들은 의사협회 기관지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비판해야 한다. 모든 행사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리고 백서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그들의 행적을 알려야 한다. 

의사협회 임원들이 여러 악법 저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겠지만 번번이 여러 악법과 정책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협회장과 상임이사들 몇 명의 1인 시위로는 13만 의사회원들의 생각을 전하기에 역부족이다. 지금 국회 앞에는 매일 수 없는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많고 많은 1인 시위중의 한 명일 뿐이다. 의사협회지와 일부 의료 전문지에 사진만 나왔지, 국민이 보는 일간지에는 기사조차 나오지 않는다. 뭔가 까칠한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많은 예산을 가지고 뭔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회의만 하고 위원회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으샤으샤한다고 단합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의사협회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홍보활동이다. 

의외로 많은 외부인들이 의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의사들에 대한 정보나 의학정보를 찾고 있다. 홈페이지의 생명은 최신 정보와 자료의 업데이트다. 하지만 의사협회 홈페이지의 정보는 2019년에서 멈춰 있는 곳이 많다. 의사협회의 얼굴이자 가장 강력한 홍보 수단인 홈페이지가 녹슬어 있다. 의사협회의 병들고 허약한 상태를 여과없이 보여 주고 있다. 다른 나라 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고, 디자인은 어떻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모든 단체가 힘을 얻으려면 내부적 합의를 이루고, 외부적으로는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내부적 합의와 외부의 정당성 획득은 홍보를 통해 이뤄진다. 요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만남이 어렵다는 소문이 들린다. 의사협회는 그들을 만나려고 하지 말고 까칠한 주장을 해 보길 바란다. 먼저 만나자고 다가 올 것이다. 

의사협회 행사 때마다 누가 왔네 하며 허세부리지 말고, 사탕발린 몇 마디에 속지도 말아야 한다. 의사협회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남은 것은 까칠함을 보여 주는 것 밖에 없다. 홍보 방법을 배우고 실행에 옮겨라. 까칠한 논객의 발언이 언론을 장식하고, 때로는 국회와 정부를 움직인다.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분노에 찬 회원들의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전해 줄 까칠한 홍보를 해 주길 바란다.

까칠한 면을 보여주는 시민단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떤 방법을 사용해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찾아가서 배웠으면 한다. 아니 돈을 들여서라고 까칠해지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홍보 전문가나 활동가를 불러 비밀과외라도 받아 보기 바란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서 사용할 수는 없다. 무딘 칼로 애쓰지 말고 까칠하고 날카로운 칼로 승부수를 날려라. 버벅거리는 의사협회는 가고 까칠하고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전문가 단체로 발전해 갔으면 한다

의사협회 까칠해 져라. 까칠함 속에 숨겨진 카리스마(Charisma)를 찾아라.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