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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노·정 합의 빠른 실행?...실현 가능성 의문제기 '봇물'
초점 노·정 합의 빠른 실행?...실현 가능성 의문제기 '봇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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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개정 및 예산확보, 의료계와 협의 등 과제 '첩첩산중'
여당·정부, 노조 파업 막기 위해 무리한 요구 덮어놓고 수용?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지난 2일 새벽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가 노조의 파업 철회를 전제로 작성한 합의문을 두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합의문의 골자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처우 개선 등'으로, 관련법 개정과 예산확보, 그리고 의료단체와의 협의 등이 필수여서 양측의 합의만으로 이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노조가 코로나19 최일선에서 희생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갈 길이 바쁜 여당과 정부에 파업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했고, 여당과 정부는 파업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노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버렸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의협 "파업 무마용 공수표, 실행 가능성 의문...9·4 의정합의 위반"

합의문을 접한 대한의사협회는 즉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합의내용에 의사증원과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 진료지원인력 면허 범위 등이 포함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전국의사 총파업 당시 파업 철회를 전제로 양측이 합의한 '9·4 합의'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양측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도 등 의사증원 문제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노·정 합의문에 의협의 동의없이 해당 사항을 넣자 당사자인 의협은 "독선적·반민주적 행태"라고 지적하면서 "노·정 합의사항을 의협과 협의없이 추진할 경우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전문과의사회장을 지낸 A전 회장은 "이런 중요한 사안을 당사자인 의사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합의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아무리 노조 파업을 막는 것이 급했더라도 설득하면서 뺄 것은 뺐어야 한다. 이러니 의료계가 여당과 정부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B 시도의사회 임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사 수를 늘리고 공무원화하려 했던 여당과 정부, 이에 동조했던 보건의료노조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면서 "의사들 빼고 할 수 있으면 해보라, 파생되는 사태에 대해 책임 질 각오가 돼 있다면..."이라고 했다.

의료법 등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여야 "쉽지 않은 과제" 인정

보건복지부는 합의사항을 당정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이행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관련법 개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 의료계는 물론 정치권의 시각이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서는 여야는 물론 의사 등 유관 직역, 시민사회계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런 동의를 위해서는 관계자들이 크고 작은 양보를 해야 하기 때문.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공공의대 설립, 국립공공의학전문대학원, 지역의대 증설, 의대정원 증원 등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대와 그때마다의 정치권 상황 등으로 제대로 심사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도 관련 의료법 개정안 등이 10여개 발의됐지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인력 증원 필요성에 대한 합의는 의미가 있고, 여당은 합의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라고 인정했다.

야당 관계자도 "의료인력 증원은 의대 신설이나 의대정원 증원이 해결책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0여 개의 법안을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발의했다"면서 "그런데도 상임위 법안심사 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데는 의료계의 반대도 있지만, 정치권 상황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러 입법과정을 지켜봤던 의협 전 임원은 "관련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대다수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구의 의대 신설이나 의대정원 증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때문에 선거철만 되면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법안 발의 의원이 재선을 위해 무리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비난에 가까운 비판이 반복됐다. 앞으로도 그런 양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예산 확보, 가능한 걸까?...지자체 합의·기재부 설득 '높은 산'

천문학적 소요예산 확보도 난제다. 정부와 견해차가 있지만 의료계 주장에 따르면 의대 하나를 설립해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 3000억원 이상 설립 예산과 매년 추가운영예산이 필요하다. 국공립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데도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대대적인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가늠할 수 없는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일단 국민 동의를 토대로 국회와 지방의회의 의결이 필수다. 이 벽을 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협의, 그리고 예산을 분담할 지자체와 협의 과정에서 잡음이 없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예산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특히 규모가 작은 지자체들 상당수는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사업예산을 제대로 지출하지 못하거나 삭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예산 편성 주체인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얻는 일도 사업 부처로서는 아주 어려운 숙제다.

실제로 많은 입법과 정책·제도가 기재부의 예산 지원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보건복지 분야만 보더라도 국민건강보험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건강보험재정 국고지원율 20% 약속이 수년째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추진 재원 마련을 위한 보건복지부의 요구는 여전히 기재부에 의해 묵살되고 있다.

의협 임원으로 일했던 관계자는 "의료계와 여야, 보건복지부가 어렵게 협의해 추진하려던 입법이나 정책·제도가 예산 확보로 묻혔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면서 "그때마다 기재부를 성토하는 여야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 보건복지부의 불만과 탄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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