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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 강행...30일 본회의 통과 '임박'
거대 여당, 수술실 CCTV 의료법 개정안 강행...30일 본회의 통과 '임박'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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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본회의 의결 '기정사실화'...여야, 언론중재법 개정안 놓고 충돌 '변수'
설치 대상 축소·촬영 범위 제한·설치 비용 지원 등 반영...유예 2년 동안 세부 규정 손질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대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의결을 앞두고 있다.

범 의료계의 큰 우려해도 내년 3·9 대선을 겨냥해 환자·시민 단체 등 국민 여론을 의식한 거대 여당의 입법 행보는 거침이 없다. 의료계는 의료인에 대한 인권 침해와 의사-환자 간 불신 조장을 비롯해 필수 전문과 기피로 인한 국민 건강권 침해 등을 들어 입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나 여당은 야당의 퇴장 속에 법제사법위원회 단독처리를 강행했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여당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입법 강행의 제물이 됐다는 평가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해당 개정안을 민생·개혁법안으로 규정, 8월 국회 내 처리 방침을 세우고 지난 19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 상정을 추진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법안소위를 단독으로라도 개최해 표결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의료계와 야당의 반대와 강행 처리에 부담을 느껴 19일 법안소위 단독 개최는 포기하는 듯 했지만 환자·시민 단체의 비판 여론에 부담을 안고 있는 야당을 설득, 23일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 의결을 추진했다.

여당은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한지 하루 만인 24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을 법사위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최소 5일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도 여야가 합의했다는 명분을 앞세워 무시했다.

24일 열린 법사위에서 여야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의료법 개정안은 제대로 심사하지도 못했다. 여당은 언론중재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채 법사위 전체회의 차수까지 변경하며 25일 새벽 단독으로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도 여당의 국회법 무시는 재현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25일 새벽 법사위를 통과한 상황이어서 같은 날 열리는 본회의 상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 하지만 여당은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가 있을 시 가능하다는 관례를 빌미로 당일 상정을 추진했다.

여당의 무리한 당일 본회의 상정 시도는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의 국회법 준수 원칙을 고수하면서 불발됐다. 현행 국회법 '93조 2'는 법사위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해당 법률안을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야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의료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의료계는 대선을 의식한 여당의 의료법 개정 밀어붙이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대의원회·시도의사회·전문과의사회 등은 물론 대한병원협회와 임의단체들까지 나서 여당의 입법 강행을 강력히 비판하며 의료법 개정안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일부 의료단체는 입법 저지를 위해 물리적 행동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30일 본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부 여당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과 반발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여당은 의료법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한 수술실 내 CCTV 설치 및 촬영으로 인한 우려와 문제점을 최대한 법안에 반영했다면서 각계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회의 상정 CCTV법...설치·촬영 2년 시행 유예

본회의 심사·의결을 앞둔 문제의 의료법 개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CCTV 설치는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이 아닌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수술실 내로 범위를 한정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토록 했지만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의식이 없는 환자의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수술실'로 설치 범위를 좁혔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이 부분 마취나 국소 마취 등을 하는 소규모 수술실을 운영 중인 상당수 의료기관은 CCTV 설치 및 촬영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개정안 시행 시기 역시 공포 2년 후로 유예했다. 이 기간 동안 수술실 CCTV 설치 및 촬영 기준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비,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개정안 시행 유예기간 역시 환자단체 등은 공포 후 즉시 시행을 요구했지만, 6개월과 2년을 두고 고민하던 여야 보건복지위원들은 2년으로 결정했다. 충분히 설치 시한을 주고, 먼저 설치·운영하는 의료기관(국공립)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수정·보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지자체 설치 비용 지원...녹음 금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CCTV 설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일관되게 설치 비용 국가 지원에 반대했다. 그러나 여당은 설치 비용 부담 문제가 개정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점과 정부와 지자체가 설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 법안을 수정했다.

녹음 의무화 조항도 삭제했다. 환자가 녹음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의료인이 동의해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촬영 의무 예외 요구 반영...응급·고위험·전공의 수련 저해 등 제외

의료계의 촬영 의무 예외 요구도 반영, ▲의료기관 장이나 의료인이 수술이 지체될 경우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 질 것이라 판단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수술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른 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은 환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촬영 의무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촬영 의무에서 예외로 할 수 있도록 위임 규정을 신설, 향후 정부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예외 유형과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상 보존기간 30일·열람 범위 제한, 열람 비용 환자부담...세부사항 '보건복지부령' 위임

녹화영상 보존기간 역시 의료기관의 여건을 고려해 '촬영 후 30일'로 정했다.

영상 열람 또한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한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이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업무 수행을 위해 요청한 경우, 수술에 참여한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동의한 경우로 제한했다. 열람을 허용한 사례 외에 영상을 탐지하거나 누출·변조 또는 훼손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처벌토록 했다.

열람 비용은 열람을 요청한 환자가 부담토록 했다.

아울러 포괄적으로 CCTV의 설치 기준, 촬영의 범위 및 촬영 요청의 절차, 영상정보의 보관기간, 열람·제공의 절차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개정안 시행이 유예되는 2년 동안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간 세부 규정을 정하기 위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여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하고, 합리적으로 지적한 내용을 개정안에 대폭 반영해 수정안을 만들었다"면서 "2년이라는 시행 유예기간 동안 의료계와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폭넓고 세심하게 수렴해 보건복지부령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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