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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벽오지 진료실 근무의사 폭행 무방비…의료진 안전 '빨간불'
단독벽오지 진료실 근무의사 폭행 무방비…의료진 안전 '빨간불'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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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행사한 환자와 같은 마을서 생활…경찰 보호 못 받는 치안 사각지대
섬에 고립된 의료진 불안…지역의사회, 지자체에 "안전장치 마련" 적극 대응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벽오지인 섬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환자에게 언어 폭행 및 물리적인 위협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벽오지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보안 요원은 물론 경찰서와 핫라인으로 연결된 콜벨 시스템이 없어 무방비 상태에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이 섬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100병상 규모의 A 병원이 유일하다. 5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100여명이 입원하고 있는 A 병원에는 공중보건의사 6명(한의사 1명 포함), 계약직 의사 4명, 간호인력 50여명, 행정직원 1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병원이 하나 밖에 없다보니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주민들에게 언제 또다시 폭언 및 폭행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공보의란 신분 때문에 섬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다보니 근무시간은 물론 일상 생활을 하면서 언제든지 폭언 및 폭행을 가한 주민을 만날 수 있다. 한 마디로 24시간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

A 병원에는 진료 중에 환자(주민)로부터 폭력과 폭행을 당한 공보의가 여럿 있지만, 병원 측은 물론 병원을 관할하는 행정부에서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B 의사는 최근 의협을 방문, A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진 폭행 실태와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지 상황을 전했다.

B 의사는 최근 섬에 거주하는 환자 C 씨를 진료했다. C 환자는 기존에 처방 받던 약이 변경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진료실을 찾았다. B 의사가 약 변경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원하면 원래대로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지만 C 씨는 좀처럼 화를 삭히지 못했다.

B 의사는 C 씨가 원하면 다른 진료과에 협진을 의뢰, 진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으나 이 또한 거부했다.

C 씨는 갑자기 화를 내면서 B 의사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물리적인 힘을 가했다.

C 씨는 "나이도 어린 놈이 XX. 왜 나한데 답답하게 얘기하냐" 등 고성과 비속어를 연이어 내뱉었다.

위협을 느낀 B 의사는 "나가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C 씨는 B 의사를 밀치면서 위협을 가했다. 다행히 B 의사는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 

B 의사는 "자신 외에도 이와 비슷한 폭력을 경험한 공보의들이 많다"며 "새로 파견 나오는 공보의들에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인수인계 사항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위협을 가한 주민(환자)과 같이 생활하다 보니 솔직히 겁이 난다"는 B 의사는 "늘 위험 앞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섬이다 보니 경찰서도 없고, 보안요원도 없어 두려움과 공포가 크다"고 털어놨다.

병원 경영진과 관할 행정부에 진료실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지만 이렇다할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B 의사는 "보안요원을 배치하고, 경찰서와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콜벨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라며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곳 섬뿐만 아니라 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 대부분이 안전 장치 없이 무방비로 진료하고 있다"며 "관할 행정부에서는 전국적으로 실태를 파악해 공보의는 물론 간호 인력과 종사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사실을 접한 전라남도의사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진료실 내에서의 의료진(공보의) 폭행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나섰다.

전남의사회는 B 의사가 근무하는 병원 등을 통해 즉시 피해 정황을 확인하고, 현지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경영진은 보안 요원을 채용하고, 경찰서와 콜벨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병원 측이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협과 함께 보건복지부에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의협은 진료실 내 폭행 방지 내용을 담은 포스터 30장을 해당 병원 측에 전달, 마을 곳곳에 부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역의사회에서 현지 병원을 방문하고, 안전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진료실 내에서 의료진의 안전이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병원 내에 보안 요원(안전 요원)이 배치됐는지, 그리고 경찰서와 콜벨 시스템을 갖췄는지 지속해서 확인할 것"이라고 밝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보건복지부에 항의 공문 발송은 물론 지역의사회와 연계해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다른 환자를 위해서라도 취약지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진료권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취약지 공보의들과 의료진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로 진료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해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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