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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8.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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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로 방역기준 책정, 이제는 달라져야…"

최근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파고 들어온 지 벌써 1년 반이다. 2021년 7월 말 현재 우리나라는 4차 유행을 겪고 있다. 지난 주 신규 확진자 수는 거의 2000명에 육박하기도 했고, 매일 13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총 누적 확진자가 20만명에 이르다 보니, 필자 주변 사람 중에도 벌써 여러명이 확진을 받았다.  

작년 초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전의 메르스처럼 몇 달 유행하다가 없어질 병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당시엔 대통령도 코로나가 곧 종식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작년 여름 2차 유행이 찾아왔다. 확진자가 441명까지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니 줄어들었다.

그러나 겨울에 더 큰 유행이 찾아왔다. 1240명까지 올라갔지만, 또 한 차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감소했고, 백신이 개발됐다는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금년 상반기에는 다소 더디지만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었고, 6월에 이르러서 정부는 곧 일상으로의 복귀를 예고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또 빗나가 이번 여름 4차 유행이 찾아왔고, 그 파고는 이전보다 더 높다. 

그 결과 현재 사상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중이다. 6시 이후에는 3명이 함께 식당에 갈 수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고,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으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자영업자들은 4단계 조치에 항의하고 있고, 그룹 운동시 120 BPM이상의 음악을 금지하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거리두기 기준들은 외신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2주씩 연장되는 거리두기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총리의 입에서 '희망고문'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도 나왔다. 

7월 26일 총리는 이달 말쯤에는 어느 정도 정점을 찍고 하루 확진자 1000명 수준에서 관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이미 하루 1000명은 기본이 되었고, 이것이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1차적인 목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작년 1차 유행의 피크는 441명이었고, 2차는 1240명이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증상여부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격리된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는 자가 격리된다. 많은 확진자들은 무증상 또는 경증이지만, 이 연쇄적인 격리 정책으로 인해, 일터가 갑자기 셧다운 되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돌봄 문제도 생긴다. 하루에 1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있다면, 이로 인해서 영향 받는 사람은 수천 수 만명이고, 이것이 몇 달간 누적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필자는 지난 6월 초부터 장기 연수차 미국에 와서 두 달 째 지내고 있다. 현재 이곳에선 마스크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이상하게 볼 정도이고, 공항이나 병원 등 아직 마스크 착용이 강제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쇼핑몰·마트·식당·공연장 같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모임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7월 25일 현재 최근 델타변이로 미국의 코로나 감염자 수는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아직 증가하지 않고 있다. 백신은 약국에 가면 아무 때나 바로 놔주지만, 백신 접종률은 1회 접종 기준 57%, 2회 접종 기준 49%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확진자 및 사망자의 99%는 백신 미접종자였다고 한다. 

백신 접종률이 60∼70%에 이르는 이스라엘·싱가포르·영국 등은 방역 정책을 변화시켰다. 이스라엘은 6월 1일에 이미 출입국 제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한을 없앴는데, 최근 확진자 증가에도 사망은 거의 늘지 않고 있으며, 실내 마스크 착용 정도만 다시 권하고 있는 정도이다. 싱가포르는 7월 5일부터 더 이상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으며, 감염자에 대한 추적도 중단하고, 여행과 모임제한도 풀었다. 확진자수는 최근 다소 증가했으나 사망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최근 확진자 수가 하루 6만명을 찍던 금년 초의 피크 수준인 5만명 대로 올라갔음에도 사망자의 증가는 소폭이었다. 영국도 7월 19일부터 실내 마스크 의무, 모임 제한 등의 규제를 모두 없앴다. 즉, 이 나라들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확진자는 늘었으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위중증자나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이는 백신이 델타 변이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는 다소 떨어진다고 하지만, 사망이나 중증화 예방 효과는 최소 90%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이제 겨우 1회 기준 33%, 2회 기준 13%정도 수준이다. 백신이 확보되지 않아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적은 만큼, 당장 이스라엘·싱가포르·영국·미국 등이 취한 조치를 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하루 20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의 폭증에도 사망자는 1∼3명 정도이며 거의가 고령층에 기저질환자들이다. 전반적인 백신 접종률은 높지 않으나, 중증화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백신 접종이 이미 이뤄진 효과라고 보여진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생기는 여러 다른 문제들이 보고되고 있다. 암 검진을 덜 받으면서 암진단자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암진단이나 치료가 지연되면 이로 인한 초과 사망이 발생할 것이다. 작년 <Lancet oncology>에 발표된 영국의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암진단이 지연됨으로 인해 유방암·폐암·식도암·대장암으로 인해 추가되는 사망자가 영국에서만 5년간 약 35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 영향 등은 차치하더라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이들의 발달 문제,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만 해도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 감염자나 사망자수만 일차원적으로 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8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고, 하루 평균 암으로 222명, 심장 질환으로 85명, 폐렴으로 63명, 자살로 37명이 죽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하루에 170명정도로 추산되지만, 우리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 금지 같은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잘 모르는 신종 전염병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하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1년 반이 지나 코로나19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현재, 다른 보건의료문제들과 비교해서 그 대응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 방역 정책의 기준은 일일 확진자 수이다.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독성은 약화되고 전염력은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변이는 계속 나올 수 밖에 없고, 이후에 나올 변이들은 전염력이 더 강할 것이다.

또한 영국, 이스라엘처럼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더라도 경증 감염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확진자 수에 따른 현재의 방역 기준을 고수하면 봉쇄는 영영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고위험군에서는 접종이 거의 진행됐고, 앞으로 몇 달이 지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받을 것이라 확진과 사망은 서로 다른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와 보건의료체계가 감당가능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수가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방역 수준을 결정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조금 빠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지금부터 열린 논의는 필요하다. 지금의 방역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출구 전략을 잘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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