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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수술 후유증 있다고 무조건 의료과실 아니다
척추수술 후유증 있다고 무조건 의료과실 아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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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료진 과실·설명의무 위반 없는데도 환자 측 손배청구 '불인정'
"수술 특성상 후유증 발생, 과실 추정 할 수 없어...의료과실 아니다" 판단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법원이 척추수술의 특성상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사정만으로는 대학병원 의료진의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그리고 수술 후 예상되는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인한 출혈, 신경 손상 등 신경계 합병증, 마비 증상, 정신과적 증상 발생 등의 지속 또는 재발 우려에 대해 설명한 사실이 있다면 설명의무 위반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6월 22일 척추수술을 받고 후유증 및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가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환자는 2008년 11월 9일 낙상사고 이후 요통 및 양 하지 저림과 좌측 상지 저림 등의 증상이 지속돼 2010년 7월 6일 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낙상 사고 직후 시행됐던 A환자의 MRI 검사 결과상 경추 5-6번, 6-7번 추간판탈출증과 요추 3-4번, 4-5번 척추전방전위증 및 이로 인한 신경압박 증상이 있어 MRI 재검사 및 수술이 필요하다고 봤다.

병원 의료진은 2010년 9월 7일 A환자의 양측 하지의 저림등에 대한 근전도 검사를 시행한 결과, 경추 5-6번, 요추 2-5번 신경병증 소견을 확인했다.

또 2010년 9월 29일 다른 병원에서 시행한 척추 MRI 검사 결과, 요추 1-2번 추간판탈출증, 심각한 요추부 척추증 및 퇴행성 변화, 요추 2-3번 추간판탈출증, 요추 4-5번의 전방 전위 및 이로 인한 신경근압박 소견이 확인됐다.

A환자는 2010년 10월 13일 요추 1-2번 '추간판탈출증', 요추 4-5번 '척추전방전위증'에 대한 수술을 위해 B대학병원에 입원했고, B대학병원 의료진은 이틀뒤 A환자에게 요추 1-2번 전방요추체간유합술 및 요추 4-5번 후방요추체간유합술(이 사건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A환자는 척추수술 후 탈장, 혈종, 신경손상, 발기부전, 복통 등에 대해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B대학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A환자는 ▲B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중 신경근을 손상해 탈장을 일으킨 과실이 있고 ▲절개성 탈장을 단순 혈종으로 오진해 방치한 과실이 있으며 ▲강제 퇴원 및 전원조치를 했는데, 이는 B대학병원 의료진의 오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 수술로 ▲우측 하지동맥 말초 혈관 색전증 및 복막혈종 ▲상세불명의 폐색 또는 괴저가 없는 복부 탈장, 상세불명의 복부, 아래 등 및 골반 부위 신경 손상 ▲항문조임 기능 이상 ▲흉추 10-12번 신경 손상, 제1천추 신경근 손상 ▲발기부전 ▲방광기능 손상 ▲창상 탈장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B대학병원 의료진이 이를 방치해 현재 급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 전 수술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수술 후 극심한 복통 및 다리 마비 증세를 호소했음에도 빠른 시간 내에 회복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A환자는 B대학병원 의료진이 3억 7740만원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 재판부는 A환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 변론이 종결된 후 청구금액을 추가로 2억원 증액한 청구취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이 의뢰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사실조회 결과 등을 고려했을 때 A환자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수술 및 진료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정의가 이 사건 수술 후 신경근 손상이 발생했거나, 혈종 발생으로 인한 신경근 압박 등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는 했으나, 이는 이 사건 수술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뿐, 이런 후유증 발생에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병원 의료진이 최선의 조치를 다하더라도 척추수술의 특성상 A환자가 주장하는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런 사정만으로는 병원 의료진의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A환자의 하지 통증과 하지 저림 증상에 대해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것은 적절한 처치였고, A환자의 통증 호소에 대해 병원 약물처치를 한 것은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봤다.

또 "이 사건 수술 후 우측 하지동맥 말초 혈관 색전증, 제1천추 신경근 손상, 발기부전 등의 합병증에 대해 즉각적인 수술적 치료를 요할지는 당시 판단하기 쉽지 않았고, 추가적인 수술 후에 향상된 예후를 얻을지에 대해서도 확실치 않았다"는 감정의의 판단을 인용했다.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병원 의료진이 A환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수술 후 예상되는 합병증, 정신과적 증상 등에 대해 설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환자가 이 사건 수술 직후 빠른 시간 내에 회복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병원 의료진이 A환자에게 빠른 시간 내에 회복 수술을 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진료기록감정결과와 각종 증거로 볼 때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음에도 환자 측에서 변론종결 후 청구금액을 2억원 이상 증액해 청구취지를 변경하려 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손해배상 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청구취지 변경신청은 불허하고 환자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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