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업 의사 고별 인터뷰 "오늘 소청과 의사 가운 벗습니다"
기획 폐업 의사 고별 인터뷰 "오늘 소청과 의사 가운 벗습니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31 06:00
  • 댓글 1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 근무시간 조정·정부 선지급 제도 다 동원했지만 역부족"
지역 맘카페 "우리 아인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걱정·아쉬움
5월 28일 경기도 용인시 소제의 한 소아청소년과 출입문 앞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폐업을 3일 앞둔 이 병원 원장이 오전 진료를 마친 후 원내를 둘러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소아청소년과 출입문 앞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폐업을 3일 앞둔 A원장이 오전 진료를 마친 후 원내를 둘러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그동안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환자 진료를 마친 뒤, 폐업 예정 문구가 적힌 안내지를 떼어냈다. 오늘은 5년째 운영한 소아청소년과의원 문을 닫는 날이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는 아이와 보호자들이 여러 명 다녀갔다. 동네 맘카페에 올라온 소청과 폐업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왜 가시는 거냐", "이제 우리 아이는 어디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나"는 질문과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답변이 오고 갔다. 병치레를 많이 한 소아 환자들, 첫째 아이부터 셋째 아이까지 손을 잡고 병원 문을 연 보호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처음 개원했을 때만 해도 사정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의원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건 3년 차부터다. 저출산의 타격으로 줄기 시작한  환자는 4년째에 바닥을 쳤다. 소청과는 비급여 처치나 술기가 거의 없어  보험진료가 수입의 대부분이다. 즉, 보험환자를 얼마나 진료했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소청과의사회 등에서 진료 영역을 넓히고, 정부에 소아 귀 내시경 수가나 육아 교육 등의 상담료를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타과에서 저수가로 인해 '3분 진료'를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소청과는 '3분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환자는 아이 하나지만 보호자까지 상대해야 한다. 육아 교육 전문가를 만나기 어려운 부모들은 소청과 의사들에게 궁금한 내용을 1부터 10까지 물어본다.

이런 와중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올해 3, 4월에는 적자가 수백만 원씩 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자는 생각에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줄여보기도 하고, 보험당국에서 진행한 선지급 대출제도도 이용해 봤다.

지난해에 독감 백신 접종을 하면서 사정이 잠시 나아진 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과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일단 소청과 간판을 떼고, 일반의원을 생각하고 있다. 비급여가 거의 없어 환자 수에만 의존해야 하는 소청과는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되더라도 가망이 없다.

전공의 수련 4년과 펠로우 과정까지 밟았다. 상담을 제대로 하기 위해 국제 모유 수유 상담전문가 과정까지 밟았다.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진료했다. 어쩔 수 없이 폐업하지만 마음이 착잡하다.

경영 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앞두고 있는 A소아청소년과 원장의 사연이다.

소청과에서 폐업 선언은 더이상 놀랍지 않은 '월례 행사'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상당수 개원가가 경영 위기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인구 감소라는 사회 구조의 변화에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은 그야말로 말라죽고 있다.

[의협신문]이 5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전년도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소청과는 단 한 곳도 없다. 93.9%는 30% 이상 매출 감소를 호소했고, '50%가 넘는 감소를 겪었다'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러한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률 역시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소청과 의원급 개원 수는 2016년 137곳, 2017년 126곳, 2018년 122곳, 2019년 114곳, 2020년 103곳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폐업은 2016년 107곳, 2017년 125곳, 2018년 121곳, 2019년 98곳, 2020년 154곳으로 파악됐다.

2020년 처음으로 개원보다 폐업이 많은 역전 현상을 보인 것.

[의협신문]은 소청과의 어려운 현장 목소리를 듣고자 폐업을 하루 앞둔 A원장의 진료실을 찾았다.

A원장은 "소청과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나 국회에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환자와 보호자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소청과 진료의 특성상 저수가 속에 살아 남을 수 있는 방편인 '3분 진료'도 하기 힘들다. 비급여가 거의 없어  보험진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환자 수 감소는 생존에 치명적이다.

소아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성인환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타과에 비해 상대가치도 낮은 수준이다.

A원장은 "소청과 의사들은 일상적으로 모유 수유나 육아 상담·교육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상담과 교육을 해도 진찰료는 똑같다"면서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건강 지식을 교육하고 상담하는 역할에 대한 수가를 인정해 줘야 환자들이 마음 편히 요청할 수 있고, 의사 역시 더 즐거운 마음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소청과 의사들에의 역할에 대해 별도의 수가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힌 A원장은 "연령 가산으로 680%까지 적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원장은 "단순히 먹고살기 힘들다는 호소가 아니다. 소청과 의사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소청과 전문의와 전공의 가 상당히 줄었다. 이런 상황을 지속하면 소청과 동네의원은 보기 힘들 게 되고, 소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A소청과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지역 맘카페에서는 걱정과 안타까움을 표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폐업을 앞둔 A원장 소청과의원 인근 지역 맘카페에는 해당 의원 폐업 소식을 전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반응이 댓글을 통해 이어졌다. ⓒ의협신문
A소청과의원이 폐업한다는 소식에 지역 맘카페에는 "우리 아이는 이제 어디서 진료를 봐야 하냐"는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의협신문

이 지역 맘카페 회원인 K씨는 폐업 안내 문구를 찍은 사진을 직접 게시하며 "친절히 해 주셨는데, 자꾸 소아과들이 없어져서 아쉽다"고 알렸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ㅠ 다른 곳이 폐업해 옮겨서 잘 다녔는데, 또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 "소아과가 갈 곳이 점점 없어진다", "우리 삼형제가 꾸준히 다니던 병원인데 아쉽다", "폐업 전에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는 댓글들도 쏟아졌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A원장은 "실제로도 병원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보호자들이 많았다. 보호자들도 소청과의 어려운 사정을 많이 알고 있어서 놀랐다"면서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믿어주셨던 부분에 대해 다 보답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 아쉬워해 주시는 모습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끝으로 소청과 동료 의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겨달라고 요청하자 "그냥 힘내라는 말과 함께 당신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한 마디 더 붙이자면, 그래도 아직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 모두가 함께 좋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고별인사를 대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1-06-04 16:40:21
괜찮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더 뽑으면 됩니다. 공공의대화이팅 이러겠쬬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은 ㅋ

어흥 2021-06-01 17:42:01
소아과만일까요?
인구구조 변화와 현행 수가 제도 유지..이제 시작일 뿐이죠

현실은 2021-06-01 14:27:36
동네병원 폐업해서 아쉬워 하는 사람들도 진료수가 올리고 보험료 올리는데는 반대하지 않을까요... 가격은 정해져 있고 친절경쟁 강요하는 이상한 의료체계 입니다. 안하는게 답입니다.

바다요 2021-06-01 11:12:31
바지단 넣는데 5천원 ~
다친데 치료하는데 4000원 그러니 망할수 밖에ᆢ

소청 2021-05-31 21:31:40
마스크쓰고 손 잘씻으니까 미세먼지가 날라다녀도 아픈애들이 없네?
마스크쓰고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도 병에 잘 안걸릴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사람들이 아동병원/종합병원 가겠지요. 악의없는 제 전망입니다.
아이들 잘 보시던 선생님들은 어른은 더 잘보실겁니다. 의사가 뭐 밥숫가락 놓겠습니까.
아무튼 화이팅입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