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6 17:03 (화)
세브란스, 간·신장·뇌·폐 손상된 환자에게 간이식 성공
세브란스, 간·신장·뇌·폐 손상된 환자에게 간이식 성공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5.21 11:2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크모 적극 활용, 의식없던 환자 3개월 만에 건강하게 퇴원
의료진 "ECMO 달고 진행하는 뇌사자 간이식은 흔치 않은 사례"
ⓒ의협신문
소화기내과 이혜원 교수, 이복례 씨, 이식외과 이재근 교수(왼쪽부터).ⓒ의협신문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 40점으로 '최고 응급' 단계에 속해 의식까지 없었던 환자가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후 지난 18일 퇴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재근 교수(이식외과)와 간센터 이혜원 교수(소화기내과)는 간부전은 물론 신장 기능 저하, 뇌부종, 호흡 부전이 동반됐던 환자가 에크모(ECMO)를 활용한 간이식 수술 덕분에 3개월 만에 휠체어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이복례 씨(여·57세)는 유전적으로 B형 간염이 있었고, 2017년 간경화 초기 판정을 받았다. 올해 1월 중순 배 속이 더부룩하게 부풀어 오르고, 황달이 심해져 여수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2월 1일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급히 찾아 긴급 처치를 받았다.  다음날 간센터 이혜원 교수가 이복례 환자의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를 하니, 무려 40점으로 최고 응급상황이었다.

다행히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으로부터 뇌사자가 생겨 간이식이 가능하다고 통보받아, 응급실을 찾은 지 이틀 만에 장기이식센터는 이복례 환자에게 뇌사자 간을 이식하기 위한 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술 전날 이복례 환자의 의식과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뇌부종, 폐부종이 발생해 응급으로 투석을 시행했다. 뇌부종은 뇌세포 내외에 수분이 축적돼 뇌 부피가 커진 상태고, 폐부종은 폐에 지나친 양의 체액이 쌓여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료진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막고자, 이복례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시행하고, 산소 100%로 인공호흡기를 세팅했으나,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80% 정도로만 유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은 긴급 논의 끝에  ECMO(체외막산소화요법)를 이복례 환자에게 달고, 2월 3일 밤 11시 30분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7시간 30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에크모(ECMO)라고 불리는 체외막산소화요법은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포함시켜 다시 몸속으로 넣어줘, 심장의 역할을 인공적으로 대신한다.

수술 후 5일이 지난 2월 8일 이복례 환자의 에크모가, 일주일이 지난 2월 10일에는 인공호흡기와 지속적 투석기가 제거됐으며, 2주 후 일반 병실로 이동됐다.
수술 3주 후부터 침상 옆에서 관절 근육이나 힘줄이 수축돼 운동이 제한되는 것을 막고자 재활을 시작했고, 수술 2달 후부터 침대 밖에서 휠체어 타는 연습, 보조기를 잡고 서는 운동 등이 가능했다.

수술을 이끈 이재근 교수는 "ECMO를 달고 진행하는 뇌사자 간이식은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로, 이복례 환자분은 거의 사지 마비 상태에서 지금은 건강하게 퇴원한 경우"라고 밝혔다.  또 "보통 말기 간부전이 심하면 하루 이틀도 못 견디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장뿐만 아니라 폐까지 손상되면 환자분들은 이식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수술 전 관리, 환자와 보호자의 강한 의지, 의료진에 대한 믿음 그리고 많은 의료진의 협력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