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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단독법'...의료인 '갈등' 증폭 불가피
'간호단독법'...의료인 '갈등' 증폭 불가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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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위 법안소위 심사 '촉각'...4월 국회 '뜨거운 감자'
의료계 "간호직역만의 이익 실현 위한 법안 폐기해야" 촉구
ⓒ의협신문
ⓒ의협신문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핵심 쟁점 법안으로 '간호단독법' 제정안이 떠오르고 있어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간호단독법'  제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국민의당은 물론 무소속 의원들까지 동참한 상황. 최근 숙려기간(발의 후 15일)이 끝나 보건복지부위원회 전체회의 심사대상 안건으로 상정됐다.

해당 법안들이 보건복지위 상정안건으로 채택은 됐지만,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 심사안건으로 다룰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제정안은 국회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의료계와 간호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법안소위에 상정하더라도 4월 국회에서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15일 국회 관계자는 오는 26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27일 2법안소위, 28일 1법안소위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위 심사대상 안건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보건복지위)·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보건복지위) 등이 발의한 '간호법'과 '간호·조산사법'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석 의원이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의 골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양성 및 처우 개선을 위한 간호종합계획을 수립하며, 지역별로 간호인력 지역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간 간호사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과 지역별 간호사들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국가 및 지자체가 시책을 수립하고 공공의료기관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과 면허 대여 등의 결격사유가 발생할 시 자격 및 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서정숙 의원의 간호법 제정안 골자는 전문간호사 제도 인정 및 법제화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문간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외국의 해당 분야 전문간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불법 의사보조인력(PA)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정안에는 '간호사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을 그 업무로 한다'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내용의 경우에도 '의사 등의 지도 하에'라는 전제가 있지만, 사실상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간호사의 의사 업무범위 침해를 허용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최 의원이 발의한 간호·조산법 제정안은 간호·조산 전문인력 확보와 간호·조산 서비스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등 간호·조산 업무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간호사, 조산사 등의 면허, 자격의 등록 및 업무 ▲간호사 등의 수급과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한 국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등의 책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제공, 간호인력 지원센터와 공공조산원 설치 ▲간호사 등의 양성, 수급 및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간호·조산종합계획의 수립과 간호·조산정책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간호계, 4·7 보궐선거 앞둔 여야 적극 공략...코로나19 장기화도 빌미
간호계의 간호법 또는 간호단독법 제정 시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여 년간 지속됐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간호단독법 입법화의 최전선에는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섰다. 신 회장은간협 회장을 4차례 역임했으며, 지난 19대 국회 당시 의정 활동을 하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관철시켜 간호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과 간협은 4·7 보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60여 만명의 회원을 앞세워 간호단독법 발의를 압박했다. 결국 이런 간호계의 압박은 여야 3당의 간호법 또는 간호·조산사법 제정안 발의라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장기화 역시 간호단독법 제정안 발의의 빌미와 촉매제가 됐다. 코로나19 상황이 1년 이상 지속하면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와 치료전담병원 등에서 간호사 인력 부족 및 과잉 근로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정치권이 화답한 것.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보건복지위 의원들과 보좌진은 간호협회라면 긴장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집요하게 접촉하고, 설득해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 60만명이 넘는 간호협회를 적으로 만들고 싶은 정당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전국 지역간호협회를 통해 지역구 의원들을 공략하는 방식도 탁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역할이 높이 평가되는 반면 인력 부족과 초과 근무 등으로 인한 처우 개선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간호협회의 간호법 제정안 발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의원 대표발의 법안의 경우 공동발의자가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 선이지만 간호단독법 제정안은 여야와 무소속 의원까지 49명·33명·33명이 동참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일각에선 이번에는 간호단독법 제정안이 보건복지위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의협 "간호사 단독 개원 의료체계 붕괴...법안 폐기" 촉구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간호단독법 발의 직후부터 법안 폐기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위 의원들에게 해당 제정안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협은 간호단독법 제정안 발의 시 의료계와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료체계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법안을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협과 협의 없이 발의한 것은 그 자체로 법안이 문제가 있다는 것.

아울러 법안 내용이 ▲보건의료체계 혼란 초래 ▲의료법 등 과의 충돌▲간호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 ▲의료기관의 간호사 고용난 및 경영난 가중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및 단독 개원 가능성 등을 내포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4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의협은 "보건의료인 각 직역별 입법추진이 이뤄지면 직역 간 업무범위 중첩이나 제한 요건이 삭제돼 독자적 업무수행이 가능해지면, 의료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료법은 간호사의 업무로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법은 '지도'를 '지도 또는 처방',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했다"며 "간호사들이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그 범위를 개방적으로 규정해 사실상 의료행위 영역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직역의 임금 지침을 마련하고 의료기관 등에서 근무여건 등을 설정해 강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임금은 난이도·생산성·지급능력 등 시장 경제적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이를 사실상 강제하게 되면 사용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어 결국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저수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간호사 임금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에 종속되는 직역으로 등한시 해서는 안 되고 의료법에서 철저한 자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간호사법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지휘·감독 아래 두고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짚었다.

의협은 "많은 보건의료직역 가운데 간호직역만의 이익 실현을 위한 단독법을 제정하면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붕괴시킬 수 밖에 없다"면서 "직역 단독법안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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