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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간호법 살리고 보건의료체계 무너뜨릴 것인가
간호법 살리고 보건의료체계 무너뜨릴 것인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04.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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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간호법 제정안 강력 반대" 입장 국회 전달
직역별 단독법 추진 불보듯…의료현장 혼란 가중
'지도'·'보조' 등 삭제·변경 사실상 독자 의료행위 가능

"지금은 법이 없어서 간호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인력 양성과 전문성 확보가 안 되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서울 영등포을)·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비례대표)·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비례대표) 등이 같은 날(3월 25일) 3건의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통합적 보건의료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 제정 이유로 내세운 ▲간호의 업무범위 명확화 ▲전문적인 간호서비스 제공 ▲간호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및 처우개선 등은 의료법 테두리에서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오히려 직역간 분쟁을 더욱 촉발시키며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제출했다.

먼저 면허제를 근간으로 유지되고 있는 보건의료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의료법은 의료인의 종류·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고, 필요시 각 직역별로 구분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전체를 통할해 관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수립되는 보건의료정책을 모든 의료인에게 일관되게 적용하기 위해서다"라며 "만약 각 직역별 입법추진이 이뤄지면 직역 간 업무범위 중첩이나 제한 요건이 삭제돼 독자적 업무수행이 가능해지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간호법안은 '지도'·'보조' 등의 자구를 삭제하거나 변경해 사실상 독자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토록 길을 터주고 있다.

의협은 "의료법은 간호사의 업무로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법은 '지도'를 '지도 또는 처방',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했다"며 "간호사들이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그 범위를 개방적으로 규정해 사실상 의료행위 영역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라는 직역의 본질을 삭제하고 허용되는 업무범위를 무한히 확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금·근로조건 지침을 정부가 정하고, 인력 배치·근무여건 등을 별도로 규정해 의료기관장에게 의무규정으로 부여하면서 특정 직역 이익 실현을 위해 헌법적 가치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의협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하에서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제와 같은 제한은 허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직역의 임금 지침을 마련하고 의료기관 등에서 근무여건 등을 설정하고 강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임금은 난이도·생산성·지급능력 등 시장 경제적 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이를 사실상 강제하게 되면 사용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없어 결국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보건의료인이 동일한 요구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조항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간호조무사 직역은 의료법 안에서 규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저수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간호사 임금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에 종속되는 직역으로 등한시 돼서는 안 되고 의료법에서 철저한 자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간호사법안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지휘·감독 아래 두고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으며, 간호조무사 역시 의사의 지도 감독을 벗어나 의료행위가 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관계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점도 짚었다. 

의협은 "의료법에 간호사의 업무를 체계화하기 어려워 간호법안을 제정한다면, 간호사 역할에 대한 체계적·세부적인 사항 및 간호사에게만 적용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함에도, 의료법 규정 중 직역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적으로 취사선택해 원용하고 있다"며 "의료법은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실행을 위한 사항이나 의료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열거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직역이 아니라 전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기본법인 의료법에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의 주체는 의료기관이라고 못박았다.

의협은 "간호법안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에 대해 사실상 의료법 규정을 삭제하고, 동 법안에서 관리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은 단순히 간호사가 환자를 항시 돌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서비스 수행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한된 수가 내에서 적정한 인력을 고용·유지하는 등 타 직역 및 의료기관 개설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사항"이라며 "의료법에서 국가 정책 조항으로서 규정되는 게 타당며, 간호사 단독법안에서 간호사의 역할 확대 조항으로서 규정되는 것은 국가정책으로나 법체계상으로나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직역별 단독법 제정은 결과적으로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의협은 "보건의료인은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는 직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수많은 제약이 있으며, 이를 이유로 해당 직역의 이익 실현을 위한 단독법을 제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붕괴시킬 수 밖에 없다"며 "간호법안을 위시한 직역 단독법안 제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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