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광호 명예교수의 의사의 길-(6)의료윤리, 멍에인가? 희망인가?
맹광호 명예교수의 의사의 길-(6)의료윤리, 멍에인가? 희망인가?
  • 맹광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예방의학)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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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광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예방의학)

'윤리'는 종종 사람이 다니는 '길'(道)에 비유된다. 일정한 목적지를 향해 여행할 때, 길도 없는 산과 들을 헤매지 않고 안내 표지판이 있는 길을 따라가면 안전하듯,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 윤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안전하고 올바른 삶이라는 뜻이다.

이런 이치로 볼 때, '의료윤리'는 곧 '의사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들이 걸어가야 할 안전하고 바른길인 까닭이다. 의료윤리, 즉 의사의 길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전 세계 의과대학 졸업식장에서 학생들이 선서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원문이 이미 기원전 5세기경에 만들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 선서에는 의사로서 인류를 위한 봉사와 양심적 진료, 그리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환자의 비밀을 지키고, 인간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존중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의사직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의학이 요구하는 저런 윤리적 규범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리고 의사가 되면서 이를 지키겠다고 선서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고 의료직도 생업을 위한 하나의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근본정신 또한 조금씩 퇴색해온 것이 사실이다.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 의학적 기술의 적용, 그리고 의료비 책정의 정당성 등에 대해 사람들이 윤리적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은, 역시 1960년대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민권운동'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민권운동을 통한 도덕적 각성이 사람들에게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이후로 의사들의 의학적 행위는 의료 소비자인 일반인들에 의해 그 윤리성 여부가 판단되기 시작했고, 이 일로 인해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긴장 상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법정으로까지 가는 잦은 의료분쟁과 의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줄을 잇는 오늘의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의사들 스스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다짐'하던 윤리가 이제는 일정한 윤리원칙에 따라 '요구'되는 윤리로 바뀌어버린 셈이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이렇듯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윤리적 판단은 그 자체로 매우 부담스럽고 마음 상하는 일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의사들은 이제 의료윤리가 의사들을 괴롭히는 '멍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의료윤리는 어떤 상황에서건 의학의 본질을 지켜야 하는, 그리하여 의사들의 윤리적 삶을 보장해주는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의사는 "가부장적인 자세를 버리고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Principle of Autonomy), "환자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Principle of Maleficence), "가능한 한 선한 일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Principle of Beneficence), 그리고 "환자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한다"(Principle of Justice)는 등 소위 '의료윤리 4원칙'에 따라 진료에 임한다면 진료 자체가 충실해지는 것은 물론, 의사 자신에게는 인격자로서의 덕성을 쌓는 일에 더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의학적 행위가 비교적 단순했던 예전에는 의사가 윤리적 딜레마라고 생각할만한 일이 그리 흔치 않았다. 설사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의사 각자의 양심과 일반적 윤리, 그리고 상식 수준의 도덕 지식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오늘날 의사들에 의해 행해지는 많은 의학적 행위들은 그 행위의 윤리성 여부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고는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의료윤리에 관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고, 진료 현장의 의사들에게도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하는 토론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의성이 없는 의료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고발하는 환자나 가족들의 약 40% 정도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가 '괘씸해서'라는 통계가 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 보였어도 의료 불만 신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의학은 본질적으로 가치와 미덕의 학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실천하는 의료행위는 필연적으로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요구받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의료윤리는 의사들의 높은 사회적 신분에 맞는 행동지침이며, 불필요한 의료분쟁으로부터 의사 자신을 보호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윤리는 의사들에게 있어서 결코 '멍에'가 아니라, 보다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한 '희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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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2021-03-19 20:09:04
예방의학은 임상이 아니라서 임상의 윤리가 뭔지 잘 모르죠.

의사123 2021-03-17 14:57:38
맞는 말씀이시긴 합니다만, 적대적인 사람들 상대로 트집거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건 동의 못 하겠습니다. 애당초 왜 그래야 합니까? 의사윤리를 강조할 세상이리면 환자도 윤리적이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유대인들이 나치 시절에 정권에 트집거리를 자꾸 줘서 강제수용소 가고 학살당했습니까?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의료윤리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일차진료에서 흔히 겪는 분쟁들, 소송들 사례를 배우고 대처법을 가르치는게 훨씬 실용적일겁니다. 졸업할 때 까지 그런걸 배워본 적도 없었습니다. 일선에 나오면 그게 문제가 되고 후배들의 삶에 멍에로 남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