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①]정부 감염병 위기 대응 달라져야
[진단①]정부 감염병 위기 대응 달라져야
  •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장 (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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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고려 배제하고 정부·전문가 협조 통해 새 감염병 기준 제시하길
정부, 정보 공개하지 않으면 불신 가중…의료전문가와 소통해야 신뢰 회복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장(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의협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장(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세상이 멈추어 버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태풍이 지나간 듯 코로나 상처투성이다. 백신이 개발되고, 치료제도 나올 예정이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바이러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한다.

 
감염병 대응 위한 새로운 기준 만들어야
 
감염병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자. 범죄 심리학자들은 죽은 자도 말을 한다고 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남긴 흔적과 증거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자가격리, 생활치료센터, 중증환자음압격 리실, 검역자료, 수백만 건이 넘은 검사 건수와 확진자 자료, 역학조사, 마스크의 역할, 발생 장소의 특징, 발생 환자들의 특징,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들이 산재해 있다. 수수께끼 풀 듯 우리에게 주어진 증거들을 조합하고 자료를 정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길 새로운 기준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밀접접촉자와 외국 입국자는 아무 증상이나 증거도 없이 14일 격리를 한다. 정작 감염 후 회복한 사람은 균이 나와도 10일만 지나면 퇴원이다. 전염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한다. 바이러스 배양을 근거로 했다고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설명이다. 과학자라면 알 것이다. 바이러스 배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배양과정의 오류와 위음성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도 알 것이다.
 
감염을 시키지 않은 것이 감염력이 없다는 것과 다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한 번 감염된 경우 자신이 매우 조심했다. 재발할 수도 있기에 조심했고, 감염되었던 사람도 조심하고, 가족들은 더욱 조심했기 때문에 감염이 안 되었을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감염력이 없다고 하니 환자들은 증상이 남아 있고 균이 검출되어도 나는 전염력이 없는데 왜 병원 출입과 입원을 시켜주지 않느냐고 따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균이 나오는 사람을 병원에서 일반 사람처럼 진료하는 것이 타당하겠는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우리나라는 K 방역을 전 세계에 자랑했다. 소위 K 방역의 핵심은 3T(Trace, information Technology, Test)이다. 발달한 정보통신 기술(technology)로 끝까지 추적하는 역학 체계(trace), 신속 정확히 대량으로 검사할 수 있는 기술(test) 때문에 초기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가 격리 앱을 개발해 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기술이다. 초기 방역에서 수없이 많은 자료가 누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홍보에만 매달리고 안이한 대책 수립과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의 실패로 방역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강화가 필요할 때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단기간 3단계로 끌어 올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 효과적이다. 국민들은 스스로 3단계에 진입했음에도 정부는 2.5단계와 알파를 추가하며 미적거렸다. 자가 격리기간은 벌써 유럽국가에서 검사를 동반하여 1주일로 줄인 사례가 있음에도 당국은 자신이 없어 결단을 못 하고 있다. 확신이 없는 것은 다른 고려를 했음을 방증하며, 현장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무시한 결과이다.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든 처음 겪는 일에 실수할 수 있다. 실수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 정치적 고려는 쓰레기통에 갖다버려야 한다. 수없이 많은 정보를 가진 정부는 여러 전문가와 협조해 새로운 감염병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26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을 함께 찾아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26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을 함께 찾아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정보 공개해야 신뢰 회복…공동 대책 수립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가 활발하다. 사람들은 기대가 많은 만큼 걱정도 많다.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은 투명하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백신 사업은 상업이 아니라 인류애로 접근해야 한다. 백신에 대한 불신은 감염병 유행에서 흔히 반복되었다.
 
불신의 원천은 정보를 쥐고 있는 쪽에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많다. 우선 누구도 자신 있게 밝힐 만큼 근거와 자료가 부족하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한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정보를 취합하기에도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 그럴수록 더 솔직해야 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전체가 얻는 이득이 많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어디까지 정확한 정보이고, 아직 모르는 부분은 또 어디까지인지,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며, 왜 그런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고 불안과 불신이 가중되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수사적 표현은 걷어치우고 솔직해져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 19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의료전문가들과 소통이 중요하다.
 
안전한 의료체계 확보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의료전달체계의 민낯을 보게 됐다. 열악한 1차 의료를 살리려면 진료량 위주 수가 정책에서 의료 질 중심의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에서 가장 중요한 대책은 음압 중환자 병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의 특징은 한마디로 다양성이다. 무증상이 최소 10% 이상이고, 중증환자로 이행하는 경우도 3% 정도이며, 이중 사망률은 1% 내외이다.
 
사망률 측면에서 보면 음압 중환자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무증상이나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소에서 적절히 관리하면 된다.
 
중등증 환자들은 감염병 전담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 중에 중증으로 이행하는 환자만 잘 구별해 중증 음압격리 중환자실로 전원하면 된다.
 
감염환자가 하루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중환자 음압 격리실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이에 대한 대비를 촉구했다. 하지만 설마설마하다 결국 낭패를 보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중증 음압격리실은 예상보다 더 준비하는 것이 맞다. 코로나19에 국가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중에 아주 작은 부분의 예산을 중증 음압격리실을 확보하는데 투입하는 것이 코로나19 대비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든든한 대책이 될 것이다.

 

ⓒ의협신문
국내 가장 먼저 도입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예방률은 70% 정도로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
 
백신에 대한 준비
 
대한의사협회는 백신 접종 우선 접종 대상자를 크게 6순위로 나눴다. 6가지 순위는 1)노인 집단시설 생활자 2)만성질환자·65세 이상 고령자 3)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4)접촉 위험자·의료기관 직원 및 이송 담당자 5)64세 이하 만성 질환자 6)집단거주자 및 종사자·밀접 접촉 예상자 등이다.
 
6가지 순위보다 원칙이나 기준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순위는 다양하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에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 국민 집단면역을 높이기 위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다. 둘째, 접종을 체계적으로 우선순위에 맞춰 혼란을 피하는 것이다. 셋째, 백신 접종 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한 3가지 조건을 만족하기 위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백신이 종류가 다양하다. 백신마다 효과, 부작용이 다르다. 어느 백신을 언제 도입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의 접종 준비도 다양할 수 있다. 접종 시간, 접종 방법, 의료인력, -70도 -20도 냉동고 보관 등에 따라 접종 능력이 차이가 난다. 2회 접종을 해야 하니 더 문제다.
 
접종 대상이 다양하며, 접종 대상의 위험성, 접종 의지 등이 문제다. 사전의향을 조사하고, 예약을 받아야 한다.
유통상의 문제도 있다. 하절기에 접어들 시점에서 대량 접종이 이뤄져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다. 이렇게 많은 변수가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매우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좀 더 실험적으로 고령자보다는 18∼59세 젊은 사람들에게 우선 접종을 하고 있다. 접촉 빈도가 많은 30∼40대를 우선 접종할 경우 더 효과적일 거라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과 의료진 중에서 백신 선택권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이 백신을 직접 선택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형평성 문제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백신의 특성과 환자의 특성을 접목하는 수동적 선택권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올 예정인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회사 제품이다. 이 제품은 특징이 상온 유통이 가능하고, 예방률이 70% 정도이다. 아직 영국에서만 승인이 되어 있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검증된 자료가 없어 3상 임상 중이다. 이런 경우 단순히 노인과 기저질환자에게 접종하기보다, 우선순위 중에 비교적 젊은 층에 접종을 우선할 수 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백신에 대해 정보를 수집해, 고령과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부작용·사망 사례 등이 보고되고 있는 경우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아무리 고위험군으로 우선순위에 있더라도 이런 분들은 접종을 조금 미루거나 좀 더 안전하다고 알려진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하는 것이 수동적 백신 선택권이다. 백신 접종에서 한가지 원칙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접종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위해 백신의 수급·유통·접종·접종 후 사후 관리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 모의 연습도 해 안전하고, 혼란 없이 접종률을 빠른 시일 내에 최대로 끌어 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를 국민에게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언제쯤 어떤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백신 접종 후 부작용 발생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고, 전문가들과 상의하여 인과관계를 검증하며, 최대한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연이은 사고로 인해 불신이 높아졌다. 정부가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 전문가와 끊임없는 의견 청취와 소통이 필요하다.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이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우리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서, 혼란을 피하고, 안전하게 접종하려면 우선순위, 접종 시기와 접종 방법을 조율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과 증거를 수집해 새로운 기준을 수립하고, 안전한 의료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의료현장의 전문가 그룹과 면밀한 논의를 거쳐 치밀한 대책을 수립하고, 실제 모의 연습을 반복하여 지속해서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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