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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법률사이 간극...법은 왜 의료계에 더 엄격할까"
"의료와 법률사이 간극...법은 왜 의료계에 더 엄격할까"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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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진료실> 발간한 '변의사(辯醫師)' 전성훈 서울시법제이사

"무겁고 진지한 주제조차 저자의 뛰어난 필력과 폭넓은 인문학적, 예술적 지식과 경험이 아우러지니 단숨에 읽어나가게 된다."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의 <법률진료실>에  쓴 김태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추천사다. 무릇 서책에 쓰는 추천사란 신랑신부에서 하는 결혼식의 축사 같은거려니 넘기기 십상인데 직접 책을 받아 읽어보니 김태진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책 소개에 이어 저자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예사롭지 않은 글쓰기 솜씨가 궁금해졌다. 동료 변호사들로 부터 '변의사'(변호사+의사)란 별명으로 통할 만큼 의료문제에도 해박한 전 변호사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국내 의료법의 문제, 일반 상식과 법의 괴리, 법률이 우선시하는 원칙 등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법률진료실>은 의료전문지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 상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격적으로 의료와 법에 관한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있다면.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 ⓒ의협신문
전성훈 변호사(법무법인 한별) ⓒ의협신문

 -2015년 의료전문매거진(서울의사)에서 칼럼 기고 제안을 받았다. 의료인단체를 조력하게 되면서 의료실무와 법률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 간극을 설명하고, 법이 왜 의료계에만 더욱 엄격한 것처럼 느껴지는지를 의료계에 설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고를 시작한 것이 매거진에 5년 이상, 신문에는 2년여 기고하고 있다.
 
어려운 법률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글쓰기에 대해 배운 적이 있나.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글쓰기에 대해 배운 적은 없다. 하지만 가족의 영향으로 성장기에 다양한 독서를 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사법시험 합격도 늦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배운 것이라면 <법률문장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법률문장의 제1 덕목은 명확성이기에 가능한 문법에 맞고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문장을 쓰는 훈련을 한 것은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비법이라 할 것은 특별히 없지만, 마음에 드는 글을 보면 모아 놓고 몇 번이고 되읽고 곱씹어 본다.

글쓰기 배운 적 없지만 명확성 중시하는 법률문장 훈련 덕

판결문에 담지 못하는 판사의 고민..변호사입장에서 납득 불가한 판결은 거의 없다

법이란 원래 보수적...포퓰리즘에 빠져 안건수만 늘리는 건 시정돼야

좋은 변호사 고르려면 직접 만나 얼마나 준비했는지 확인해라

 
책에서 언급한 고 신해철씨의 사건 처럼 집도의가 당연히 구속될 것으로 생각됐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국민적 공분이 컸다. 이처럼 일반적인 국민적 시각과  법률 간에 괴리가 발생하다보니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 못하거나 신뢰하지 않은 일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
 
-알려지지 않은 것을 한 가지 예로 들어보겠다. 소년 사건의 경우를 보면 흔히 말하는 '소년원'까지 보낼 것은 아니고 아직 선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년들은 '보호시설'에 보내는 판결을 한다. 그런데 이런 보호시설은 대부분 포화상태이다. 그래서 판사가 판결하기 전에 전화해 '어디어디 보호시설에 자리 있느냐'고 확인한 후 자리가 있으면 보호시설에 보내는 판결을 하기도 한다. 보호시설에 자리가 없으면 소년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이 더 가벼워 보이는데 소년원으로, 더 무거워 보이는데 보호시설로 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실제로 형을 선고해야 하는 판사의 입장에서는 판결문에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생존 경쟁에 내몰린 언론이 'OO죄', '징역 몇년'만 자극적으로 발췌하여 보도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판사의 고민을 다뤄줄 여력은 없는 것 같다. 실무를 수행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은 매우 드물다. 충분히 설명된다면 국민들이 지금보다는 더 납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엔 법원의 선고 형량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불만이 많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의 양형이 전반적으로 가볍다는 인식이 있다. 이것이 정책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법과 양형기준에 따라 형은 하한에서 상한까지 일정한 범위가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판사가 하한에 가까운 형을 선고하기에 가볍게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정착된 농경사회, 즉 관계 중심 사회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피해자도 가해자도 판단자도 다 구면이었다. 그래서 가해자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강하지만 막상 형사적 처벌에는 강하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가 오랜 기간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계의 익명성이 강해지면서 양형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법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법, 특히 형법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행위를 하면 공동체로부터 제재받는다'는 수범자들의 법관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면, 의사가 잘못한 것이 명백하다면 피해가 그리 크지 않고 불가피한 사정이 이해가 가더라도 벌금 50만 원으로라도 처벌하지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것은 잘못한 행위이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하여 사회에 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면 '실무상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하더라도 법원이나 검찰은 이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러 분야 가운데 의료 분야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나?

전성훈 변호사의 법률진료실 ⓒ의협신문
전성훈 변호사의 법률진료실 ⓒ의협신문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의료 사건을 다루기는 했지만 민사 사건이 중심이었다. 그러다가 의료인단체를 조력하게 되면서 다양한 의료 이슈를 접하게 됐고, 면허 관련 행정 사건, 업무상과실치사상 형사 등 다루는 사건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지금은 동료 변호사들이 농반진반으로 '변의사(변호사+의사)'라고 부른다.

의료법이 점점 방대해지고, 규제도 많아지면서 의료현장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법을 다루면서  꼭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 꼽는다면.

-의료 분야가 방대한 만큼 시정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그 중 몇 가지만 꼽자면 첫째 의료전달체계 개선, 둘째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건소 개편, 셋째 의사면허관리체계 개혁, 넷째 비대면진료에 대한 로드맵 결정, 다섯째 의정협의체 활성화 등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 회복이다. 
국내 의료법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법이란 것이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의료법 자체가 진취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는 의료현실을 규제하고 지원하여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한다는 법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론에 편승하여 충분한 검토 없이 '안건수 증대'를 위해 발의되는 무분별한 입법 시도는 지양돼야 한다. 국회의원 1인이 검토해야 할 법안 건수가 인구대비 프랑스의 20배, 영국의 90배, 미국의 14배에 가깝다. 이건 정상은 아니다.

의사들이 의료업무와 관련  변호사를 만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가끔 의료소송이나 면허 정지등 피할수 없은 일이 발생한다. 책 말미에서도 언급했지만 좋은 변호사를 고르는 팁이 있다면?

-남녀가 만났을 때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될지는 얼굴을 보고 몇 초면 결정된다고 한다. 그만큼 첫인상이란 것은 중요하다. 여러 모로 바쁘겠지만, 변호사를 직접 만나서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변호사와의 첫 상담에서 받은 첫인상은 그리 틀리지 않다. 잘 준비해서 변호사를 만나고, 변호사가 얼마만큼 준비해서 당신을 만나는지 확인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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