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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1:19 (목)
고 장청순 원장, 56년 외길...코로나19 환자 진료하다 '순직'

고 장청순 원장, 56년 외길...코로나19 환자 진료하다 '순직'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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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소천 뒤늦게 부고...유가족 "소신대로 의료인 직분 완수"
지역의료계 "모범되고 존경스런 선배"...의협 "깊은 애도와 존경"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56년간 인술을 펼친 장청순 원장(경기도 성남시·장내과의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돼 순직, 유가족과 의료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향년 87세(1935년 생).

고 장청순 원장은 지난 1960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65년 개원한 이후 56년 동안 경기도 성남지역 등에서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폈다. 1986년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도 취득했다.

유가족과 성남시의사회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12월 19일과 22일 자신이 코로나19 감염자인 줄 모른채 두 차례 내원한 환자를 진료한 후 감염됐다. 이후 능동감시 상태에들어갔으나 12월 31일 건강이 악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 내원, 새해 1월 1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집중적으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1월 24일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조용히 가족장으로 장례를 마치고, 1월 26일 뒤늦게 소천 소식을 알렸다.

유족들은 부고를 통해 "어머니께서는 평생을 내과의사로서 의술을 베풀며 사시다가 순직으로 인생을 마치셨다. 의대 졸업 후 56년 동안 쉬지 않고 환자를 진료하신 의학박사셨다. 고령임에도 개의치 않고 환자를 진료하셨다"며 "너무 안타깝고 슬프지만, 소신대로 의료인으로서의 직분을 완수하고 떠나셨다. 그런 어머니를 한없이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생 성품처럼 조용히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의 유지를 이해해 주시고 기억해 달라"고 했다.

고 장청순 원장의 딸인 원선영 교수(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소화기내과)는 "어머니는 오랫동안 집과 진료실이 붙어있는 곳에 사셨다. 새벽 1시에도 환자가 문을 두드리면 진료실 문을 열었다"며 "같은 의사로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움의 열정과 진심으로 환자를 사랑하고 염려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울먹였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본인 뜻대로 평생 환자를 돌보다 소천하셔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남지역 의료계 역시 고인의 소천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도했다.

고인의 딸인 원선영 교수의 의국 후배라고 밝힌 박소연 원장(A&A내과의원)은 "성남시여의사회와 성남시의사회 모임에서 장 원장님을 뵈었다. 연세가 많으셨지만 티를 내지 않으셨고, 새로운 의학지식에 대한 열정이 높으셔서 세미나나 연수강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매사에 모범인 존경스러운 선배님이 환자를 보시다가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진료실을 지키며 지역주민의 건강을 보살피다 유명을 달리한 고인을 애도했다.

의협은 "당신의 안위를 뒤로한 채 코로나19를 온몸으로 막아내다 희생되신 고인을 생각할 때 슬픔을 억누르기 어렵지만, 그분의 숭고한 삶, 위대한 발자취에 사랑과 존경을 담아 깊이 애도한다. 유가족들께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와 사투하며,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의료인들이 있음을 기억해달라. 이들이 자신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아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회원 스스로도 각별히 안전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원로의사로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역주민의 건강지킴이로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다 진료하던 와중에 감염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고인의 비보에 깊은 애도와 함께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명복을 기원했다.

김 대변인은 "협회 차원에서 13만 회원과 함께 고인의 숭고한 삶을 기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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