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II편)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II편)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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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지난 칼럼에 이어집니다.

<소아 진료 수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유독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진료과목별 의원급 의료기관 폐업 현황에 따르면, 8개월 동안 소아청소년과 126개소가 폐업했으며, 이는 전체 폐업기관의 13%를 차지하는 수치다.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2021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도 33%까지 추락했다. 

소아청소년과가 맞은 위기를 코로나19 때문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오래 동안 곪아온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로 터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 중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수가다.
단도직입적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진찰료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더 높아야 한다. 의사표현이 원활하지 않은 소아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성인에 비해 갑절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흔한 혈액검사, 엑스레이 검사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꼼꼼한 병력청취와 신체검진을 통해 정보를 얻어야 하며, 능숙하게 소아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비록 연령이나 시간대에 따라 소아 가산율이 존재하지만(5.8~100%), 위와 같은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불어 소아 환자의 부모들은 소아청소년과를 '들른 김에' 평소에 갖고 있던 육아 관련 궁금증을 해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러한 상담은 현 보험체계에서 진료행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 수가 체계는 성인보다 더 긴 진료시간을 필요로 하는 소아 환자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이는 정신건강의학과가 상담 시간에 비례하여 수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아동병원> 

1차 요양기관에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고, 3차 요양기관에 종합병원급 어린이병원이 있다면, 2차 요양기관에도 소아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아동병원이 있다.

2019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1인실 입원료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동병원의 경영진은 큰 혼란에 빠졌다. 

감염성 질환으로 주로 입원하는 소아 환자의 특성상 아동병원에서는 약 60% 이상을 1인실로 운영하는데, 지원금이 끊기면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인실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역시 성인 환자의 기준에 소아 환자의 진료를 욱여넣는 행정이 아쉬웠고, 2019년 국정감사 때 이에 대한 서면 질의서를 작성했다.

다행히도 1인실 입원료 지원 중단은 1년 유예됐고, 이후 정부와 현장의 조율을 통해 2020년 7월, 분만·아동병원에 대한 1인실 기본입원료 지원 기준이 별도로 마련됐다.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위 사례가 보여주듯 모든 보건의료정책의 '기본 값'은 성인 환자에 맞춰져 있다.

마치 소아 환자는 작은 성인 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현장의 아우성이 뒤늦게라도 반영되어 개선되는 것은 바람직하나, 처음부터 정책을 설계할 때 소아 환자에 대한 배려가 들어간다면 이런 좌충우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넬슨 만델라)

소아 환자를 진료할 기회가 없는 내과 의사가 이렇게 울분이 터지는데, 현장에서 묵묵히 버티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의 심정은 어떨까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고 관련 정책을 쏟아내지만 기껏 태어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모도, 의료인도 수가나 제도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변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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