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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팔 이식 '성공'
세브란스병원 팔 이식 '성공'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2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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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손·팔 이식 법제화 후 첫 사례...작업중 팔 절단 62세 남성
세브란스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 3년간 치밀한 준비 끝 실행
ⓒ의협신문
2018년 손·팔 이식 법제화 후 팔 이식 사례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2018년 12월 장기이식센터 내에 수부이식팀을 구성, 3여년의 준비 끝에 작업중 오른 팔이 절단된 62세 남성에게 팔이식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의협신문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2018년 손·팔 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된 후 3년 6개월여 만에 팔 이식에 처음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는 21일 뇌사기증자의 팔을 업무 중 오른팔을 다친 남성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62세 남성 최모씨는 2년 전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몇 개월 후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를 찾은 최씨는 의수 등 추가치료를 받았지만 팔 이식 치료를 원했다. 1년여 동안 정형외과와 정신건강의학과 평가를 거쳐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국내 팔 이식 수술은 2017년 2월 2일 우상현 대구 W병원장을 비롯한 수부미세재건센터 의료진과 영남대병원 의료진이 처음 성공했다.

손·팔 이식은 2018년 8월 법제화됐다. 절단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하며, 환자가 등록된 병원에서 심장, 간, 신장, 폐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뇌사자에게서만 손·팔을 기증받을 수 있다.

손·팔 이식은 뼈와 근육, 힘줄, 동맥, 정맥, 신경, 피부를 접합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혈액형이나 교차반응 등 이식에 필요한 면역검사 외에 팔의 크기나 피부색, 연부조직 상태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를 구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경우 이달 초 심정지로 뇌손상이 발생해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에 장기 및 조직을 기증한 뇌사자 보호자의 기증 동의로 팔을 이식받게 됐다.

수술은 지난 9일 오후 1시 30분부터 17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최씨의 절단부위가 손목 바로 위로 수술 후 빠른 회복을 위해 본래 남아있는 근육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 수술은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홍종원 교수팀이 최씨의 아래팔 절단부에서 피부를 들어올리고 이식 팔의 혈관을 연결할 동맥과 정맥을 찾아 준비했다. 최윤락 교수팀이 이어 뼈와 힘줄, 근육, 신경을 박리하는 동안 수술과 마취시간을 줄이기 위해 성형외과팀에서 기증된 팔의 혈관과 신경 박리에 들어갔다.

홍종원 교수는 "환자의 팔 중 기능이 유지되는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이식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술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정형외과팀에서는 정상 팔과의 길이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계측해 놓은 길이에 맞추어 뼈를 고정하고 이식한 팔의 손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손등쪽 힘줄을 봉합했다.
 
최윤락 교수는 " 이식된 팔이라도 정상인 팔과 되도록 길이가 같아야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며 "힘줄과 신경은 손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팀에서 팔에 혈류가 통하게 바로 혈관 일부를 연결했다. 혈류가 잘 통하는 것을 확인한 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팀이 교대로 남은 힘줄과 신경, 혈관들을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혈류가 잘 가는 피부상태를 평가하면서 피부를 봉합했다.

팔 이식은 다른 장기에 비해 뼈, 힘줄, 근육, 신경 등 여러 구조물의 복합조직이고, 이어야 하는 혈관 크기가 2~3mm 정도로 작아 수술 난이도가 높다. 이식할 팔은 정상 팔과의 길이를 고려해 X-ray 사진을 통해 이식할 뼈의 길이를 결정한다. 이식 후 손의 기능과 감각 회복을 위해 힘줄과 근육, 신경 연결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장기이식 수술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병원측은 밝혔다.

ⓒ의협신문
수부이식 수술이미지. 장동수. studioMID 제공

수부이식팀은 이번 이식 수술을 위해 2018년 12월부터 수부이식을 준비했다. 홍종원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수술간호팀과 연세의대 수술해부교육센터와 협력해 안면이식팀을 준비한 경험을 살려 수부이식팀을 구성했다. 장기이식센터 코디네이터팀, 마취통증의학과 김혜진 교수, 수술간호팀, 수술해부교육센터 등 많은 부서들이 팔 이식수술을 지원했다.
 
특히 이식 관련 법령에서부터 면역억제 사용 등 이식 전후 준비에 대해 국내 최초로 수부이식을 시행한 대구 W병원과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의 자문을 거쳐 수부이식을 준비했다. 수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카데바 실습도 진행했다.

최윤락 교수는 "손이 가지고 있는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을 최대한 살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문손잡이를 돌릴 수 있는 등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술의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병원측은 "최씨는 현재 면역거부반응이나 다른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여서 곧 재활치료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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