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I편)
아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I편)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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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얼마 전, 16개월 아기를 숨지게 만든 아동학대 사건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온라인에서는 숨진 아기의 이름을 딴 챌린지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엄벌하라는 성명이 이어졌다. 경찰청장은 초동 대응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나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이 사건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은 당연히 어린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소아 보건의료 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의과대학에서 소아과학을 처음 배우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다. 어린이는 단순히 성인 환자의 신체를 축소한 작은 존재가 아니며, 성인과는 다른 연령, 발달 상황, 체형심리 등을 고려한 별도의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소아 환자의 특수한 생리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을까? 소아 보건의료 정책의 현실을 들여다보자. 

<소아 중환자실>
  
당장 어린이의 생명과 직결되는 소아 중환자 치료를 살펴보자. 
  
2019년 국정감사 때, 전국에 소아 중환자실이 몇 곳이나 되는지 확인했다. 예상했지만 결과는 훨씬 참담했다. 전국 42개소 상급종합병원 중에 소아중환자실이 설치된 곳은 11개소에 불과하며, 그나마 11개소 중 5개소는 서울에 있었다. 통계만 보고 있자면 마치 소아는 많이 아플 일이 없거나, 서울이 아닌 지방에는 소아 중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 같다. 
  
상급종합병원에 소아 중환자실이 없는 이유는, 성인이나 신생아 중환자실과 달리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정기준에 없어서 소아 중환자실조차 없으니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상주할 경우, 환자 치료의 질이 높아지고 사망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아중환자실이 설치된 11곳 중에 전담전문의가 있는 곳은 단 7곳뿐이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소아 중환자는 성인 중환자실에 '깍두기'처럼 껴서 치료를 받는다. 성인 환자를 관리하는 간호사가 소아 환자를 같이 돌봐야만 하는 구조이며, 이런 환경에서 소아 중환자의 특수성이 고려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17년 한 해 무려 1만 여명의 소아 중환자가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가야 했으며, 원정 진료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거주비 등은 포함하지 않은, 순수한 진료비만 1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지정 기준에도 없는데 정부 지원이라고 충분했을까. 소아중환자실 수가는 무려 2015년에나 신설됐으며, 그나마 일본의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아 재활병원>
  
소아 재활은 해마다 지적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으며, 최근에 들어서야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으나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2016년 기준,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장애 인구는 7만 2000여 명이다. 그리고 뇌성마비와 발달지연을 겪는 아동 4만 여 명 중 재활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동은 1/3에 불과하다. 
  
소아 재활 전문병원은 전국에 단 한 곳,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병원뿐인데, 2017년 31억원, 2018년 26억원의 적자를 냈다. 운영이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그 와중에 1년 넘게 대기하는 환자는 500명에 달한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달 대전에 전국 최초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공식이 있었고, 2022년 개원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린이재활은 국립재활원이나 재활의학과가 개설된 종합병원, 병의원 중 극히 일부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어린이 재활치료 수가는 성인과 동일하다. 소아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성인 환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 공간을 필요로 한다. 현행 보험 체계에서 소아 진료의 특수성을 등을 고려하여 가산율을 차등 적용하고는 있으나 재활치료에서 주로 활용되는 이학적 검사나 이학 요법료는 가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아 중환자실 문제와 마찬가지로, 관련 통계는 소아 재활 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장발달의 특성상, 소아 환자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데도 말이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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