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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급여 대책 "잘못된 부동산 대책 닮은 꼴"
정부 비급여 대책 "잘못된 부동산 대책 닮은 꼴"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1.01.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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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설명제·비급여 진료 평가·실손보험 연계 등 문제 노출
대한신경외과의사회 7일 성명 "잘못된 정책 끝까지 투쟁할 것"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홈페이지. ⓒ의협신문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홈페이지. ⓒ의협신문

대한신경외과의사회가 7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잘못된 부동산 대책에 비유하며 "비급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근간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진료를 규격화하고 통제하려는 잘못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분석은 잘못된 해결책을 가져오고, 잘못된 해결책은 오히려 목표를 퇴색하게 한다"고 지적한 신경외과의사회는 "부동산 대책처럼 비급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근간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정부는 비급여를 통제해 진료비를 균일화하고, 진료의 질을 표준화하며, 동일한 진료 결과를 담보하겠다는 보편적 의료정책을 강조해 왔지만, 국민의 기본적인 정서와는 반대"라면서 "비급여 정책이 성공하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짚었다.

구체적인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의 문제점으로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 도입 ▲비급여 진료평가 실시 및 활용 ▲실손보험과의 연계·협력 강화 ▲비급여 관리 민·관 협력체계 강화 등을 지적한 신경외과의사회는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잘못된 정책 방향성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릴 수 있도록 유관 단체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서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가 지난해 12월 비급여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수립 및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비급여 관리 혁신, 국민중심 의료보장 실현'을 비전으로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 적정 비급여 공급기반 마련, 비급여 표준화 등 효율적 관리기반 구축, 비급여관리 거버넌스 협력 강화 등 총 4개 분야 12개 주요 추진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대책은 비급여 관리 기전 마련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의료현장에서의 신뢰 형성이 필요하다는 추진 배경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 매우 포괄적이고 장기적 비전을 통한 추진계획을 밝히고 있음에도, 비급여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해석에 문제가 있어 실현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번 대책은 보장성 강화 정책의 목표가 되는 본인 부담률 하향이라는 방향성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보이며 그에 따른 4가지 분야별 추진계획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비급여가 잘못된 것이고, 근원적 악(惡)이고, 반드시 없어져야할 적폐(積弊)라는 사고가 깔려있음을 느끼게 한다. 

잘못된 분석은 잘못된 해결책을 가져오고, 잘못된 해결책은 오히려 목표를 퇴색하게 한다. 우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을 통해 잘못된 분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목도하고 있다. 이번 비급여 관리대책이 부동산 대책처럼 비급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근간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여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관리 대책이 밝히는 것처럼 비급여는 신의료 기술의 도입을 촉진하는 통로가 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병원간의 실질적 차이를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질병에 대한 모든 대학병원의 치료비는 동일해야 하지만 모든 병원의 진료비는 다르며, 같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이 불편한 진실은 모든 이들이 가지는 공통 인식이며, 또한 개선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방식은 식당과 비슷하고, 의사들의 진료는 음식과 비슷하다. 즉, 환자(손님)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가장 주된 이유가 시설보다는 의사의 진료 성향(음식의 맛)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의료기관의 선택은 규격화된 공산품이라기보다 음식처럼 규격화할 수 없는 선택적 재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고, 명의를 찾는 정서가 이 불편한 진실이 일반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관리 대책뿐만 아니라 정부와 복지부는 근본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진료를 공산품으로 바라보고 공산품처럼 규격화하려고 했다. 비급여를 통제하여 진료비를 균일화하고, 진료의 질을 표준화하고, 동일한 진료 결과를 담보하겠다는 보편적 의료정책을 강조해 왔지만, 국민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정서와 반대되는 것으로 이 정책이 성공하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또, 관리 대책은 비급여 증가로 인한 문제점들을 기술하고 있지만, 비급여가 증가하는 원인과 인식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비급여 규모와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비급여 증가 여부의 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이를 인정한다고 하여도 비급여가 증가하는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 의료비 규모와 관계가 있으며 비슷한 경제 수준을 가진 나라의 의료비 비중을 비교한다면 추론할 수 있다.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 의료비는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는 정책의 성공이 아니라 의사들의 강요된 희생의 결과로, 이것을 현실화하는 과정에 비급여가 등장한다. 비급여는 청산되어야할 적폐가 아니고, 악(惡)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必要惡)도 아니며,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만든 필연의 결과물로서 정부가 그렇게 만들어온 것이다. 

이번 관리 대책은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 도입, 비급여 진료평가 실시 및 활용, 실손보험과의 연계·협력강화 및 비급여관리 민·관 협력체계 강화등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계를 자극하고 충돌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부동산 시장의 실패가 의료에서도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잘못된 정책 방향성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돌릴 수 있도록 유관 단체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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