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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부산지역 요양병원 2500억대 사기 소송, 무슨 일이?
부산지역 요양병원 2500억대 사기 소송, 무슨 일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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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의료인 개설 의료법인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사기죄 기소
법원 "의료법 따라 적법 개설…요양병원 실질적 장악 어렵다" 무죄
ⓒ의협신문
ⓒ의협신문

부산지역에서 2500억원대의 요양급여비용(건강보험+의료급여)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며 의료법 위반 및 사기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의료법인(이사장 및 법인 산하 요양병원)이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22일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의료법인 이사장 및 의료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에도 피고인들(의료법인 이사장들)은 '외관상 의료법인을 설립'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방법으로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했다.(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

또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볍상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데, 이를 청구해 총 2500억원대를 편취하는 등 사기죄를 저질렀다.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그 명의로 요양병원을 운영한 A씨는 요양병원 확장을 위해 B의료재단(의료법인)을 설립(2008년 10월),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B의료재단 산하에 5개의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

또 요양병원을 분산해 운영할 목적으로 C의료재단(의료법인)을 설립(2010년 1월)했으며, A씨의 배우자인 D씨가 1대 이사장으로 재직했고, A씨의 딸인 E씨가 2대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다.

A씨는 배우자인 D씨와 딸 E씨와 공동으로 C의료재단 산하에 2개의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

검찰은 B의료재단 설립은 발기인 회의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채 A씨의 주도 하에 설립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만 꾸민 것이고, C의료재단도 A씨의 주도하에 서류만 꾸민 것이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에도 A씨, D씨, E씨는 외관상 의료법인을 설립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방법으로 의료법을 위반(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을 잠탈하기로 마음먹고)해 의료기관을 설립했다는 것.

검찰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상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음에도 급여비를 편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도 위반(사기)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B의료재단 산하에 5개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약 1500억원대의 요양급여비용(건강보험+의료급여)을 편취했다.

또 A씨는 D씨(배우자)와 E씨(딸)와 각각 공모해 2개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약 1000억원대의 요양급여비용(건강보험+의료급여)을 편취했다.

재판에서 피고인들(A씨, D씨, E씨)은 "의료재단의 외관을 이용해 실질적으로 그 산하 각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 아니므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단독 또는 공모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을 속여 요양급여비 등을 편취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부산지방법원 재판부는 ▲B의료재단과 C의료재단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해 개설·운영됐는지 여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명의만을 내세워 외형상 적법하게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했으나 그 실질은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한지 여부 ▲사기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핀 결과, 모두 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인이 의료법에 따라 설립허가와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고 목적 범위 내에서 의료업을 시행해 왔다면, 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미비점이나 개별적인 위법행위에 관해서는 관할관청의 업무검사, 시정명령, 설립허가 취소 또는 해당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등의 방법으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이 당초부터 개설자격이 없는 자에 의해 개설됐다고 평가하고, 의료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전부에 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해 편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에게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으며, 의료법인의 임원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거나, 의료법인의 임원 중 반드시 의료인을 포함해야 하고, 그 의료인인 임원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해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을 주도했더라도 의료법인이 근거법령에 의해 설립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했다고 평가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봤다.

즉, 의료법인이 외형상으로는 적법하게 설립돼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의료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에 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이르지 않은 이상, 이를 의료기관의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개인사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허위 내용을 신고해 의료법인을 설립했는 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했는 지 ▲투자의 대가로서 수익을 분배 받았는 지 ▲비의료인과 의료법인, 의료기관 사이에 재산과 업무 구분이 혼용됐는 지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하는 등 의료기관을 장악했는 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만 의료기관을 운영했는 지 ▲관할 관청의 지도·감독을 거부하거나 회피했는 지 ▲의료기관 자본의 부실 정도, 의료기관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단독 또는 D씨, E씨와 공모해 각 의료재단의 법인격을 내세워 의료재단이 각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그 운영 수익금을 배당받는 형태의 영업을 한 것으로 평가할 의심의 여지는 있다"고 봤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단독 또는 D씨와 E씨와 공모해 실체가 없는 각 의료재단의 외관만을 이용해 각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의료법 위반죄를 전제로 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재단의 기본재산을 회수·처분하는 등으로 기본재산을 형해화시키지 않았고, 각 요양병원은 진료 영역과 행정 영역이 구분돼 운영되고, 의료인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기관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행위를 하게 하지 않고, 인력의 충원·관리·의료업의 시행·진료행위 등에 깊게 관여하거나 이를 실질적으로 장악했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본 것.

재판부는 "A씨 등은 의사가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했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A씨 등이 의사가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마치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요양급여비용 등을 청구한 사실)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1심 재판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다.

이 사건을 변론한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종래 대법원 판례는 사무장병원 해당 여부를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의 개입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했왔는데,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의료인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과 구별되는 특성이 있어서, 그 제도적 차이를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종전 개인 사무장병원 판례 법리를 의료법인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비의료인이 설립한 의료법인의 상당수가 사무장병원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고, 법원 입장에서는 비의료인 운영의 '주도성' 판단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형사적 제재의 법적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 법령>
*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①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다.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
1.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2.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3.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하 '의료법인'이라 한다)
4.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5.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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