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모자 사건
방배동 모자 사건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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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보건의료의 상관관계

개인적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부가 독립해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이 공고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만, 어쨌거나 복지가 보건의료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난한 이들은 더 아프다. 검사가 비싸 주저하고, 그래서 진단이 미뤄지며, 때문에 필요할 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 진단이 늦어지면서 자격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얼마 전 방배동에서 60대 여성 김 모 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세상을 떠난 지 무려 5개월이 지난 후였다. 김 씨에게는 30대 아들이 있었지만, 발달 장애로 어머니의 죽음을 대처하기 어려웠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아들은 더 이상 집에서 살 수 없었고, 노숙자가 되었다. 그나마 노숙자가 된 아들에게 손길을 내민 사회복지사가 있었기에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전조가 나타났지만 누구도 이들 모자가 처한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건강보험료,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이 잇달아 체납되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기사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기억이 났다. 사실 그 사건뿐만이 아니다. 2018년 충북 증평 모녀 사망 사건, 2019년 관악구 탈북 모자 사망 사건까지, 모두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공교롭게도 비서관 시절, 관악구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터졌다. 이 사건과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했다. 모자도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아파트 관리비가 1년 넘게 연체돼 있었으며 수도·전기·가스도 모두 끊어졌다.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보장정보원과 만났다. 사회보장정보원은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를 구현하기 위해 출범했다. 자연스럽게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 의원실 곳곳을 돌면서 해명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진다. 정부는 2015년 12월부터 건강보험료 체납, 단수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와 여론의 질책을 받아들여 사회보장정보 항목을 추가하고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러나 2018년 충북 증평 모녀 사망 사건이 터지고 불과 1년 만에 관악구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그 해 정보원을 향한 질타는 유독 매서웠다. 
  
정부도 노력은 안한 것은 아니다. 2018년 증평 사건 이후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고, 이를 위해 공무원을 3000여 명 가까이 추가 채용했으며 빅데이터 정보도 확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성긴 거름망'을 빠져나간 비극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한국의 절대 빈곤율은 7%이지만 정부로부터 의료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수급자는 3%도 미치지 못한다.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는 지난 해 기준 80만 세대에 달한다. 이 수치간의 간격만 보아도 발견되지 못한, 사각지대 속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할 수 있다.
  
거름망이 성글어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결국 거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고쳐야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주요 급여는 단계적으로 폐지되지만 의료급여는 제외되었음), 지자체 복지담당 인력을 확충하고, 분절되어 있는 급여들을 통합·관리하는 복지 전달체계가 필요하다. 아무쪼록 내년에는, 아니, 앞으로 다시는 올해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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