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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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0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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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photo by 전진희ⓒ의협신문
photo by 전진희ⓒ의협신문

나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4살 경부터 나는 동네 병원의 의사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유난히 잔병치레가 많았습니다.
아이의 밤을 잠 못 자게 하는 아토피 피부염에 
엄마는 밤새 아이 등을 어루만지며 지샜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폐렴을 앓았습니다.
아플 때면 이른 아침 엄마의 출근길에 동행합니다.
아침부터 작은 손등에는 수액 주사 바늘이 꼽히고 
낮 동안 내내 병실이며 병월을 돌아다니며 환자들과 
간호사 이모들과 놀던 아이입니다.

아이가 신종 플루를 앓던 날은 
병원을 가득 메운 환자들로 아이가 종일 고열에 지쳐 쓰러질 때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고열에 기진맥진한 아이이 손등에 주사 바늘을 꼽고 
잠을 깨워가며 약을 먹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는 '엄마가 의사라 다행이다' 하며 웃어 보입니다.

이제 아이는 사춘기를 훌쩍 넘어서 고3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이의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나는 챙기지 못합니다.
학원을 오가는 길을 배중하고 마중하는 엄마도 되지 못합니다.
아이가 혼자 밥을 먹을 때,
나는 동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려운 피부를 만지고 
아픈 배를 진찰합니다.
이런 내게 아이는 '엄마가 의사라 난 참 자랑스러워' 라고 말합니다.

언제나 미안하고 부끄러운 엄마는 오늘 만은 조금 당당합니다.

'혼자 밥 먹을 때 심심하지 않으라고 반찬 좀 챙겼어요'
함께 일하는 간호사의 어머니께서 아이의 끼니 걱정에 
맛난 반찬거리를 잔뜩 보내셨습니다.
양손 가득 든 반찬거리는 엄마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줍니다.
'이거 유명한 가게의 맛난 빵이에도 , 동글이 것도 챙겼어요'
오랜 단골 환자인 동네 동생은 아이의 간식거리를 챙깁니다.

나는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동료와 나의 환자들의 정스러운 관심으로 함께 자란 아이는
동네병원 의사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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