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나영 존스홉킨스의대 조교수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멈췄다"
[인터뷰] 지나영 존스홉킨스의대 조교수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멈췄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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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흐르는 대로> 저자...대구 토박이, 인턴 수료 후 미국의사 도전
"한국의사, 의료체계 허점 메우며 고군분투...인정받지 못해 안타까워"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의협신문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의협신문

"대구 출신입니다. 대구 사투리 막 나옵니다∼"

지나영 교수의 유튜브 채널 첫 인사말이다. 존스홉킨스 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진으로 일하고 있는 유튜버의 인사로는 다소 구수(?)하게 들린다.

지나영 교수는 대구가톨릭대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미국 의사 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 하버드 의과대학 뇌 영상연구소를 거쳐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 정신과 레지던트에 합격했고, 소아정신과 펠로우 과정까지 이수했다. 그 뒤 존스홉킨스와 연계 병원인 케네디크리거인스티튜트에 소아정신과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탄탄대로 인생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의학으로는 증상 치료만 가능한 '기립성빈맥증후군'과 '신경매개저혈압'에 걸린 것. 자율신경계의 장애로 설명되는 질병으로 인해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됐다. 그녀의 말을 빌린다면 그야말로 '땅바닥에 붙어' 지내야 했다.

강제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자신만의 시간과 마주했다. "세게 아파봐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있다"고 말한 그녀는 그 시간 속에서 얻은 깨우침을 전하고 싶어 글을 쓰고, <마음이 흐르는 대로>를 발간했다.

한국 의사로서, 그리고 미국 의사(17년)로서 모두 살아본 그녀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이 더 필요할 것 같아, 한국에서 책을 냈다고 했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턴 생활과 비교한다면 미국에서의 의사 생활이 '천국' 같았다고 비유했다.

파란만장한 그녀의 경험이 이슈가 되면서 KBS 1TV 아침마당 신년특집(2021년 1월 5일 예정)과 CBS TV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도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의협신문]은 2020년이 끝나가는 연말 "지금까지 내 마음대로 살아왔다"고 자신하는 지나영 교수를 만났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 온 그녀에게 한국 의사와 미국 의사로서의 삶의 차이부터 미국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꿀팁, 불치병을 진단받고 극복해 나가고 있는 과정과 삶에 대한 자세 등을 물었다.

지나영 교수는 한국 의사들에게는 의료체계의 허점을 메우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국민들의 존경과 인정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위로를 전했다.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의협신문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의협신문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해 달라.

▶ 이번에 집필한 책 제목처럼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삶의 방향을 선택해 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미국으로 향한 것,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말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정신과를 선택한 것, 미국 내에서도 위험하기로 소문난 볼티모어에 자리를 잡고 열악한 상황에 놓인 환자들을 돌보게 된 것 모두 내면에서 말하는 방향대로의 선택이다. 현재는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케네디 크리거 인스티튜트에서 소아정신과 교수진으로 있다.

미국에서 의사과정을 밟았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미국 의사과정에서 어려운 것 세 가지를 꼽자면 언어, 성적, 임상경험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만약 언어가 되는 분이라면, 생각보다 더 큰 장점이 된다. 특히 나의 경우, 언어로 치료해야 하는 정신과를 택해 더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시험을 잘 보는 편이지만 영어로 쳐야 한다는 자체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마지막이 중요한데, 레지던트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추천서가 상당히 중요하다. 임상경험이 있어야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어렵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어려워졌다. 나의 경우 운 좋게 대구가톨릭의대의 자매학교가 보스턴에 있었다. 여기서 5개월 가까이 Observership을 할 수 있었고, 여기서 추천서를 받았다.

미국 의사 과정에 관심 있는 한국의사들에게 팁을 준다면?
▶내가 알기로 작년에 미국 의사로 들어오신 분이 35∼6명 정도라고 들었다. 미국 의사에 지원한 분 중 60% 정도가 합격했다고 하더라. 생각보다는 많이 안 온다고 생각했다. 만약 관심이 있는 분이 있다면 추천서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임상경험이 현재 좀 더 어려운 상황이라, 일단 연구소에서의 연구가 문턱이 좀 더 낮다는 점을 팁으로 드리고 싶다.

한국 의사로, 그리고 미국 의사로도 수련을 받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수련의 성향, 성격, 모습이 모두 상당히 다르다. 미국의 수련은 정말 '수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목적의식이 강하다. 한국에서 전공의들을 '인력'으로 여기는 것과는 큰 차이다. ACGME라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5년 정도에 한 번씩 수련 과정을 검사하는데, 여기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면 상당한 오명으로 여긴다.

하루 동안 보는 환자 수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레지던트 한 사람이 보는 환자수가 상당하다. 인턴 당시, 하루 동안 드레싱한 환자가 50∼60명 정도가 기본이었다. 미국에서 인턴을 했을 때는 적게는 4명에서 많으면 16명 정도였다. 한국과 비교해 미국에서의 인턴 생활은 정말 천국이었다. 서로 여유가 있으니 한 명에게 일이 몰렸을 때는 자연스럽게 돕는 분위기가 있다. 구체적 예로, 미국에서 레지던트 3명이 한 번에 임신을 했었다. 그런데도 다 서로 조금씩 커버하면서 일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기립성빈맥증후군'과 '신경매개저혈압'을 앓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병인가?
▶자율신경계가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맥박, 혈압, 체온, 호흡, 장운동, 수면, 동공, 침샘, 호르몬 조절에 장애가 온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길항작용이 제대로 안 되는 질병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율신경계장애나 만성피로증후군으로 간다는 사실이 최근 학계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증상은 어지럼증부터 시작됐다. 심장이 마구 뛰었고, 한여름에도 추위를 느꼈으며 위장과 수면에도 문제가 생겼다.

처음 병을 얻고,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17년을 미국 의사로 생활하며 교수까지 됐다. 정말 열심히 쉼 없이 살았다고 자신한다. 병이 처음 생긴 게 2017년이다. 병과 함께 한 지 3년 정도 됐다. 직장을 버텨보려고 했지만, 응급실만 3번을 실려 가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에 1년의 병가를 냈다. 이후 집중치료를 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땅바닥에만 누워' 부모님의 간호를 받았다.

진단부터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발병 이후, 진단까지 6개월이 걸렸다. 존스홉킨스병원에 있으면서 10여 명의 의사를 만났고, 많은 검사를 했지만 '정상'으로 나왔다. 헤매는 동안 증상이 심해져 앉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이제는 정말 죽겠다 싶었던 그때, 우연히 정태환 존스홉킨스병원 교수님의 SNS가 계기가 됐다. '기립성빈맥증후군' 환자를 보고 있다는 글을 봤는데 증상이 나와 너무 유사해 바로 연락했다. 해당 질병은 '기립경'을 통해 진단할 수 있는데, 나 역시 이를 통해 진단을 받았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해당 질병은 아직 정립된 치료가 없다. 증상치료 정도만 가능하다. 나의 경우, 여기에 만성피로증후군 증상도 겹쳐서 왔다. 어지럼증이나 혈압 증상은 좋아졌는데 비정상적인 피로감은 아직도 있다.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로를 느끼는 것이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집필 ⓒ의협신문
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조교수 집필 ⓒ의협신문

불치병을 앓는 상황에서 책을 집필했다. 계기가 있다면?
▶사람이 세게 아파보면, 다른 곳에서 얻지 못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의 경우, 정말 하고 있던 모든 것을 놔야 했다. 땅바닥에 붙어 지내면서 어쩔 수 없이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 또 다른 나만의 경험은 미국에서 20년을 살았고, 한국에서 25년을 살았다는 점이다. 거의 반반 살았다고 보면 된다. 두 가지의 상당히 다른 문화를 경험하면서 깨우친 점도 많다.

위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을 간단히 요약해 말하자면 나라는 사람의 성취, 자아실현, 욕구 충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진짜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주어진 삶이다. 누가 볼 때 초라하건 말건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라고 하고 싶다.

인생을 거의 두 나라에서 반반 살았지만, 한국에 이 책을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너무 남을 신경 쓰면서 산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진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이 없어 보인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하고,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귀한지를 진심을 담아 전하고 싶었다.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고, 이에 책을 쓰고 싶었다.

인세의 일부를 '캄보디아 낙원학교'에 기부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인세 기부는 집필 당시부터 생각했다. 자아실현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남을 도울 때 자기실현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내 마음대로 하고 살다 보니, 그 위 단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부처 선정은 책 추천사를 써준 메릴랜드주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일면식도 없던 분께 원고와 추천사를 편지로 요청했고, 감사하게 답장이 왔다. 인연이 되어 연락하게 되면서 인세의 일부를 후원할 곳을 찾고 있다고 하니, 캄보디아 낙원학교를 소개해 주셨다. 선교사님이 혼자 300명의 아이에게 쌀을 나눠주면서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이다. 학대당하고, 버려지고, 굶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부를 결심했다. 책이 많이 팔렸으면 하는 이유 중 하나다(하하).

책을 집필했고, 현재 유튜브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 중, 더 매력적인 것은 어느 쪽인지?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준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고, 또 뿌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도 2년 반이 걸렸다. 내 성격과 더 맞는 것은 방송이나 유튜브 쪽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책 집필 역시 꾸준히 할 생각이다. 현재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계획돼 있다. 청소년들의 자존감과 관련한 이야기, 그리고 부모의 교육을 이야기하고 싶다.

[의협신문]의 주독자들이 의사다. 의사들에 한마디 남긴다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의사분들은 특히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이나 보험체계는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이것을 우리나라 의사 선생님들이 애써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과 감사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느낀다. 이 부분이 참 안타깝다. 의사가 존중받아야 다음 세대 의사도 그런 사람이 가게 된다. 전체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이다. 부서진 의료체계의 허점을 메워가며 환자들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시는 우리나라 의사들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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