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코로나19로만 사망하는 것이 아냐"
"국민은 코로나19로만 사망하는 것이 아냐"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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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심장병·뇌졸중 등 '중환자' 코로나19 환자에 떠밀려서야…

#1. 요새 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예정 날짜보다 몇달쯤 늦게 오시는 분들이 꽤 된다. 코로나 19가 걱정된다며 외래를  미뤘던 분들이다. 일단 남은 약들로 버티다가 약 떨어지면서 오신분들도 계시지만, 이미 몇 달 째 약이 없어 먹지 않았다는 분도 있다.  

다른 진료과를 함께 다니시는 분들이 추적관찰이 안되고 있는 것도 가끔 본다. B형 간염 환자로 소화기내과를 다니시던 분인데 지난 1년 동안 정기 체크를 하지 않았다는 분도 있었고, 심지어 순화기내과에서 경피적 관동맥 중재술을 했던 분인데 병원에 오는게 무서웠다며 항혈전제를 몇 달 간 안 드시던 분도 있었다. 당장 해당과에 가서 진료를 보시라고 말씀드렸다. 

만성질환 관리도 잘 안되는 느낌이다. 모니터링을 위해 당일 혈액검사를 하셔야 할 분이 채혈하고 기다리는 시간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섭다고 오늘은 약만 후딱 받아가겠다고 한다.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고, 다니던 헬스장이 닫았다면서,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여 체중이나 혈당이 증가해서 오시는 경우는 요샌 일상 다반사다. 

최근 <Lancet oncology>에 실린 모델링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암진단 및 치료 지연으로 인해서 상당한 수준의 추가적인 암 사망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당뇨나 심혈관 질환 관리가 잘 안되면서 장기적인 합병증이나 사망도 증가할 것 같다. 

#2. 그나마 이런 효과는 당장 눈에 보이지라도 않는다. 더 심각해 보이는 것은 최근 1000명을 넘어가는 확진자가 나오면서, 급해진 정부가 병상 확보를 위해 기존의 비(非) 코로나 환자를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공공병원인 중앙보훈병원에서는 '확진자 전담 치료병상' 120개를 마련한다고 한다(12월 12일). 그런데 그 방법은 뇌졸중 등의 병으로 현재 재활병동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을 전원 또는 퇴원시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중증환자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을 비우라고 한 것이다. 실제 한 단체는 정부가 빅5 병원에 대해 병상동원 명령을 내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특히 중환자실은 일부 코로나 환자 뿐 아니라, 비(非) 코로나 중증 환자들로 이미 가득 차있다. 주로 암, 심장병, 뇌졸중, 장기이식이나 희귀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이다. 이 환자들이 소위 나이롱 환자로 입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안전하게 전원이나 퇴원이 가능할까? 새로 발생하는 중환자들은 어디로 수용할 것인가?  

더욱이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은 미국 등의 선진국과 달리 1인실이 아니고, 대부분 개방형으로 되어있는 일종의 다인실이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를 받으면 중환자실을 통째로 비우라는 말과 똑같다. 정책 결정자들이 한번이라도 중환자실을 가본적이 있는 지 의문이다.   

#3. 그나마 최근 정부는 병원 전체를 통째로 비워 코로나 환자 19치료에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2월 11일). 올해 초 대구에서 코로나19 유행시 마침 비어있던 동산의료원을 활용했던 그 방식이다. 정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러면 그동안은 뭐하고 있었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북반구의 겨울에 다시 유행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보면서 타산지석 삼아 대비를 했어야 할 시간에, 우리나라는 '매우 예외적으로 선방' 하고 있다면서 '방역 완화조치는 우리가 코로나를 방역의 통제 속에 둘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단 두 달 전이다(10월 12일). 

가천대 길병원의 사례는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길병원은 수익감소를 각오하고 코로나 19병상을 100병상 이상 확보해 놓았다. 환자가 줄자 정부는 8월 4일 지정을 해제하고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도 해제했다. 병원에서는 아직 코로나 19병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대했으나, 정부가 거부했다. 이에 병원은 어쩔 수 없이 설치했던 음압 장비와 차단벽을 다시 없앴다. 그러더니 며칠 후 다시 환자가 증가하자 다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재지정하면서 병상을 확보하라고 했다.  

그 과정을 겪으신 길병원 엄중식 교수님께서 몇일 전(12월 10일) 하신 말씀이다. 

"정부가 감염병 병상 확보와 관련해 상황이 급해지니 상급종합병원에 협조하라고 반협박을 하고 있는데, 안정적일 때 미리 계획 세우지 않고 뭘 했습니까? 상황이 나빠져야 나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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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2 00:39:27
헉 가천길병원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정말 황당하기 이루 말할 수 없네.

양성규 2020-12-20 18:00:07
좋은글 잘봤습니다. 중환자실 통합형이라는거 알기에 거기 코로나 환자 1명 들어가면 거기 중환자 다 나와야 되는데 생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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