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 模索 4
그림자를 걷어내고
축축한 나뭇가지를 말리던 11월의 나무는
잎들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앙상한 가지에는 햇빛이 내려와 들어찼다
잎들이 있었던 자리마다
먼 기억처럼
아직은 엷은 자줏빛 잔상殘像들이 감돌고 있고
정수리 근처에는
주인이 떠나간 빈 까치집이 푸른 하늘을 받쳐 들고 있다
목덜미를 휘감던 바람은
겨울로 가는 길에
지상에서 가볍게 들썩이는 낙엽들 사이에 잠시 멈추었다
순간, 고요하다
이제껏 서두르지 않았던 잎새 하나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장 오래된 생각인 듯
신神의 뜻인 듯
허공 속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 경기 광명 우리내과의원장/<문학사상> 신인상 등단/시집 <노랑나비, 베란다 창틀에 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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