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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의사 신분 노출한 경찰 비난 댓글 봇물
의료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의사 신분 노출한 경찰 비난 댓글 봇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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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댓글 불만 쏟아져 "처벌 규정 있는 의무에, 보호조차 안 된다니"
의협 "경찰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고, 신고인 신원 철저히 보호하라!"
의료인들은 의협신문 기자 댓글을 통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처벌조항을 두며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신분 보호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의료인들은 의협신문 기자 댓글을 통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처벌조항을 두며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신분 보호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의협신문 홍완기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다가 신분이 노출돼 고초를 겪은 의료진의 사례와 관련,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 범죄신고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에 의해 신분 노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더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순창경찰서와 관할 파출소는 아동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한 신분 노출 사건을 포함, 다른 '의료인 폭언·위협'사건에서도 아쉬운 대처를 보였다(관련 기사: 아동학대 의심 신고한 의사 노출한 경찰 탓 위협받고 '덜덜').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 제10호 제2항에 따르면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 의무자에는 총 24개 직군이 있는데 의료기관의 장과 그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아동학대 조기 발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실책이라며 책임자에 대한 엄정 처벌을 촉구했다.

의협은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의심과 신고가 필수적"이라며 "경찰이 신분을 노출해 곤경에 처하도록 한 것은 의료진을 보복의 위협에 노출시킴으로써 적극적인 신고를 꺼리게 하고, 조기에 발견 가능한 아동학대의 피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매우 큰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자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 당국 역시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의심사례 신고인 보호 대책과 신원 보호를 위한 신고 접수 및 수사과정에서의 적절한 대응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위협에 노출돼 있는 소중한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인들은 SNS 및 해당 기사 댓글 등을 통해서도 관련 지적을 이어갔다.

기사 댓글에는 '신고를 하면, 보복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언제까지 정의감에 의존하며 의무만 강조할 것인가?', '이래놓고 신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문제 삼을 거 아니냐', '공중보건의사들의 수모는 정말 상당하다'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큰 결심을 하신 것 같다', '당당하게 항의하는 선생님을 응원한다' 등 이번 사례에서 공중보건의사가 용기를 낸 데 대한 응원 의견도 많았다.

의료인들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처벌조항을 두며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신분 보호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A의사는 기사가 링크된 SNS 댓글에서 "물론 저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신고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처리할 거라면 의료인한테 신고 의무 부여하면 안 된다. 신고하고 나서 얼마나 떨고 있을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유명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B의사는 게시글을 통해 "2년 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아동학대가 의심돼 신고했는데 며칠 뒤 바로 학대가 의심되는 친모에게 전화가 왔다"며 "나도 사람인지라 항의 전화를 연속으로 받고 나니, 신고를 하지 말아야 하는건가라는 생각까지 났다"며 한탄했다.

아동학대는 사회적 문제로, 동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경우 신고자의 의무를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처분과 함께 신변 보호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전문가들은 신분 보호 미흡이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올해 7월 7일 주최한 '의료기관 아동학대 신고율 제고 방안은?' 정책토론회에서도 역시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던 '나쁜' 경험이 다음 신고를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곽영호 서울의대 교수(소아응급의학과)는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감이 '나쁜 경험'에 포함된다고 짚었다.

곽영호 교수는 "신고자 신분 노출에 대한 불안감 등은 나쁜 경험이 된다. 무례하고 캐묻는 태도, 무시, 무리한 출두, 진술서작성 등 개인 시간 허비 등도 마찬가지"라며 "이러한 나쁜 경험은 다음 신고를 막게 된다. 더불어 보상도 없고, 고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당위성만으로 행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진상조사가 명명백백 이뤄져야 한다. 진상 조사 후 잘못이 있는 경찰관에 대한 분명한 징계 역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의료원 근무 선생님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도 철저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회장은 순창경찰서장에 직접 항의 전화를 진행, 진상조사 및 신변보호 조치를 함께 촉구했다고도 전했다.

임 회장은 "경찰서장으로부터 본건과 관련해, 어떠한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법적 검토 역시 철저히 진행하겠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10조 2항에 따르면, 누군든지 아동학대범죄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 제10조 3항(아동학대범죄신고자등에 대한 보호조치)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신고자등에 대해서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8조를 다시 보면 범죄신고자등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그 인적 사항 또는 범죄신고자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해서는 안 된다.

위 사항을 위반한 자는 동 법 처벌조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결과적으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와 관련해, 신고인의 인적사항 또는 신고인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동 사건의 당사자인 공중보건의사(순창 소재 의료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사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많은데, 보호에 대한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를 더욱 꺼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경찰에서 신고인을 특정해 얘기하는 것은 정말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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