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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약침 정맥주사, 한의학적 원리 벗어난 의료행위"
법원, "약침 정맥주사, 한의학적 원리 벗어난 의료행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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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한의사 유죄판결…"한의사 면허 범위 행위 보기 어렵다" 판단
산삼 성분(진세노사이드) 없는 약침 허위·과장 광고…암환자 기망 '사기'
ⓒ의협신문
ⓒ의협신문

약침 피해 환자 가족이 한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형사 소송에서 재판부가 "약침 정맥주사는 한의학적 원리를 벗어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8단독)은 지난 12월 10일 사기 및 의료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2명의 한의사에게 유죄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1명의 한방병원 관계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A한의원(현재 A한방병원)의 실질적인 원장인 S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 징역 6개월과 사기죄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S한의사에게 고용돼 월급을 받으면서 원장으로 근무한 K한의사에게는 사기죄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2년 유예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방병원 관계자인 P씨는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았으나, 재판부는 "P씨가 실질적으로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에 직접 관여하거나, 자금을 조달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S한의사와 K한의사는 약침을 제조하고, 여러 환자에게 약침을 정맥주사했다.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약침은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어 면역계를 활성화해 암세포 자연 사멸을 유도한다'라는 등의 광고를 했다.

또 말기 암 환자들의 과장된 호전 사례를 치료 전후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게시했다.

S한의사는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 내용과 호전 사례를 보고 방문한 환자들에게 '약침에 들어가는 약재는 암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말기 암을 고친 사례도 많이 있다'라며 피해자로부터 시술료 및 처치료를 받았다.

K한의사는 환자들에게 '더 심한 환자도 약침 치료를 받고서 종양이 줄어들었다. 암이 많이 전이된 상태에서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암은 차갑고 습한 것을 좋아하는데 약침이 열성이기 때문에 암을 말려서 죽인다' 등의 내용을 설명하고, 피해자들로부터 시술료 및 처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S한의사를 의료법 위반, 의료법 위반 교사, 사기죄 혐의로, K한의사를 사기죄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한의사가 약침을 '조제'가 아닌 '제조'를 할 권한이 있는지 ▲약침에 산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함유됐는지 ▲인터넷홈페이지 게시내용과 피해자에게 면담한 내용의 허위·기망 사실이 있는지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인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먼저 S한의사의 사기죄와 관련, 재판부는 약침을 정맥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침구요법이 아닌 약물요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조제'가 아닌 '제조'에 해당한다고 봤다.

더구나 S한의사가 스스로 제조해온 약침의 제조법 역시 정량·계량화되어 있지 않고, 그 산삼 등 원자재의 출처나 수급·투입 등이 극히 불분명해 S한의사에게는 약침을 제조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D한의대의 시험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서 약침에는 산삼 성분(진세노사이드)이 없고, 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언론사 방송 이후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삭제한 정황, 그리고 약침은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그 성분에 대한 공인도 전혀 없으며, 재료·제조시설과 방법 등이 공개되거나 정량화되지도 않은 상태 등을 고려하면, 약침에 산삼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함유됐다는 내용은 '거짓'이거나 '과장'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말기 암 등 절박한 환자에게 진세노사이드 성분 함유와 그 효능 등을 확정적으로 운운한 것은 기망에 해당한다"라며 사기죄를 인정했다.

다음으로 S한의사의 의료법 위반과 관련, 재판부는 S한의사는 정맥주사는 약침요법 또는 혈맥약침으로서 한의사가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하지만, 한방원리에 의하지 않고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100㏄ 내외의 다량의 약침액을 링거 방식으로 정맥에 주입하는 이 사건 시술은 한의학적 침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을 시도하는 것이므로 한의학의 원리에서 벗어났다는 것.

나아가 이 사건 약침액에 대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았다거나 별다른 안전성·유효성 인정자료도 찾아볼 수 없어 정맥주사는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시술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간호사의 정맥주사 시술 행위는 S한의사가 지도·감독했는지와 무관하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간호사에게 정맥주사를 교사한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S한의사는 환자의 진료기록이나 CT 사진 등을 토대로 호전 사례를 게재했는데, 28가지 호전 사례로 게시된 CT 사진 중 2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호전됐는지 알 수 없거나 악화한 사진들임이 인정되며, 호전 사례가 S한의사의 약침으로 인한 것인지 불명확함에도 마치 그런 것처럼 단언적으로 표시한 점 등은 과장광고에 해당하고, 산삼 성분 약침의 효능 등에 대한 광고 역시 허위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기 범행과 관련, "S한의사와 K한의사는 말기 암 환자 등 절박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검증되거나 안전성·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마치 치료가능한 것처럼 기망해 고액의 치료비를 받아낸 범행으로써, 그 수법이나 피해 규모 등에 비춰 사건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또 의료법 위반 범행 관련, "S한의사는 한의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정맥주사를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한방치료의 특성만을 내세우고 있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오랜 기간 동안 피해자들과 원만한 화해에 이르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K한의사는 S한의사와 공모해 사기죄가 모두 인정되지만, 가담 경위에 참작할 점이 있음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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