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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동학대 신고 의사 신분노출 항의하자 경찰 "이해하고 넘어가라" 황당
[인터뷰]아동학대 신고 의사 신분노출 항의하자 경찰 "이해하고 넘어가라" 황당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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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공보의 "여전히 두렵다" 신분 노출에 이어, 신변 보호 미흡도 호소
민원 제기한 순창경찰서 청문감사실 "이해하고, 넘어가세요" 황당 대응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다가 경찰이 신분을 노출, 고초를 겪은 의료진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파출소는 아동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한 신분 노출 사건을 포함, 다른 '의료인 폭언·위협'사건에서도 아쉬운 대처를 보였다(관련 기사: 아동학대 의심 신고한 의사 노출한 경찰 탓 위협받고 '덜덜').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신고 의무자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제1항 제2호, 제10호 제2항에 따라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 의무자에는 24개 직군이 포함되는데, 의료기관의 장과 그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 역시 이에 속한다.

처벌조항을 두며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신분 보호가, 그것도 경찰에 의해 지켜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협신문]은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한 A공중보건의사에게 구체적인 상황과 심경을 물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일문일답]

처음 아동 학대를 의심하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현재 코로나19 상황이라 병원 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있다. 체온 측정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의심 정황을 들었다. 담당 직원이 "아빠가 던져서 왔던 아이 어떻게 됐냐?"로 물어 구체적인 상황을 물었더니 "아기 엄마가 그렇게 얘기했다. 아빠는 주차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아기 엄마가 아빠가 아기를 던져서 다쳤다고 했다"고 말하더라.

학대 의심을 받은 친부 역시 인정했나?
▶진료실에서는 친부가 아기 혼자 다쳤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체온 측정 담당 직원의 말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가해 아버지로부터 받은 위협은 어느 정도였나?
▶사건 당일 오후에 1∼2시간 사이 5번 넘게 전화가 왔다. "네가 뭔데, 내 아기를 학대했다고 생각했냐", "나를 왜 나쁜 사람 취급하냐, 억울하다"며 흥분상태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꿀밤을 때리고, 잡아당기면서 넘어진 건데 이거 어떻게 학대냐"고도 했다.

민원을 제기하셨다고 했는데?
▶순창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신변노출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민원이 접수된 게 아니다. "이해하고, 넘어가세요"라는 말을 하더라. 이에, 위법한 행동이었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하더라.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내규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너무 황당했다.

당황하셨을 것 같다. 경찰서장의 지시로 신분을 노출한 해당 경찰관과 관련, 파출소에 대한 교육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처리는 어떻게 알게 된 건가?
▶제대로 조사하고, 제대로 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떻게 조사됐고, 감사 결과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감사실에서 직접 찾아왔다. 계장님이 오셔서 말씀하시길 경찰서장님께 보고를 드렸더니, 파출소 교육을 하는 것으로 정리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현재 신변보호조치는 되고 있는 건가?
▶거의 없다고 느낀다. 처음 2, 3일 정도는 진료실에 직접 순찰해서 잘 있는지를 확인하더라.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여성청소년계에서 별일 없었는지 전화도 왔다. 그런데 이후로는 순찰도 특별히 있는지 모르겠고, 전화도 없었다.

10일 발생한 폭언사건에 대해서도 대처가 미흡하다고 하셨는데?
▶위 사건이 있고, 의료원에서 신고하면 빨리 와주겠다고 했는데, 어제(10일) 폭언·위협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출동도 하지 않았다. 신변 보호도 전혀 없었다.

지금 심경은 어떠신가?
▶여전히 두렵다.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폭언·위협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나?
▶26개월 환아가 발열 및 호흡기 증상으로 의료원에 내원했다. 이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먼저 받길 권고했다. 그런데 보호자가 "왜 딱 보고 애가 감기인지, 코로나19 인지도 모르냐"면서 "나이도 어린 게 네 맘대로 결정해서 쓸데없이 검사를 보게 하느냐"고 따졌다. 실제로 폭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욕설도 이어졌고, 당사자가 위협감을 느꼈다고 했다. 보호자의 덩치가 상당했던 것도 한몫했다. 공보의에게 폭언이 이어지자, 여자 직원분들이 무서워서 도망칠 정도였다. 그 정도로 험악한 상황이었다.

동료 공보의 선생님이 현재 어떤 상태인가?
▶경찰에 대해 전혀 못 믿겠다고 했고, 또 많이 무서웠다고 했다. 모욕감도 심하게 느꼈다고 한다. 모욕죄로 고소를 했는데 파출소 반응이 계속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식이어서 더 그랬다고 했다. 지금도 해코지당할까 봐 무서워한다.

파출소장이 "대충 조사하라"고 지시한 게 사실인가? 발언 내용이 궁금하다.
▶고소장을 접수하는데 파출소장이 "왜 의사가 딱 보고 모르냐, 왜 검사를 무리하게 하느냐, 의료진이 참고 인내심이 있어야지 이런 걸 신고하냐"는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또 힘든 부분이 있다면?
▶사실 위 사건들 말고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위협받는 일이 많았다. 오늘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이 지역에서 확진자가 없었기 때문에 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분들이 많았다. "선별진료소에서 그런 것도 딱 보고 모르냐", "왜 나를 죄인 취급하느냐"면서 거부감을 표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특히 고충이 많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의사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많은데, 보호에 대한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대학병원의 경우, 보안요원 등이 상주하고 있지만, 저를 포함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많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를 더욱 꺼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물론, 정황상 신변 노출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찰에서 신고인을 특정해 얘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느낀다.

순창경찰서는 [의협신문] 취재 이후 본지에 직접 입장문을 발송, 피해에 대한 유감 입장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정재봉 순창경찰서장(총경)은 "이번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분이 어떤 경위로든 알려져 신고하신 분에게 피해를 야기한 점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순창경찰서에서는 이 건 아동학대 신고 사건처리 전 과정에 대해 경찰 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그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 조그마한 실수라도 피해자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마음에 새기고 업무처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양한 조치를 강구 시행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10일 발생한 폭언·위협사건을 담당했던 남계파출소 소장은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무원의 입장에서 국민을 이해하는 측면으로 마인드를 바꿔 달라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다. 상황이 다소 격양됐기에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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