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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뭉쳐서 간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뭉쳐서 간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12.0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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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협력모델·메가펀드 조성·탈추격 전략' 성공 조건
기술자산 인식 부족…전문인력 확충·단기 투자 회수 지양해야
제약바이오협회, 보스턴 CIC 자문단 화상간담회…"새 판 짜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2일 열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우리가 갈 길은?' 화상간담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2일 열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우리가 갈 길은?' 화상간담회.

"협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한국 제약산업계가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개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무한 협력에 기반한 한국형 협력모델 개발, 메가펀드 조성, 선진국 모방·추격하는 단계에서 벗어난 탈추격 전략 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일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우리가 갈 길은?'을 주제로 긴급 화상간담회를 열었다. 

화상간담회에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각축장인 미국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캠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진출 예정기업, 협회 글로벌위원회·R&D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의 화두는 '새판짜기'였다.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사회안전망 기능과 함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며 "눈 앞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위험과 더 큰 보상을 향한 과감한 도전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은 규모, 부족한 인프라, 경험 부재의 약점을 극복하고 자본과 인력 집중을 통해 우리가 가진 역량을 현실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밑거름으로 협력하지 않은면 도태된다는 각오로 글로벌 시장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긴급좌담회는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부회장)가 좌장을 맡고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CIC자문단인 김공식 변호사(넬슨멀린스파트너스)·우정훈 대표(BW바이오메드)·윤동민 대표(솔라스타벤처스) 등이 패널로 참석해, 세계 최대 바이오클러스터인 보스턴 생태계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가늠했다.

첫 화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이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체 블록버스터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수출에 그칠 게 아니라 기초연구에서 임상을 거쳐 상용화에 이르는 전주기 경험에 대한 절실함이다. 

왼쪽부터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김공식 변호사(넬슨멀린스파트너스)·우정훈 대표(BW바이오메드).
왼쪽부터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김공식 변호사(넬슨멀린스파트너스)·우정훈 대표(BW바이오메드).

우정훈 대표는 "내수 중심 제네릭-개량신약-기술수출 시대를 지나 이제 블록버스터 신약에 도전할 때가 됐다"며 "최근 다국적기업들은 컨소시엄 형태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 역시 대규모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새로운 탈추격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형제약사의 리더십과 기업간 역량 결집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윤동민 대표는 "해외 사례를 보면 벤처 단계 후보물질을 블록버스터로 만들기 위해 빅파마가 리더십을 갖고 후기 임상(임상 2·3상)을 주도한다"며 "블록버스터 개발에는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형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후기단계 임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동기 부여가 되는 메가펀드, KIMCo 등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일 제약사가 추진하기 어려운 후기 단계 임상을 여러 기업들의 공동 투자로 이끌어낸다면 자체 블록버스터 개발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규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뭉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공식 변호사는 "코라나19 상황에서 백신·치료제에 성과를 내는 기업은 대부분 빅파마이거나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받는 세미 빅파마"라며 "규모 경쟁을 하기 위해 한국 제약사들은 뭉쳐야 하고, 정부는 이들이 뭉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사들과 정부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규모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문인력·자본·기술자산 보호 등에 대한 부족한 인프라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윤동민 대표(솔라스타벤처스·모니터 화면)는 보스턴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윤동민 대표(솔라스타벤처스·모니터 화면)는 보스턴 현지에서 화상으로 참여했다.

윤동민 대표는 "국내 현실은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의약화학(Medicinal Chemistry)이나 중개(Translational) 연구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우수 인력을 보강할 경우 신약개발 성공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가 미국(120억 달러)·유럽(30억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면서도 IT기업에서 하듯 1∼2년 단기간 투자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간을 내다보는 투자로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공식 변호사는 지적재산권(IP)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특허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백, 수천억원을 들여 기술 개발을 하더라도 나중에 특허 침해로 밝혀지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빅파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 다른 회사나 대학들이 그 기술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지 글로벌 규모로 검토한다"며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이 같은 실시자유(Freedom-to-operate) 분석을 전 세계 규모로 시행하는데 취약하기 때문에 인력·자본 뿐만 아니라 기술보호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허 확보만큼 보호도 중요하다. 김 변호사는 "빅파마는 자신들의 기술을 특허로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며, 특허 장벽에 더해 규제장벽도 구축해 약물의 라이프사이클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은 혼자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아니다. 정부의 세제혜택·정책적 지원·메가펀드 투입·상호보완적 컨소시엄 구성 등이 한 데 모아졌을 때 이룰 수 있는 결과다.

허경화 대표는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한 선결과제로 ▲제약과 바이오기업간 무한 협력 ▲프로젝트별 기술·자본·인력 결합 한국형 협력모델 정립 ▲메가펀드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규모·기술력·마케팅·설비 측면에서 개별 기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극복하면서 협력을 통해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허 대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앞당기려면 산업계가 하나된 마음으로 뭉쳐야 한다"면서 "빅파마를 탈 추격하기 위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 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아닐 간담회에 앞서 윤태진 유한양행 이사·박찬희 JW중외제약 CTO 등이 연자로 나서 각사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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