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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복지부 공무원 없는 현지조사 '위법'" 판단
법원, "복지부 공무원 없는 현지조사 '위법'" 판단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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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급여비 환수처분 26억, 과징금 75억 처분 취소 판결
행정처분으로 100억 날릴뻔 한 의료기관…소송서 '승소'
ⓒ의협신문
ⓒ의협신문

현지조사 결과 총 26억원대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과 총 75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을 뻔했던 의료기관이 현지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결과 승소했다.

행정처분의 근거가 됐던 현지조사가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이 직접 참여하지 않고 진행돼 위법이라는 이유 때문.

서울행정법원은 19일 A법인이 제기한 업무정지 처분 취소(의료급여기관 및 요양기관)·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행정처분 모두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원고는 1983년 설립된 법인으로 B의료원과 C노인전문병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관할 지방경찰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료원 및 노인전문병원에 대해 간호관리료 차등제 운영 현황 점검을 요청하고, 심사평가원이 현지확인을 통해 진료비를 부당청구한 정황을 발견하면서 현지조사가 이뤄졌다.

B의료원은 2013년 10월∼2016년 9월까지 총 36개월, C노인전문병원은 2014년 4월∼2016년 9월까지 총 15개월에 대해 급여비용 적정 청구 여부를 조사받았다.

현지조사 결과, C노인전문병원은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제 산정기준 위반청구' 사실이 확인돼 96일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 11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2019년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았다.

또 보건복지부는 2019년 1월 B의료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에 근거해 68억 7367만원,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에 근거해 5억 7917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2020년 8월 B의료원에 대해 26억 1487만원, C노인전문병원에 대해 190만원을 각각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요양급여비용 환수와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100억원대에 이르는 손해를 보게 된 A법인은 ▲B의료원과 C노인전문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방문 없이 심사평가원 소속 직원들에 의해서만 실시된, 조사 권한 없는 자에 이뤄진 위법한 조사 ▲현지조사와 현지확인을 실시하기 전에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으므로 행정조사법 위반 ▲원고에 대한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한 후 무리하게 행정조사권을 남용해 행정조사의 기본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심사평가원 직원만으로 이뤄진 현지조사의 위법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졌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실제 참여하지 않고 심사평가원 직원만으로 이뤄진 요양 및 의료급여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가 된 현지조사는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해 실시된 하자가 있는 위법한 행정조사에 해당하므로 각 처분(급여비 환수, 과징금 부과처분, 업무정지 처분)은 더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것.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심사평가원이 독자적으로 가진 보험급여(의료급여)비용의 심사·조정·적정성 평가 등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는 권한을 넘어선 현지조사권한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았다는 법령상(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의료법·행정조사기본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기관과 그 소속 의료인을 상대로 보험급여(의료급여)의 전반적인 내용에 관해 행정조사를 할 권한을 갖고, 그 소속 공무원에게 현지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현지조사반을 보건복지부 조사담당자를 반장으로 하고, 심사평가원 선임자를 팀장으로 해 구성했더라도, 현지조사가 이뤄질 때 조사원들만이 B의료원과 C노인전문병원을 방문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공무원이 방문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 만큼 현지조사권한이 없는 자가 시행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현지조사에서 취득한 자료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사명령서'와 '요양급여(의료급여) 관계 서류 제출 요구서'를 발부한 것이 현지조사 권한을 심사평가원에 위탁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근거 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현지조사와 관련해 건보공단이나 심사평가원에게 독자적인 권한을 인정하려면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직접 참여하지 않고 심사평가원 직원에 의해서 진행된 현지조사는 하자가 있는 행정조사에 해당해 현지조사 후 내려진 행정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은 올해 6월에도 있었다.

현지조사의 문제를 다룬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앞으로 현지조사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직접 참여 여부가 현지조사의 위법 여부를 판가름하는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진행한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반드시 현지조사에 참여해야 하는데, 공무원 명의만 빌려서 이뤄진 현지조사는 문제가 있다고 법원이 이 부분을 지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행위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한 행정행위는 남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원이 행정행위의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앞으로 행정청의 현지조사 관행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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