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18 (목)
신경과 전공의 증원 홀대 "이젠 절망적"
신경과 전공의 증원 홀대 "이젠 절망적"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11.29 16:24
  • 댓글 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5곳 지방대병원 정원 '0'…고령화 영향 진료 수요 급증 외면
대한신경과학회 "지원은 없고 규제만…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신경과 전공의 확보가 비상이다. 지원을 안 해서가 아니라 정원 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대한신경과학회는 3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전공의 증원을 요구해 왔지만 2021년도엔 오히려 축소(89→87명)됐다. 특히 1000병상급 5곳 지방대학병원(건양대병원·단국대병원·삼성창원병원·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조선대병원) 신경과에 전공의 배정이 한 명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회와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절망적"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신경과 전공의 부족 상황은 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1000병상을 기준으로 미국(10∼12명), 인도(6명), 일본(5∼10명), 이탈리아(5명) 등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5명에도 못 미친다.

미국 전문과별 전공의 수를 비교하면 부족 상황은 더욱 뚜렷해진다. 미국은 신경과 전공의 정원은 3072명(전공의 1~4년차)으로 한국(328명)이 10.7% 수준이다. 한국 보다 6배 많은 미국 인구를 감안하면 16% 정도가 적정하다. 다른 전문과는 오히려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성형외과(30.2%)·안과(27.3%)·재활의학과(28.2%)·신경외과(23.4%)·피부과(18.3%) 등으로 인구를 기준할 때 대부분 미국보다 높은 정원 확보율을 나타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경과 진료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있다.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뇌졸중·파킨슨병·뇌염·뇌전증·말초신경/척수 질환·두통·어지럼증·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진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력 부족에 대한 진료 현장의 고충은 더해지고 있다.

신경과학회 전공의대책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응급실 진료에서 중환자 진료 건수를 과별로 비교했을 때 신경과는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다음으로 많은 진료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제 진료 전문의 수는 7위, 전공의 수는 14위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보건복지부는 왜 전공의 증원을 주저할까.

필수 인력 증원보다 지원율이 낮은 전문과 육성지원에 치중하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게 학회의 중론이다. 실제로 신경과 전공의 지원율은 낮지 않아 육성지원 전문과로 분류되지 않는다.

신경과학회는 "대형 수련병원에서 응급실과 병실의 중증환자들을 지키는 신경과 전공의 정원을 한 명도 안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5∼10명의 전공의가 필요한 2000병상 이상 병원의 전공의 정원도 겨우 2명뿐"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 정원에 대한 지나친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전공의 급여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정원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에서 전공의 월급을 지원하고, 정원 이외로 더 뽑을 때에는 병원이 급여를 부담한다. 언제라도 추가 모집이 가능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전공의 부족에 시달리는 수련병원들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해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무슨 권한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는데 필요한 신경과 전공의 정원을 터무니없이 낮추는가"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신경과학회도 "미국·일본·유럽 등의 신경과 의사들은 한국의 턱없이 적은 전공의 정원 수준에 대해 놀라고 있다"며 "중증 환자들의 생명과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고 있는 학회 입장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정원 결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