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왜 하나요?
국정감사는 왜 하나요?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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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전문의약품 납품 문제

비서관으로 들어간 첫 해 국정감사 시절,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주말에도 국회에 살다시피 했다. 발언권에 대한 갈망이 컸기에 국회의원의 입을 빌어 정부기관의 수장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건의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첫 국정감사를 치르고 나서야 세상 일이 녹록지가 않다는 걸 깨달았다. 

2018년 국정감사 때 한의원 전문의약품 납품 문제에 대한 질의를 준비했다. 의료계의 제보에 따르면, 한의원에서 전문의약품에 대한 처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2017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의사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하거나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조제하거나 처방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한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지 직접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 힌트를 얻었다. 현재 생산·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은 바코드 또는 RFID태그로 관리되고 있으며, 제약사 및 유통사들은 의약품의 유통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에서 사용까지 현황정보를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유통 보고를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이 얼마나 납품되는지 알면 한의사가 실제로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지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최근 5년 간 한의원에 납품된 전문의약품의 종류와 양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이 자료는 2007년 10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가 개소한 이래 우리 의원실에서 최초로 뽑은 자료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의 한의원 1855개소에 전문의약품 17억원 치가 납품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중에는 의사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나 스테로이드, 국소마취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질의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답변했으며, 나는 변화를 꿈꿨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2018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는 2019년 3월에나 나왔고, 약속했던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서 2019년 국정감사 때 동일한 자료를 제출받아 1년 사이 변한 것이 있을까 확인했지만 여전히 한의원에는 대량의 전문의약품이 납품되고 있었다. 심지어 올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2014년 이후 최근까지 70억원에 이르는 전문의약품이 한의원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변한 게 전혀 없었다. 
  
국정감사는 왜 하는가? 본디 목적은 삼권분립(三權分立)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을 감사함으로써 견제하는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사후 점검 및 평가 체계가 부재한 현 시스템에는 국회 지적사항에 대한 피드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정감사 보고서가 다음 해 제출되면서 현안에 밀려 관심이 떨어지고 담당 부처는 당장 눈앞에 닥친 사업을 처리하느라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사항에 대해서 집중하기 어렵다. 오지 않는 답변을 기다리면서 나는 허탈함의 파도에서 허우적댔다. 실컷 고생하면 뭐하나, 바뀌는 것이 없는데. 
  
현재의 국정감사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고생에 비해 얻는 결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본연의 기능에 맞게 감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사 대상과 기간을 적정 수준으로 조율해야 하며, 국정감사 이후의 사후 점검 및 평가를 강제할 수 있는 체계를 입법화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 실제로 시정이 이뤄졌는지 평가하는 체계를 갖춰 예산 삭감 등 적극적인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없다면, 국정감사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앞으로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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