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06:00 (금)
의사 파업 법으로 못하게 한다?…"보복성 탄압"? 반발
의사 파업 법으로 못하게 한다?…"보복성 탄압"? 반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6 17:44
  • 댓글 1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혜영 의원 법안에 "근본적 해결 노력 없이, 의사 압박 입법만 남발" 비판
"8월 의사 단체행동 당시, 필수의료인력 유지됐다…호도해선 안 돼"
병원의사·개원의·등 의료계 전 직역은 8월 26일부터 3일간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병원의사·개원의·등 의료계 전 직역은 8월 26일부터 3일간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의료인 단체행동 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유지를 명문화한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의료계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 파업이 진행된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입법만 남발한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3일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동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정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근거로는 지난 8월 전공의를 포함한 전국적인 의사 단체행동을 들었다. 해당 단체행동의 결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됐다는 주장이다.

의료계는 지난 단체행동 당시, 필수의료인력은 계속 유지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 법안은 사실을 호도하는 '보복성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16일 성명에서 '의사 면허취소 강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는 상황을 짚으며 "동 법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지면 의사들은 면허 취소의 위협을 느낄 것"이라며 "해당 법이 실질적으로 파업금지법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동 법에 따르면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해야 할 대상에 전공의와 전임의가 포함되고, 필수유지 의료행위의 범위를 보다 넓게 정할 경우 모든 의사가 파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최혜영 의원이 "전공의 등 의사단체 진료 거부가 발생한 8월에는 약물을 마신 40대 남성이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3시간을 배회하다 결국 숨지는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8월 파업 당시 '젊은의사 단체행동' 진행에 적극 참여했던 서연주 전 대전협 부회장은 개인 SNS에서 관련 기사를 포스팅하며 파업 당시, 필수의료인력은 병원에 남았다고 강조했다.

서연주 전 부회장은 "의사들의 우려가 담긴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기에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앞장서 나왔다"며 "스승님들은 거리로 나선 제자들 대신, 기꺼이 당직을 서고 성심껏 밤새 환자들을 보살펴 주셨다. 이 법안이 현실이라면, 파업 기간 내내 쉴 틈 없이 흘린 스승님들의 눈물과 피와 땀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라고 반문했다.

병원의사협의회 역시 "전공의와 전임의가 파업했다고 해서 수련 병원의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중단된 적은 없었다. 교수들이 계속 업무를 하면서 응급실,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 수술실, 투석실 등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지켰기 때문"이라며 "여당은 마치 전공의 및 전임의 파업으로 인해 병원의 필수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면서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최 의원이 언급한 '40대 사망 환자' 사례 역시 '의료인력이 없어서' 사망했다는 정확한 사실관계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꼬집는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이번에 언급된 사례는 치료 시기가 지연된 약물 음독 환자다. 이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업무 공백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 지연은 현재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약물 중독 환자에 대한 일선 의료기관들의 전문 인력 및 시설 부족의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약물 중독 환자를 응급 처치하고 집중 치료하기 위해선 중독 전문 인력과 이들에 대한 고가의 치료 장비들이 필요한데, 저수가 및 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약물 중독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병원의사협의회는 "결국 저수가 등 왜곡된 의료 시스템에 의해 희생된 환자를 의사 파업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거짓말하며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현재의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의사들을 탄압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의사들은 개인 SNS와 관려 기사 댓글 등을 통해, 동 법안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A의사는 해당 기사를 링크하면서 "근본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 의사를 탄압하기 위한 입법만 남발하고 있다"며 "이제는 기본적인 자유마저 억압하려 한다. 최후의 수단마저 없애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의사 역시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여당이 의사들에게 파업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파업을 오히려 부추기는 법안"이라며 "다시 한번 보여줘야 한다"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사 파업을 부도덕한 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노동자로서의 속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 의사 파업을 굉장히 부도덕한 일처럼 매도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일상적인 일"이라며 "의료인이지만, 노동자적 속성을 갖고 있다. 외국에선 (정부와 국민 누구나)이런 노동자로서의 속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이러한 국제 사정에 둔감하단 걸 느꼈다. 상당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에도 프랑스 의사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의사 파업은 굉장히 흔한 일이란 것"이라면서 "필수 의료를 제공하고, 국민에게 사전 통지를 한다면 의사 파업은 큰 문제가 없다. 해외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민주정권에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