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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진료' 문제, 억지로 늘린다고 해결이 되나요?
'3분 진료' 문제, 억지로 늘린다고 해결이 되나요?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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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진국, 환자 질병·건강 상태에 따라 진료 시간 '차등 적용'
'기본진료료' 개편에 무게 둔, 3차 상대가치점수 연구에 '관심'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3분 진료'. 대기시간에 비해 의사와의 진료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것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을 담은 표현이다.

최근에는 바로 이 '3분 진료' 문제를 보완한다며 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진단명이나 방법 주의사항 등을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11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의료계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의료계는 의사의 일반적 진료 시 설명 의무를 구체적인 사항으로, 그것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진료 시간 자체를 강제로 늘리는 것으로는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없으며 진료 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료계가 말하는 진료 시간을 '짧게 하는 요인'은 뭘까.

먼저, 우리나라는 난이도나 진료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동일 금액으로 묶여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분석한 '한국과 주요 선진국의 외래 진찰료 비교(2016)'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환자 진료 시간이 10분일 경우 ▲5만2173원 ▲20분 8만9075원 ▲30분 12만8951원 ▲45분 19만6809원 ▲60분 24만6862원으로 각각 차등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외국의 외래 초진 진찰료 비교(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6년 7월 연구보고서) ⓒ의협신문
한국과 외국의 외래 초진 진찰료 비교(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6년 7월 연구보고서) ⓒ의협신문

진료 시간에 따른 차등수가로 인해, 미국은 환자의 질병과 건강 상태에 따라 진료 시간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단조로운 진찰료 산정 구조에 더해,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9년 9월 발표한 '국내외 외래 진찰 현황 검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진찰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온타리오) 등 국내외 진찰료 산정구조와 진찰료 수준을 비교·검토했다. 데이터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초·재진료를 중심으로, 2018년 구매력 지수(purchasing power parties, PPPs) 적용 환율 기준으로 한화로 환산해 비교했다.

초진료의 경우 △미국 9만 8626원 △캐나다 5만 2724원 △프랑스 2만 7841원 △일본 2만 4028원 △한국 1만 5310원 순이었다.

재진료 역시 △미국 6만 8236원 △프랑스 2만 7841원 △캐나다 2만 6191원 △한국 1만 950원 △일본 6135원 순으로 전반적으로 한국의 진찰료 수준은 초·재진 모두 국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초재진료 비교표(2018년 기준/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9년 9월 연구보고서) ⓒ의협신문
국내외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초재진료 비교표(2018년 기준/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9년 9월 연구보고서) ⓒ의협신문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낮은 진찰료, 그리고 단편적인 진찰료 책정 구조는 '박리다매'를 유발해, 환자의 만족도와 의료서비스의 질을 모두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진들은 "한국은 진찰의 난이도나 질환의 복합도에 따른 차등제도가 없는 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만성질환 진찰 수가를 더 높게 보전해 주거나 난이도나 복합도를 고려한 수가가 책정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3분 진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찰료 구조 등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선 것으로 알려진 3차 상대가치점수 연구작업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연구가 '기본진료료' 개편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

매년 의약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과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것을 '수가협상'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환산지수'를 매년 협상하는 것이다.

의료수가는 위의 환산지수를 각 의료행위별로 정해진 '상대가치점수'에 곱한 값이다. 이에, 상대가치점수는 위의 '환산지수'와 함께 수가체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2001년 상대가치점수제 도입 후, 한차례도 변동이 없었던 '기본진료료(진찰료)'였기에 이번 개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내년부터 의료계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해 2023년부터 새로운 상대가치점수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3일 출입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의료행위의 핵심인 기본진료료가 너무 오래 고정돼 이번 기회에 이를 살펴보자는 데 의료계와 정부, 심평원이 모두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장이 직접 "기본진료료에 신경을 쓰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만큼,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개편될 '기본진료료'가 고질적 '3분 진료' 현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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