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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원한다고 전화로 진료한 한의사…의료법 위반
환자가 원한다고 전화로 진료한 한의사…의료법 위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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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반적 의료행위와 동일 수준 서비스 기대 어렵고 심각한 위험 초래" 판단
'환자·환자 보호자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는 '전화진료' 아닌 '방문진료' 의미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11월 5일 환자의 요청으로 전화로 진료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은 A한의사에게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A한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A한의사는 1심에서 30만원 벌금형을 받았고, 2심, 대법원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상대로 의료행위를 한 것이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 ▲그 밖에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해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A한의사는 의료행위의 주요 부분인 '진찰'을 전화 통화로 했으며, 그 밖에 한약 처방·제조 등을 한의원 내에서 했더라도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 측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이 규정은 의료인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을 받아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기구·장비 등을 가지고 그 환자가 있는 장소를 방문해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A한의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판결에 불복한 A한의사는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A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판결했고, 대법원도 A한의사의 상고를 기각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례(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두26315 판결 참조)를 인용하면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지 않을 경우 의료의 질 저하와 적정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를 침해해 의료 질서가 문란해져 의료법에서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보건의료정책상의 필요성 때문에 의료법 제33조 제1항 규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34조 제1항은 '의료인은 제33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의료인이 원격지에서 행하는 의료행위를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예외로 보는 한편, 이를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고 봤다.

또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에 근접해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자에 대한 정보 부족과 의료기관에 설치된 시설 내지 장비의 활용 제약 등으로 말미암아 부적정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국민의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목적에 반하고 이는 의료법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에게 행하는 의료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환자의 요청으로 전화로 환자를 진료했더라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관련 법령>

* 의료법 제33조(개설 등)
①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1.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에 따른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2.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3.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경우
4.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정간호를 하는 경우
5.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를 하여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
①의료인(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 해당한다)은 제33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이하 '원격의료'라 한다)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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