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제29기 참관기
의협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제29기 참관기
  • 진영주 원광의대 조교수(원광대병원 이비인후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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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제29기는 지난 6∼10월까지 19주 동안 진행했다. 제29기 과정에는 56명이 등록, 55명이 과정을 무사히 마침으로써 역대 최고 수료율을 보였다. 매주 목요일 오후 KTX로 익산역과 용산역을 오가며 주경야독의 열정을 선보인 진영주 원광의대 조교수의 최고위과정 참여 후기를 소개한다.

진영주 원광의대 조교수(원광대병원 이비인후과) ⓒ의협신문
진영주 원광의대 조교수(원광대병원 이비인후과) ⓒ의협신문

5월의 어느 날.

필자를 무척 아끼던 시아버님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환자가 아닌, 주변에 친한 사람의 죽음을 겪은 것은 이 일이 처음인데, 6개월 즈음 지난 지금은 돌아가셨다는 의미보다 지구에서 지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죽음은 그런 것이구나, 없었던 것처럼 지워지는 것…. 

장례식이 끝나고 나니, 뜻하지 않게 얼마간의 부조금이 통장에 쌓였다.  어떻게 쓸지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의과대학에서 온 '대한의사협회 제29기 의료정책최고위 과정 수강생 모집' 글을 읽게 되었다. 

강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의료계 현안·보건의료 정책·의료전달체계·실손 보험·연명의료 등등이다. 전문가가 잘 정리해 줬으면 좋겠는 내용을 쏙 뽑아, 의협에서 엄선한 강사들이 이야기해 준다는 취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조의금 일부는 병원에 기증하고, 일부는 공부에 쓰기로 마음 먹으며 기분 좋게 등록을 마쳤다. 

필는 의사면허를 받은 지 10년째다. 파도를 타고 있는 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기분이고, 배를 타고 항해중인 데 조류의 흐름이나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무작정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터였다. 

한 번에 정리해 주는 최고위 과정 강의 주제가 무척이나 좋았다. 목요일 오후마다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리라 작정했다. 의협 임시회관 건물이 KTX가 도착하는 용산역에 있는 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첫날 개강식은 여러 업무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최고위과정 총무를 맡고 있다는 이재만 원장께서 전화로 "총무 일을 같이 보면 어떻겠냐? 모든 일은 다 알아서 할 터이니 맡아 달라"고 권유했다. 보통은 직장에서 간사 같은 작은 이름을 주고 많은 일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총무라는 이름을 걸어 놓으면 나머지는 본인이 다하겠다는 얼굴도 모르는 총무님이 전화부터 신기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건강보험체계 개편에 관한 지영건 차의과대학 교수님(예방의학교실)의 강의다. 미국식 의료·영국식 의료 등등은 언젠가 배운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 저편에 남아 있지만 몹시 흐릿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복잡한 우리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상급종합병원과 1차 병의원 사이에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서로 경쟁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필자는 경증 환자가 내원하면, 가급적 투약을 길게 처방하여 자주 병원에 안오도록 했다. 강의를 들으면서 의료전달체계를 잘 지키려면, 합리적으로 진단한 후 경증에 해당하면 1차 병의원으로 회송해야 맞는 것이다.

봄의 끝 무렵에 시작한 강의는, 가을이 끝날 무렵 수료식을 하였다.

매일 아침마다 시(詩) 한 편 올려 준 김상훈 상무님, 시와 맞게 직접 찍은 사진으로 계절을 느끼게 해 준 조향훈 원장님, 코로나로 인해 모여서 공부하거나 모임을 하기도 힘든 사상 초유의 사태에 회장을 맡아 고군분투하 조규선 회장님께도 늘 감사를 드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 어느 때보다 느슨한 결속력을 보이기 쉬운 우리 29기가 어느덧 마음 속에 크게 자리 잡은 게 정말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애초에 최고위과정을 등록할 때 '인간관계'나 '사회 생활'은 생각하지도 못했는 데 끝나고 나니 지금까지 수강한 그 어떤 강의들보다 마음이 앞선다. 의협 강의실보다 뒷풀이 만선호프의 젖은 치킨과 급하게 들이킨 맥주 1000cc가 그렇다.

(익산행 KTX 시간에 늦을까) 급하게 들이키라고 먼저 챙겨준 송정수 교수님, 자리에 두고 온 핸드폰을 들고 바람과 같이 뛰어온 오승재 선생님…. 다정한 오정 선생님 그리고 멋진 박다희 변호사님 그리고 시인 송명숙 선생님…. 다 이야기 하려니 미스코리아 당선 소감 보다 더 길어지려고 한다. 

수료식 때 처음으로 TV에서만 보던 최대집 회장을 만났다. 첫인상과 체격은 '트럼프'를 떠올리게 했다. 복잡한 여러 현안이 뒤엉켜 있는 현시점에서 힘든 일을 떠 맡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고생 많으세요"라고 말했다.

내일은 다시 (최고위과정이 열리는)목요일. 부재는 존재에 대한 증명이라고 했던가. 수료식 날 세종호텔 뒤 어느 호프집에서 함께 부르던 동영상을 다시 재생시켜 틀어본다. "지금 이순간 우리는 하나다,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우리는 연인"을 낮게 읊조려 본다. 

연인은 곤란하고, 인연은 쭈욱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요즈음 빠르게 전라도를 완전정복 중이라고 넌지시 이야기해 본다.

익산 철길 옆에서 '진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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