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06:00 (금)
권칠승 의원 '친절한 의사법'에…"의료법이 도덕책입니까?"

권칠승 의원 '친절한 의사법'에…"의료법이 도덕책입니까?"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1.06 18:41
  • 댓글 4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잉 입법'·'누더기 의료법' 등 비판 쏟아져…의료계 반응 '싸늘'
의료계 "'3분 진료' 문제 개선 위해 "적정 보상체계 뒷받침 해야"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의료법이 도덕책인가?"

환자가 원하면 진단명·증세·치료 방법 등을 서면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10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3분 진료' 현실을 짚으며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한 경우,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 ▲진단명 ▲질병 예후 ▲치료 방법 ▲주의사항을 구두로 설명해야 하며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이를 기재한 서면을 함께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반적 진료 시, 의사의 설명 의무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이런 식이면 언젠가 '의사는 환자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규정까지 나올 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K의사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법안 발의 기사를 게재한 뒤 "의료법은 도덕책이 인가?"라며 비판했다.

의사들은 댓글 창을 통해 "과잉입법 사회다", "법만능주의다. 의도한 취지도 잘 이뤄지지 않을 듯", "모든 법 적용은 문서화가 원칙인데…구두설명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의사는 인권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착해야 한다는 법안도 만들어라"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A의사는 "이런 식이면 이런 법 조항도 만들어질 것 같다"면서 △환자를 진찰할 때 친절히 인사해야 한다 △환자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 △환자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한다 등의 법 조항을 늘어놓는 등 조소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권칠승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서 "의사들의 바쁜 시간을 뺏지 않고, 환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본인의 병명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B의사는 "구두로 설명하고 서면작성까지 해야 하는데, 어떻게 '바쁜 시간을 뺏지 않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의사는 따로 시간이 두 배쯤 느리게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친절한 의사법'을 발의하려면 '친절한 국회의원법'도 발의하라는 반발 목소리도 나왔다.

행동하는여의사회는 해당 법안에 반발하며 10월 30일 "친절한 국회의원법도 발의해달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행동하는여의사회는 여자의사 100여명이 온라인상에서 만든 시민단체로, 지난 9월부터 성명서 발표 등 활동을 시작해 왔다.

여의사회는 "의사 의료행위를 그리 못 믿겠다면 차라리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의료인을 다 없애라"며 "의원님 발의안은 저희의 사고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개개인이 충분히 이해가 되도록 친절히 발의 배경, 각 구절의 의미, 발의안의 부정적 결과, 피해 구제 방법 등을 서면 설명을 제출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의료계, '3분 진료' 문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정 보상체계 뒷받침 해야"

국내외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초재진료 비교표(2018년 기준/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9년 9월 연구보고서) ⓒ의협신문
국내외 의원급 의료기관 외래 초재진료 비교표(2018년 기준/출처=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9년 9월 연구보고서) ⓒ의협신문

의료계는 '3분 진료' 등 불만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초·재진료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질적인 저수가 현실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지 않고선 경영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것.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9년 9월 발표한 '국내외 외래 진찰 현황 검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진찰료 수준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진료는 외환율 환산 기준을 적용하였을 경우, 미국은 12만 813원인 반면 한국은 1만 5310원으로 집계됐다. 구매력지수 환율 기준을 적용했을 때도 미국은 9만 8626원으로, 우리나라의 초진료는 미국의 6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재진료 역시, 외환율 환산 기준 적용 시 미국이 8만 1598원, 한국은 1만 950원이었고 구매력지수 환율 기준을 적용했을 때에는 미국의 재진료는 6만 8236원으로, 역시 한국이 미국의 6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미국은 복합도, 난이도,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하여 수준별 진찰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진찰료 산정 구조가 단조롭고 보상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진찰 수가가 낮고 의료 이용에 대한 제한이 약하다 보니 국민들의 의료이용 역시 높다"고 봤다.

연구원들은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과 같이 충분한 진찰 시간이 보장되고, 그에 따른 적정보상이 이루어지는 진료문화가 정착된다면 현재의 비효율적인 의료체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진찰에 대한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진찰료 산정구조 개선과 함께 이에 대한 적정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C개원의는 "의료인이 친절해야 한다는 사안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해당 법안은 그렇지 않아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의료기관 내 폭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보지 않으면, 즉 3분 진료, 더 나아가 1분 진료까지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질적 저수가 상황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개선 논의 없이 의료인들을 법안으로 억압하려는 시도에 허탈하다"고 호소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