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약계(요양급여비용협의회)와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내년도 수가계약을 앞두고 각각 환산지수 도출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런 와중에서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내년도 보험료는 8% 인상해야 하고, 수가는 인상하기 힘들다”고 말해 정부 스스로 계약을 통해 수가를 결정할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현행법상 수가는 의약계 대표(요양급여비용협의회 회장)와 공급자 대표(건강보험공단 이사장)간 계약을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복지부는 ‘2004년 건강보험재정계획’을 발표하면서 “국고지원예산은 보험료 8% 인상, 수가는 동결로 편성돼 있다”고 밝혀 의약계 대표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날 건정심위에서 의약계의 반발이 크자 복지부는 “복지부 및 정부 방침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예산편성기법 중 하나를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변명하기에 바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수가계약을 시작하기도 전에 복지부장관이 ‘수가인상폭’을 강조하고, 계약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한 것은 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계약’의 취지를 스스로가 저버린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의약계와 건강보험공단은 단 한 차례도 계약을 통해 수가를 결정하지 못했다. 올해도 서로 요구하는 인상폭이 차이가 많아 계약이 성사될지 불투명한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협상에 대한 기대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 장관이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이해 당사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도 모자랄 판에 계약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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