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례
병동 침대 시트마다 겹겹이 묻어둔 얼굴들이 있다
가끔 나는 그 언저리에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꺼내고
기도문처럼 읽는다
당신에게 가는 오늘이 점점 길어지겠지만
불운을 메우고 남겨진 모서리를 오래 어루만진다
한낮이 뽑힐 때쯤 바다보다 깊은 어항을 가져다
당신을 넣는다
시원한 저녁을 읊조리는 당신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듯 재촉한다
병동에는 가끔 먼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자들이 있지만
그들에게서 어둠과 어울리지 않는 계절에 대해 배우고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과의 공통점을 나로부터 찾는다
언젠가 이별할 작은 친구들이 보일 때면
그에게 불러주었던 소박한 노래가 날아와
어항의 벽면을 따라
눈물처럼 움직인다
그렇게 매일 달라지는 얼굴들은 있고
나는 당신과 함께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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