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로비스트가 있다 < II 편>
한국에도 로비스트가 있다 < II 편>
  • 김현지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내과 진료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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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과 협회: 대외협력팀

정부 부처에 국회 협력관이 있다면, 민간 기업과 협회에는 대외협력팀이 있다. 민간 대외협력팀은 기업/협회-국회 간 소통을 맡는다.

특히 정부나 국회가 관련 정책을 만들거나 입법 활동을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입장을 전달한다.

쉽게 말하면 비공식적인 개입을 통해 조직의 이익을 반영시키는 것이다. 방향성이나 아이디어를 민원의 형식을 통해 먼저 제시하기도 하고, 불리한 정책과 법안에 대해서는 조직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 

사무관 등 공무원인 정부 부처 협력관과 달리 대외협력팀 출신은 다양하다. 기업의 경우 내부 직원이 맡기도 하고, 행정부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 등 '이 바닥' 출신을 기용하기도 한다.

전문가 집단인 보건의료계 협회의 경우 집행부 중 이사 1명과 사무직 직원 2~3명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등 대외협력팀의 본업이 대국회사업인 반면, 협회 등의 대외협력팀은 본업과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 본업이 바쁜 직업일수록 고충은 커진다.  

대외협력팀 업무 중 기본은 인맥 구축이다. 국회 협력관은 소속 부처가 곧 얼굴이오, 통행증이 되지만 민간 소속 대외협력팀은 바닥부터 다져야 한다. '내가 속한 조직에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싶다.'는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면서 인맥을 쌓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연히 혈연·학연·지연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대외협력팀의 주 업무는 책상 위 보다 식탁 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밥 한 끼, 술 한 잔 하면서 나눈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 부처 협력관이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항상 깍듯하고 사무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에 비해 민간 대외협력팀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간혹 소통이 원활해지면 국회의원 보좌진과 '형님-동생'으로 호칭이 변할 정도로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각에서 국회의원 보좌진과의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을 동원해서 대국회사업을 벌인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실과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국회사업의 본질과 대외협력팀의 역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다.

의료계의 경우, 대외협력팀의 사회성이 특히 중요하다. 의료계 이슈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비(非)의료계 출신이 대부분인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쉽게, 친근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간혹 국회로 찾아오는 민원인 중에 본인이 전문가라는 이유로 콧대가 높거나, 보좌진들이 '잘 모른다.'고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성공적인 대국회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한 소속 기업이나 단체의 구성원들이 정치나 정책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면 대국회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국회의원들은 결국 표에 의해 움직인다. 현안에 관심이 많으며, 후원금이나 투표 등 정치력 행사에 적극적인 집단은 여론을 스스로 형성할 수 있고, 이러한 여론은 대외협력팀의 든든한 '빽'이 된다. 

개인적으로 국회에서 비서관으로서 대한의사협회의 대외협력팀을 만나면 항상 짠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고생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아서였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기에 눈 마주치고 웃으면서 자료를 건네면 별다른 설명 없이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의원실과 의협의 방향성이 항상 같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년 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보건의료분야 남북 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함께 개최하는 등, 국회-의료계의 간격을 메우고 더 나은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협력했다고 생각한다. 

의료계 파업이 끝나고, 의-정/의-당 협의체와 별개로 국회나 정부와의 관계를 재건하기 위해 의협 대외협력팀이 물 밑에서 많은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회원 중 한 명으로서 안쓰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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