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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병사'로 허위진단서 작성한 의사 벌금형
의료사고 '병사'로 허위진단서 작성한 의사 벌금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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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외인사'로 기재하지 않은 잘못 인정…업무상과실치사죄는 '무죄'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학병원에서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골수검사 중 사망한 사건에서 담당 의사들이 진단서에 '외인사'라고 기재했어야 함에도 '병사'라고 기재한 것에 대해 법원이 허위진단서작성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9월 11일 허위진단서 작성 및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A전공의에게 벌금 300만원, B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해서는 두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3년차 A전공의(피해자 담당의사)와 B교수(주치의:선택진료의사)는 생후 6개월 된 D환자(피해자)를 진료했다.

피해자는 2015년 10월 13일경 발열 등의 증상이 있어 인근 병원에 입원해 혈액검사를 받았다.(당시 헤모글로빈 9.8dl, 혈소판 150,000/㎕) 또 10월 20일 시행한 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7.6/dl, 혈소판 50,000/㎕로 확인돼 빈혈·혈소판감소증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2015년 10월 20일 12시 C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 2시 시행한 혈액 검사 결과 헤모글로빈은 7.5곔/dl, 혈소판은 11,000/㎕로 확인됐으며, 혈소판뿐만 아니라 백혈구·적혈구 등도 함께 감소돼 있어 범혈구감소증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B교수의 지시에 따라 10월 21일 오전 9시경 골수검사를 받게 됐다.

A전공의는 피해자에 대한 골수 채취 시술을 시행하면서 피해자가 울고 보채는 등 진정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자 미다졸람, 케타민 등의 진정 마취제를 반복 투여하면서 같은 날 오전 9시 28분경 피해자의 좌측 장골에 채취 바늘을 넣고 수회 골수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다시 우측 장골에 재취 바늘을 넣고 수회에 걸쳐 골수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A전공의는 현장에 있던 2년차 전공의 E에 골수 채취를 요청했으나 실패하자 2년차 전공의 F가 오전 10시경 피해자의 우측 장골에 수회에 걸쳐 시술해 골수 및 골수조직을 채취하고 있던 중 오전 10시 40분경 피해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시술을 중지하고, 오전 10시 58분경 기관삽관을 시행하고, 오전 11시 7분경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낮 12시 5분경 농축  적혈구 수혈 등을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피해자는 골수 채취를 위한 천자침이 총장골동맥을 관통해 동맥파열이 됐고, 이로 인해 저혈량 쇼크에 빠져 사망했다.

사망진단서 작성과 관련 범죄사실에 따르면 피고들(A전공의, B교수)은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에 '외인사'로 기재해야 하며(당시 포기들이 위 사실을 몰랐다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해야 함), '사망의 원인'(직접사인)에는 '심장마비', '호흡부전' 같은 사망의 양식(결과)을 기록할 수 없다.

또 범혈구감소증이 D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거나, 호흡정지를 발생시킨 직접 원인이 아님에도 피고인 B교수는 A전공의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에 '호흡정지'로 중간선행사인에 '범혈구감소증'이라고 기재하도록 지시했다.

A전공의는 이런 지시에 따라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D환자가 질병으로 인해 자연사(병사)했으며, 혈액질환 자체에 의해 죽은 것이므로 사인이 명확하다는 취지로 A전공의 명의의 허위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진정 수면제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지 총장골동맥 파열로 인한 출혈 때문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망 이후 유족이 진료기록을 복사하는 등의 조처를 하고, 피해자에 대한 부검도 예상되는 등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인을 숨기기 위해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허위진단서작성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사망진단서상 사망원인과 사망 종류가 실제 피해자의 사망원인 및 내용과 다르고, 피고인들은 이런 내용에 대해 인식이 있었음에도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사망진단서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음에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한다며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감정서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의인성 손상(천자침에 의한 총장골동맥 파열)에 의한 혈복강'으로 진단됐고, 의인성 손상은 본건 골수 채취 과정의 주사바늘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또 "피해자는 급성 백혈성 증세가 의심돼 골수 검사를 받던 중 사망한 것으로, 당시 피해자의 질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았던 반면, 시술 과정에서 사망한 것이 명백하므로, 이런 기준에 의할 때 사망의 종류는 '병사'가 될 수 없고 '외인사'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흡정지의 경우 사망으로 인한 현상에 불과한 것이지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없으며, 범혈구감소증의 경우 법의학 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범혈구감소증 자체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범혈구감소증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사인에 해당할 수 없다"며 "피해자의 사망의 종류가 '병사'가 아님은 명확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사망 당시 피해자에게 발생한 동맥파열로 인한 출혈의 결과를 알지 못했더라도 피해자에게 아직 정확한 질병 진단이 이뤄지기 전이었던 이상 피해자가 시술 과정에 사망했다면, 피해자가 자신의 지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을 피고들인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최소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인들은 의사로서 진단서 작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사망원인은 '알 수 없음'이나 '불상'으로,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 또는 '기타'로 작성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작성했어야 함에도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사망진단서를 진실과 다르게 작성했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허위진단서작성의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판단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여전히 많은 의사가 관행적으로 '호흡정지'·'심정지' 등 사망의 현상을 사망의 원인으로 기재하고, '병사'와 '외인사'의 기준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등 사망진단서 작성의 중요성과 올바른 작성 방법에 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고, 의과대학에서의 교육도 충실하지 못한 현실을 참작해 A전공의에게 벌금 300만원, B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측은 피해자는 우측 장골에서 천자침에 의해 관통된 침흔 및 총장골동맥의 파열로 생긴(의인성 손상에 의한) 혈복강으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피고들이 공동으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A전공의는 ▲피해자의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은 상태였고, 혈소판이 10,000/㎕이하로 계속해 감소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골수 채취 시술 과정에서 수혈 준비를 하지 않은 점 ▲시술 과정에서 F전공의가 골수 채취에 성공한 후 피해자의 생체활력징후가 급격히 악화했을 때 산소포화도, 맥박수만 체크하고 가장 중요한 체크 사항인 혈압을 관찰하지 않아 시술로 인한 출혈(총장골동백 파열로 인한 출혈)을 확인하지 못했고, 그런 피해자의 상태 악화가 단순히 진정 마취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고만 생각해 이에 대처함으로써 출혈 발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점을 들면서 유죄를 주장했다.

또 B교수는 ▲전공의를 지도·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교수임에도 골수 채취 시술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등 전공의에 대해 면밀한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과실리 서로간 의사연락 아래 경함돼 있으므로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피고인들이 업무상과실치사의 공동정범으로써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전공의가 수혈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나 골수 채취 시술 과정에서 피해자의 혈압을 체크하지 못해 출혈 발생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거나, 수혈 준비 미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B교수에게 골수 채취 시술 과정에서 A전공의에 대한 지휘·감독을 해태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전공의와 B교수의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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