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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기소되면 '공보의' 신분 박탈? "코로나19 방역 최선 다했는데…"
형사기소되면 '공보의' 신분 박탈? "코로나19 방역 최선 다했는데…"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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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협 "민원에 민감한 신분 악용 사례 지금도 만연…더욱 심화할 것"
너무 '과한 처분' 비판…"방어진료·방어적 민원대응 지침으로 권고할 것"
3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년 신규 의과 공보의 중앙직무교육'에서 공보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대비한 개인 보호구 착탈의 실습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3월 5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년 신규 의과 공보의 중앙직무교육'에서 공보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대비한 개인 보호구 착탈의 실습을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공중보건의사가 복무 중 형사기소가 이뤄질 경우, 신분을 박탈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공보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한 공보의들에 대한 첫 법안이 '신분 박탈'이라는 데 실망감을 표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법안을 '신분 박탈 법률'로 명명하며 유감 입장을 밝혔다.

동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국회의원이 10월 7일 발의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공중보건의의 위상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에 기소만으로도 신분 박탈이 필요하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대공협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성급한 입법"이라며 "전례 없는 코로나19 방역 사태와 관련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공중보건의사에게 지원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입법 논의조차 없더니 사태 이후 첫 법안으로 신분 박탈 법안을 입법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각 지역에서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 및 형사고발을 전제로 한 일부 악성 민원의 시도는 이전부터 만연해왔고, 최근에는 유독 많아졌다는 것이 대공협의 설명이다.

대공협은 "특히 교도소·구치소와 같은 특수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 일 년에도 참고인·피의자 조사를 받는 경우가 여럿 있다"면서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위험성이 있는 상태에서 입법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누가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겠냐?"고 한탄했다.

실제 A공중보건의사(교정시설 근무)는 "작년에도 성실히 진료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고소와 검찰 진정을 받았다. 인권위 진정은 수도 없이 받았다"면서 "진술서를 썼을 때, 피의자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많은 고소·고발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며 한국 전체의 인권을 향상시킨다는 생각 아래에 근무를 이어왔다"며 "하지만 이런 법률이 입법된다면 나부터 교정시설에서 나가고 싶을 것 같다. 누가 근무하고 싶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현장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B공중보건의사(섬·오지 근무) 역시 "진단 장비가 부족한 보건지소에서 원하는 약을 받기 위해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설득해 장비가 갖춰진 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하거나 위험성을 감수하며 무리해서라도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해 왔다"며 "이런 민원 사례의 경우에는 민원제기를 할 만한 상황을 교묘히 유도해 녹취 후 국민신문고 등에 고발 민원을 내기도 한다. 이제는 고소·고발을 통해 신분을 협박하겠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눈앞이 아득해진다"고 털어놨다.

대공협은 "당사자에게 의견 조회 등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위 사례에서 드러나듯 법률이 악용될 소지가 매우 많기 때문"이라며 "현장의 상황을 파악해보기 위해서 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보의들은 그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왔음에도 기소부터 과한 처분이 발생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김명재 대공협 정책이사는 "재판까지 가면, 사건내막을 고려한 적정한 징계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기소부터 너무 과한 처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중보건의사의 비위 사건 등에 대해서는 대공협 차원에서도 주요 의제로 항상 다루고 있다. 올해에는 중앙윤리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협의회 회무 중 품위 손상 등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을 외부인사를 통해 점검받았다"며 "회원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등 비위 사건에 대해 근절할 것을 홈페이지, 교육 등을 통해 알리는 활동이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으로 인해 공보의들에 방어 진료나 방어적 민원대응을 지침으로 권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전했다.

김형갑 대공협 회장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본인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방어진료, 방어적 민원대응 등을 권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만약 법률이 통과되면 관련 내용을 철저히 정리하여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개 폭언·폭행 사건의 경우 격화된 분위기 때문에 쌍방이 모두 고소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이해하고 원만하게 해결되는 게 수순일 때가 많은데, 앞으로는 이런 해결 과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작년 제정,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보건의료인력인 공중보건의사도 인권침해 사항으로부터 근무 기관의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법률상 파견 조항이 있음에도 파견자들에 대한 지원 조항은 없어 발생했던 숙박, 취식 문제 등은 언제 법제화를 통해 해결해줄 것인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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